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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퇴임사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교대를 졸업하고 2년 동안 발령을 기다리다 36년 전 부푼 꿈을 안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교직에 첫 발을 들여 놓았는데 이제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한 채 정들었던 교육계를 떠나야할 시간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막상 제가 이 자리에 서고 보니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불현듯 지난날들이 하나, 둘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반갑게 맞아주던 교정과 조잘조잘 말을 걸어오던 어린 천사들이 늘 곁에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부족한 것 덮어주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이렇다 할 공적과 번듯한 가르침 하나 제대로 남겨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억세게 운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 곁에서 선생님이 최고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기에 늘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당당하게 사랑이 넘치는 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각종 매스컴에서 명예퇴직에 대해 말하는 것과 달리 저는 등 떠밀리거나 몸이 아파서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싫어서 떠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결정한 게 아니라 아주 오래 전에 승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며 선택한 길입니다. 그동안 꿈꿔왔던 가장 아름답고 가장 낭만적인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떠날 때가 되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계획에 의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이제는 설렘과 희망이 가득한 새로운 인생살이를 시작하렵니다. 따뜻한 봄이 되면 흙속에서 막 얼굴을 내민 새싹에게 말을 걸고,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햇살이 반짝이는 나뭇잎에 눈길을 주고, 유리알처럼 맑은 날에는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과 친구하며 주변의 사물들을 편안하게 바라보는 자연인이 될 겁니다. 기분 좋은 날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글을 쓰거나 여행지의 멋진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겁니다.

상당초 교직원들 덕분에 큰 잘못 없이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교단생활의 마지막을 여러분과 함께 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시느라 고생하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오늘 이 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어느 곳이든 마음 착한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면 좋을 겁니다. 여러분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면 더 좋을 겁니다. 그런 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고 더 넓은 세상에서 여러분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을 찾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 많이 만들면서 뜻한 것 다 이루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4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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