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 음악이 좋다. 시와 음악이 모두 좋다. 그런 사람들이 기다리는 수원의 행사가 있다. 바로 '시와 음악이 있는 밤'. 올해 벌써 14회를 맞이했다. 시장은 바뀌어도 이 행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민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오늘 출연한 화성 출신 가수 안치환은 말한다. 수원의 이런 행사가 부럽다고.
작년엔 6월에 개최되었는데 올핸 10월 3일 열렸다. 작년엔 단독 프로그램이었는데 올해는 '2013 세계 작가 페스티벌'(10.1-10.4)의 행사 중 하나로 열렸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세계의 시인들, 시대의 전환을 꿈꾸다'이다. 수원화성문화제 50주년을 기념하고 단국대 천안캠퍼스 개교 35주년 기념이다.
올해 세계 작가 페스티벌은 전야제, 천안에서의 시 낭송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 지역 문학인과 교류의 밤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시와 음악의 밤에 참가하게 되었다. 해마다 참석하는데 프로그램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음에 또 와야지!' 하고 다짐한다.
아내와 함께 수원제1야외음악당을 찾았다. 공연장을찾으니 벌써 도종환 시인의 시 낭송 모습이 보인다. 사회는 김영진, 김옥경 성우가 보는데 호흡이 척척 맞는다. 평상 시 작품에서 호흡을 밪추어 본 결과가 아닌가 한다. 진행이 매끄러우면 행사의 절반은 성공이다.
팜플렛을 보니 주최가 한국성우협회다. 주관은 KBS 성우협회, 후원이 수원시다. 작년과 크게 다른 점은 세계화. 한국작가들 시만 낭송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작가들의 시도 선보인다. 출연진의 범위가 지평을 넓혔다. 다만 세련된 번역, 통역이 뒤따라야 한다.
출연한 가수로는 개똥별레의 신형원, 뮤지컬 가수 길성원, 이별노래의 이동원, 내가 만일의 안치원이 나왔다. 특히 이동원이 자기 부를 노래를 소개하는데 시인도 소개하니 보기에 좋다. 가을편지(고은), 이별노래(정호승), 향수(정지용). 이 정도면 시가 우리 생활에 젖어든 것 아닐까?
성우들이 펼치는 시낭송 원정대, 캐릭터쇼, 뮤지컬 등을 보면 깜짝 놀란다. 이들의 직업이 성우인지 가수인지 배우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목소리는 기본이고 얼굴, 춤, 연기 등이 만능이다. 요즘 성우는 한가지만 뛰어나서는 아니 되나 보다.
시민들 행사에 시장이 빠질 수 없다. 염태영 시장은 2013년 8월 20일 고은 시인이 수원에 입주한 다음 날 지은 시 '광교에 들어와서'를 낭송한다. 고은 시인의 수원시대 최초 작품이다. 고은 시인은 연세가 80인데 시 낭송 때의 목소리의 박력을 보면 20대다.
오늘 무대에서 고은 시인은 음악 배경 없이 자작시를 낭송한다. 두고 온 시, 가고 싶은 곳, 어머니, 작은 노래 10수, 부탁, 아직 가지 않은 길 등. 작년엔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시를 낭송하고 해설까지 곁들여 참가한 학생들의 공감대를 얻었다.
'시와 음악이 있는 밤' 도시 품격을 높여주는 행사다. 특히 인문학을 중시하는 수원에서의 이런 행사는 뜻이 깊다. 시인들이 평소 시를 좋아하고 애송시 몇 편을 외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술과 문화가 숨쉬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런 시민을 위한 행사,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