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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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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화장실에서 인생을 생각하다

학교와 교육청, 교장과 장학관 근무 환경 차이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교가 행복하다. 교실 하나 크기의 넓은 교장실에 복도 순회도 할 수 있고 교정을 돌아다니며 햇볕을 즐길 수도 있다. 교육청은 활동 공간이 비좁다. 책상 하나의 공간에 불과하다.

교육청에서 움직이는 동선은 3층 계단과 화장실이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교육청 주변 산책이 고작이다. 옥상에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대화상대도 소수다. 사무실에 있는 과장, 동료 장학관, 장학사, 주무관들이다.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러한 때 화장실이 휴식 공간으로 등장했다. 출근 신고하고 생리작용 해소하고 손도 한 두 차례 씻고. 큰 것 볼 때는 세정하면서 쾌변의 기쁨도 맛보고. 필자가 근무하는 북부청사 3층. 4개과가 있는데 시설이 열악하다. 원래 교육청 건물이 아니고 학생교육관을 개조한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을 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장애인 남여 화장실이 층마다 있고 변기가 비데다. 수세 시설이 있어 세면이 가능하다. 식후에는 양치질을 하는데 누군가가 치약까지 가져다 놓았다. 원룸 관사는 일반 변기다. 비데에 익숙한 사람은 비데를 사용해야 기분이 개운하다.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가니 월간 잡지 '좋은 생각' 3월호가 꽂혀 있다. 이게 정신적인 작은 복지다. 직원 뿐 아니라 민원 차 방문한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한 편의 감동적인 글이 세상 보는 눈을 바꾸어 줄 수 있다. 이 책에는 주로 수필이 실려 있지만 시 몇 편이 있다.


오늘 시 한 편을 감상해 본다. 제목은 길(시인 정용철). 길이 멀었다./길이 험했다./길이 좁았다./길이 굽었다.//길이 멀어서 천천히 걸었다./길이 험해서 지루하지 않았다./길이 좁아서 동행과 가까워졌다./길이 굽어서 지나온 길을 볼 수 있었다.

길이란 무엇일까? 사람이 다니는 길, 인생길. 사람의 도리 등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자기가 처해 있는 현실을 탓하고 불평을 한다. 가능하면 지름길을 가려하고 쉬운 길을 택한다. 좁은 길보다는 넓은 길을 택하고 굽은 길보다는 곧은 길을 택한다.

그런데 이 시는 우리 인생길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누군가 '삶은 고해'라고 하였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길이 멀면 서둘러 출발하려 하고 빨리 도착하려 한다. 길이 험하면 단단히 준비를 하거나 다른 길로 돌아가려 한다. 좁은 길은 혼자 지나기에도 불편하다. 굽은 길은 짜증이 난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길이 멀면 서둘러 일찍 출발한다. 험한 길은 피한다. 좁은 길은 혼자 지나가려 한다. 굽은 길은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렇지 않았다. 길이 멀기에 천천히 걸었다. 길이 험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길이 좁기에 동행자와 친해질 수 있었다. 길이 굽어서 과거를 돌아 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게 시인의 마음일까? 시란 과학적으로 이해될 수 없다.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시를 보니 시를 쓰는 사람은 마음이 악독할 수 없겠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힘을 준다. 인생의 가는 길이 멀다고 나의 길이 험하다고 탓하지 말자. 내가 가는 길이 좁다고 굽었다고 불평하지 말자. 그  인생길에서 아름다움을 찾자.

오늘 화장실에 놓인 잡지, 한 편의 시에서 인생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복지하면 무상 복지, 보편적 복지를 생각하는데 정신적 복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노숙자에게 인문학 강좌를 듣게 했더니 노숙자로의 회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먹고 마시고 자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신세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교육이 강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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