추석날, 성묘를 다녀온 후 아내와 고향 인근의 까치내를 둘러봤다. 천고마비의 완연한 가을 날씨에 명절이라고 마음이 들뜬 사람들과 달리 자연은 늘 그대로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계절에 맞춰가며 색깔을 달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더구나 수확을 앞둔 농촌의 들녘은 풍요로움이 넘쳐 마음이 포근하다. 까치내 주변의 추석날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청주 시내를 가로지른 무심천이 오창의 북동쪽에서 흘러온 미호천과 합류하는 합수머리 옆에 도시형 야영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문암생태공원이 있다. 정자(문암정), 나무데크, 나무그늘, 잔디밭, 놀이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추석날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과 야영객들이 많다. 지금은 청주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각광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으로 폐기물 매립장 공원화에 모델이 되고 있다.
합수머리에서 신대동을 거쳐 미호천으로 흘러가는 물길이 까치내다. 합수머리 부분의 주막에 머물던 경상도 청년이 호랑이에게 당할 화를 면하고 과거에 장원급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전설 속의 흰 까치와 까치내... 맑은 물이 흐르던 시절에는 청주시민들에게 최고의 물놀이 장소였던 곳으로 작천보 주변을 공원화하며 깨끗하게 정비했다.
미호천 둔지에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물이 많다. 신대동 앞 국궁장의 여유로움과 냇물 건너편 오창읍의 빌딩숲이 대조적이다. 시내 가까이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인간과 자연, 자연과 인공은 조화를 이뤄야하는 불가분의 관계다.
미호천 제방 아래로 고개를 숙인 벼들이 황금들녘을 만들어 결실의 계절을 실감한다. 충북에서 가장먼저 기독교가 들어온 곳이 신대교회다. 넓은 들판에서 바라보면 신대동 마을의 풍경이 정겹고 멀리 제방 너머로 오창읍의 아파트들이 고개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