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교육국 북한산행기
직장에서 상사 동료들과 쉬는 날 산행을 한다면? 소요비용으로 참가자들 각자 회비를 낸다면? 아마 불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오붓한 시간을 뺏기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여기 참석율이 90% 넘는 직장이 있다. 바로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교육국 가족.
지난 토요일 교육국 소속 전문직 북한산 등반이 있었다. 집합시각은 송추유원지 입구 08시 40분. 관사에서 출발하니 가느다란 빗발이 보인다. 일기예보로는 오후에 5mm 정도의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비가 계속 온다면 산에도 못 오르고 음식점에서 식사만 하고 돌아올 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준비부서에서는 도착하는 사람마다 간식 한 봉지, 식수, 타월, 우비 등을 나누어 준다. 사전준비가 철저하다. 부교육감 인사 말씀과 가이드 장학관의 안내를 듣고 곧바로 출발이다. 부교육감은 오늘의 산행 의의는 완주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의 봄을 느끼면서 인생을 배우고 산행하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와지자는 것. 학교에서는 모든 교직원을 알았는데 교육청에 근무하니 같은 부서 사람들만 안다. 다른 부서 직원은 잘 모른다. 복도에서 만나 목례를 나누지만 소속과 직책, 이름을 모른다.
이번 기회, 교육국 소속 직원끼리 친해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장학관끼리도 초중등이 다르면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지 않다. 장학사들도 마찬가지다. 산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평소 하지 못한 일상 대화를 나눈다면 인간적인 정이 붙지 않을까?
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선두그룹의 속도다. 선두가 빠르면 대열은 흩어지게 된다. 후미 그룹은 선두와 멀리 떨어지게 된다. 이것을 막는 방법은 하나. 선두에 산행 초보가 서는 것이다. 여장학사 두 분이 부교육감 앞에 선다. 이렇게 하면 산행에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첫출발, 송추 개울 건너기에 문제가 생겼다. 다 건넜는데 후미 여성 두 분이 보폭이 짧아 건너지 못한다. 어떻게 할까? 남성이 업고 건너도 되고 개울 아래로 내려가도 된다. 그들은 뒤돌아 큰 길을 우회하여 대열에 합류했다. 그 때까지 선두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출발부터 함께 하는 것이다.
오봉탐방지원센터 입구에서는 단체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남긴다. 가이드 장학관은 산행 안내판에서 스틱으로 짚어가며 안내를 한다. 여성봉을 지나 오봉을 거쳐 송추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산행 중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데 후미 그룹이 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선두와 후미 간격이 벌어지니 후미 대열의 여성 두분을 대열 앞에 서게 한다. 이게 초보산악인에 대한 배려다. 중간 휴식 때마다 각자 가져온 간식을 나누어 준다. 아름다운 풍경이다. 여성봉에서 휴식 시간이 길었는데 오봉을 바라보며 먹는 두부김치와 녹두전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조금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먼저 올라간 사람이 손을 내밀어 밑에 있는 사람을 잡아 당겨준다. 산행하면서 파트너가 바뀐다. 파트너가 바뀌면 대화의 소재도 바뀐다. 관사 생활 이야기, 교직 선배 이야기, 학교 이야기 등을 나눈다. 진달래꽃와 노오란 생강나무 꽃을 보면서 봄을 이야기 한다.
함께 하는 산행, 이래서 좋다. 우선 낙오자가 없다. 몸에 무리가 오지 않는다. 산악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자연을 느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직장 단합이 된다. 개인 시간을 뺏긴 것이 아니다. 직장 상사, 선후배 동료들과 정을 두텁게 하며 추억을 남긴 것이다.
하산하여 출발지로 돌아오니 오후 1시 30분. 무려 5시간 산행을 한 것이다. 중간 중간의 휴식시간을 빼면 실제 산행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이번 산행의 좋았던 점은 초보자를 배려한 산행, 모두가 함께한 산행, 적당한 휴식, 휴식 시간에 준비한 간식 나누며 대화 나누기, 주관부서의 철저한 준비 등이다. 점심으로 두부 전골을 먹으며 부서별 단합을 외친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