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서 시민단체(NGO) 출신의 정부 인사가 두드러지면서 참여정부는 'NGO의 정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주의 사회의 중심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정부 정책에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NGO의 활성화는 매우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칫 집단 이기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경계해야 한다. 국내 교육 NGO들의 현황과 과제를 정리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월,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신년하례식에서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심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NGO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중용됐으며 교육계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교육부는 부총리 인선부터 유력한 후보들이 시민단체들의 비판여론에 의해 탈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난산 끝에 임명된 현 윤덕홍 부총리도 교육시민단체인 전국민주화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활동 중인 교육 NGO의 숫자도 교육 관계자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인 교육 NGO로는 학교사랑실천연대,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참교육학부모회, 전국민주화교수협의회 등이 있다.
이들 교육 NGO가 나서는 문제는 학교 안팎에 걸쳐 매우 다양하다. 학교급식 문제에서부터 고교평준화, WTO 교육개방, 최근의 NEIS 문제까지 교육 현안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교육 NGO들의 활발한 활동은 '아래로부터의 교육개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 분야 시민단체가 활성화되면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나 나서기 어려운 문제에까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시민단체가 친정부적이 되거나 단순히 집단 이익을 위해 활동할 경우 존립의 명분을 잃게 된다고 지적한다. 공공문제인 교육과 관련, 시각이 한쪽으로 편향되는 것을 경계하고 다양한 교육주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각 분야의 시민단체가 활성화되면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제도권에서 외면하는 문제를 짚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그러나 너무 정치적인 색채를 띨 경우 순수성을 잃어 자칫 시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NGO들은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연대를 구성하기도 하는데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나 학교사랑실천연대 등이 대표적인 교육연대이다. 이러한 NGO들간의 연대는 정부와 사회각계에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고른 참여를 이끌어내고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지난 3월, 대표적인 학부모단체인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대표 강소연)가 교육시민단체들의 연대인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에서 탈퇴하면서 밝힌 입장은 교육 NGO들간의 연대에 대한 한계와 과제를 드러냈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교육운동단체들이 힘을 모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98년 교육연대에 동참했다"며 "그러나 전교조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높아 진정한 연대가 이뤄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다른 회원 단체들이 전교조의 외곽단체나 비호조직으로 비치는 모습은 매우 불행한 사태"라고 탈퇴의사를 밝혔다.
학부모연대는 "노조인 전교조가 시민단체의 중심에 계속 있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며 "앞으로 교육연대는 성명서 등에 '교육단체 일동'과 같은 표현으로 동조단체 부풀리기를 하지말고 사안별로 동조단체의 이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문제도 시민단체의 커다란 고민거리 중의 하나다.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학사모의 김형진씨는 "회원들의 연회비는 1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닥칠 때를 대비해 후원의 밤을 개최하거나 월간지 등에 교육관련 기사를 제공하고 교육관계자들에게 잡지를 구독하게 하는 특판사업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없지는 않다. 중립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지키는 것이 NGO 활동의 핵심이기에 단체가 자립적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관련 기업체나 특정단체의 후원금이 유입될 경우 객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NGO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은 거의 없다. 교육부는 지난 2001년, 공모사업을 통해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재단, 학벌없는 사회만들기 등 10개 시민단체에 지원금을 제공했지만 이는 98년 만들어진 대통령 자문기구 '새교육공동체위원회'의 남은 예산을 배분하기
위한 단발성 행사에 불과했다.
결국 교육시민단체들은 자체 수익사업 개발과 후원회 개최 등을 통해 활동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한 입장이다. 한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는 "회비만으로는 운영상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비정기적으로 후원회를 열곤 한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재정운영에 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