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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해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봄이 되면 생각 나는 시 한 수. 조병화 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이다. 1980년대 후반 중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 그 시가 실렸는데 수업시간 학생들과 함께 외운 기억이 있다. 시인의 눈에서 봄을 바라보고 봄이 우리에게 교훈을 노래한 시다.

해마다 봄이 되면/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하략)

시인은 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가르침을 세 가지로 말했다. 봄처럼 부지런해라, 봄처럼 꿈을 지녀라, 봄처럼 새로워라. 우리가 삶을 봄처럼 산다면 지루함이 없을 것이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꿈을 지니면 희망이 있다. 하루하루가 늘 새롭다면 삶이 즐겁다.




필자는 해마다 봄이 되면 봄을 찾아 다닌다. 봄 흔적 찾기 준비물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필수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를 돌면서 봄을 찾고 가까운 산을 찾아 여리디 여린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다. 늘 바라다 보는 일월저수지는 수시로 찾는다.

얼마 전 야생화를 맞으러 수암봉을 찾았다. 작년 작품 사진 수준의 야생화 노루귀를 촬영한 적이 있다. 계곡 인근의 애기똥풀꽃, 괭이눈, 현호색 등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올해도 그대로 있을까? 너무 일찍 찾아 왔는지, 환경이 열악해졌는지 개체 수가 작년만 못하다.

등산로 입구, 보통의 등산객들은 그냥 지나친다. 그들은 빨리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들이다. 야생화를 보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 시선은 땅을 바라보거나 주위를 살펴야 한다. 아내가 먼저 발견하였다. 바로 보랏빛 제비꽃. 밭 인근에는 냉이가 돋았다.




중턱쯤 오르니 야생화 매니아들이 보인다. 이들은 사진으로 작품을 찍는 분들이다. 야생화가 곳곳에 있다는 증거다. 노루귀가 여러 곳에 피어났다. 같은 노루귀라 하더라도 모양과 색깔의 농도가 다 다르다. 깔개를 깔고 망원렌즈에 사진을 담는다.

아내가 미소를 띄며 필자를 부른다. 야생화 촬영 모습이 우습다는 것이다.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엉덩이를 하늘로 처들고 엎드려서 마치 제사를 지내는 모습과 같다. 취미생활로 야생화 촬영, 빠져 볼 만하다. 어느 분은 한 곳에 10여 분 이상 머문다. 아마도 같은 대상을 수 십장 찍었으리라. 가장 좋은 작품을 만들려는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광교산 족도리풀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야 한다. 이 야생화는 특정 지역에만 있다. 그냥 서서 지나가면 보이지 않는다. 엎드려야만 꽃이 보인다. 광교산 있어야 할 장소에 이것이 자생하고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눈으로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아 가는 것이다.




어제는 동료들과 함께 광교산을 찾았다. 이름하여 영전 축하 산행. 파장정수장 입구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르다가 헬기장을 거쳐 지지대 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다. 노오란 생강나무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또 진달래 망울이 부풀어 있어 이제 더 이상 추위는 없을 듯 싶다.

하산 길에서 안타까운 장면 하나. 지난 2월 하순 광교산 산불흔적을 발견한 것. 나무 수백 그루가 불에 탔는데 소나무 솔잎을 보니 진한 초록빛이 아니다. 영양주사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고사될 것으로 보인다. 산불 원인이 등산객의 담뱃불로 추정하고 있는데 화마는 이처럼 무서운 것이다. 

봄, 등산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야생화 촬영 시기에 딱이다. 그러나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무한한 은혜를 감사하게 받아가야 한다. 자연의 파괴는 우리 삶의 파괴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알아야겠다. 조병화 시인은 봄의 부지런함, 꿈, 새로움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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