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흔히들 아무나 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도시농부로서 베란다 텃밭은 우리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 투자한 돈은 몇 천원이지만 얻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수확의 기쁨은 물론이고 자연을 가까이 하다보면 삶에 활기가 살아난다. 성품이 부드러워진다.
베란다 텃밭의 좋은 점은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녹색공간 조성이다. 그 공간을 바라다보면 눈이 시원해 진다. 수확으로 나오는 열매는 무공해 친환경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인체무해다. 더 신바람나는 것은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는 것. 어떤 땐 생명의 경이감까지 느낄 정도이다.
벌써 몇 년째 베란다 텃밭에서 재미를 보았다. 아침 기상하면서 문안 인사 드리고 퇴근 후에는 안부를 묻는다. 하루 두 번 정도 물을 준다. 환기에도 신경 쓰고 햇빛을 잘 받게 해야 한다. 식물이 자라는 숨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식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다.
지난 4월 중순, 올해도 토마토 두 모종, 고추 모종 10개를 사다 화분에 심었다. 토마토는 순치기를 배워 본가지에서 나오는 곁순은 따서 없앤다. 뿌리에서 올린 양분을 열매맺기에 보내야 한다. 줄기가 풍성해지면 열매가 부실하다. 새로운 줄기 뻗기보다는 열매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토마토의 경우, 벝에서 자라는 것만 못하다. 노지에서는 포도송이 처럼 주렁주렁 열매가 맺히는데 여기서는 10여개의 꽃 중에서 두 서너개 맺히는 것이 고작이다. 지금 두 개의 화분에서 녹색의 방울 토마토가 열매 여덟개가 매달려 있다. 이제 좀 있으면 열매가 붉어지리라.
그런데 고추 농사에 이상이 발생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야 정상인데 개화 후 열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고추꼭지까지 그대로 떨어지고 있다. 바람이 불어 꽃가루받이는 되고 있다. 작년과 자연 조건은 같다. 그런데 열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애고추를 수확하여 아침과 저녁 식사 쌈장에 찍어 먹으려는 꿈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처럼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다. 이제 원인을 분석해 본다. 화분도 작년 것 그대로다. 흙은 작년 화단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바람 햇빛 등 자연 조건도 비슷하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다.
식물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일까? 작년까진 필자가 도맡아 키웠다. 올해는 아내가 키운다. 직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 베란다 식물을 매일 가까이 할 수 없다. 대신 아내가 물주기, 햇빛, 통풍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내의 식물에 대한 사랑이 무족하다고 말할 순 없다.
그렇다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잠정적으로 종자(모종)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꽃은 피고 꽃가루받이가 되는데 열매를 맺지 못하고 그대로 떨어지는 것은 품종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이 고추모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내와 상의해야겠지만 반품, 교환은 어떨까?
이제 구입처인 수원농협유통센터에 가 보아야겠다. 물건에 하자가 있으므로 교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고추꽃만 피우면 무엇하는가? 꽃이 목적이 아니다. 고추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 세상 사는 이치가 과정도 좋아야 하지만 그 결과도 좋아야 한다. 과정은 좋은데 결과가 없다면 허탈하다. 고추농사를 자체평가하면서 인과관계를 따져본다. 고추농사 실패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