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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안면도 봄나들이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이 포근하다. 봄기운이 만연하니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해마다 이맘때면 남녘에서 동백, 산수유, 매화의 꽃소식이 들려오고 서해 바닷가는 주꾸미, 새조개 등 입맛 돋우는 먹거리들이 지천이다.

모처럼만에 구름 한 점 없던 지난 3월 22일, 초계 변가 남매들이 서해안의 안면도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내륙에 사는 사람들이 당일치기로 바닷가 구경하려면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한다. 청주실내체육관 주변은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마음이 들떴다.


8시 30분에 출발한 관광버스가 행복도시를 꿈꾸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지나 서쪽으로 향한다.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 차안에 활기가 넘친다. 그동안의 소식을 전하고 우스갯소리로 스트레스를 푸느라 웃음소리가 크다.

당진상주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를 빠져나와 김좌진장군의 생가가 있는 홍성군 갈산면의 상촌교차로에서 왼쪽으로 가면 갈산터널을 만난다. 이 터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른편 길가에 멋진 소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분재를 닮은 모습이 시선을 빼앗는 궁리소나무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남긴다.

안내문에 의하면 수령 300여년의 보호수로 1980년대 서산 AB지구 간척사업을 하기 전에는 바로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나무 아래에서 음식물을 먹으며 백사장에서 해수욕을 즐겼고, 음력 정월에는 마을의 안녕과 바다의 풍랑을 막기 위해 풍어제를 올리던 당상목이다. 소나무 아래편으로 간척지가 이어진다.


서산방조제와 간월도를 지나 11시 20분경 드르니항에 도착했다. 경치가 아름다운 드르니항은 안면도가 육지와 연결되기 전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많던 나루터였다. 하지만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한적했었는데 '대하랑꽃게랑' 해상인도교가 바로 앞 건너편의 백사장항을 이으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포구로 새롭게 변신했다.

‘드르니’라는 지명은 우리말 ‘들르다’에서 비롯되었다. 드르니의 옛말 '들온이'는 다리가 없던 시절 맞은편의 안면도에서 배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대서 붙여졌다. 일제강점기 신온항으로 바뀌었다가 2003년에 원래의 이름을 되찾은 슬픈 사연도 감춰져 있다.


‘대하랑꽃게랑’ 다리는 태안군이 해양관광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해 11월 8일 개통한 백사장항 해상인도교다. 안면도의 백사장항과 남면의 드르니항을 연결하는 250m의 해상인도교가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두 지역을 하나로 만들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이는 주위의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바다 위를 걷는 신비함이 더해져 개통하자마자 연인들이 낙조 등 자연과 어우러져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며 느릿느릿 다리 위를 걸어 백사장항으로 갔다.


‘대하랑꽃게랑’ 다리 앞에 있는 백사장항은 안면도의 초입에 있어 안면대교를 건너 만나는 첫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나온다. 포구에는 횟집들이 바다를 에워싸듯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앞으로 소규모의 어선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여행은 눈으로 보는 만큼이나 먹는 것도 중요하다. 싱싱한 회를 먹기에 좋은 곳이 백사장항이다. 우리 남매들은 빈 접시 바로 채워주는 복음횟집(041-673-5349)에서 정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인심이 좋은 복음수산(010-5525-1687)에서 젓갈과 건어물을 샀다.

백사장포구는 제법 규모가 큰 어항으로 이곳의 자연산 대하와 꽃게가 유명하다. 특히 봄부터 여름까지는 꽃게잡이, 가을부터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한 대하잡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 10월부터 11월 초에 이곳에서 대하축제가 열린다.

포구에 횟집과 수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많아 먹거리가 풍부하고 수산시장에서 경매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포구 옆 백사장해수욕장은 끝없이 펼쳐진 은빛 모래가 자동차가 그냥 지나가도 될 만큼 단단해 여름철에 오토캠핑을 하기에 좋다.


백사장항에서 30여분 거리의 방포항으로 갔다. 방포항은 젓개항으로도 부르는 한적하고 조용한 포구로 꽃지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수산물 집산지이다. 인도교 ‘꽃다리’가 꽃지해변과 연결하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포구가 되었다. 꽃다리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다.


꽃지해변은 서해안 낙조의 명소로 손꼽힌다. 할미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과 두 개의 바위섬 사이로 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또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밀물 때는 바다 위의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경관을 보여준다.

이곳에 장보고가 청해(완도)에 진을 설치하고 해상권을 장악하던 통일신라 때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름다운 것은 슬픔을 감추고 있다던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로 불리는 바위섬은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속의 바위다.


꽃지해수욕장은 2002년 국제꽃박람회가 개최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이다. 안면도를 대표하는 길이 3.2km, 폭 300m의 백사장과 일몰 광경이 아름다운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있어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특히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해변에서 옆으로 누운 파라솔들을 만나는데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이곳에서 할머니들의 정이 들어있는 해산물을 안주로 소주 서너 잔 마시는 것도 낭만이다.


안면도는 볼거리들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안면암에 들려 암자 앞 바다를 가로지르는 부교를 건너 200여m 거리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작은 섬을 다녀온 후 간월암으로 갔다. 서산A지구방조제와 B지구방조제 사이에서 예전에는 섬이었던 간월도가 두 방조제를 연결한다. 생굴에 소금과 고춧가루를 버무려 담근 젓갈이 어리굴젓이다. 이곳 간월도에서 생산된 어리굴젓을 왕에게 올리는 진상품으로 썼다고 전해진다.

부석면 간월도리 바닷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작은 암자가 간월암이다.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간월암은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어 제부도처럼 걸어서 들어가고, 바닷물이 들어오면 작은 섬이 되어 부교를 타고 밧줄을 잡아당겨 건너가는 즐거움이 있다. 무학대사의 인물화가 걸려 있는 법당 앞에서 서해의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고, 입구에서 만나는 수령 200년의 사철나무도 볼거리다.

안면도의 볼거리 골고루 돌아보며 맛있는 음식 실컷 먹고, 소금냄새가 코를 간질이는 바닷가에서 이른 봄을 만끽하고, ‘하하 호호’ 웃고 즐기며 일상의 피로를 풀고, 가족들의 우애를 돈독히 하며 하루를 알차게 보낸 봄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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