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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페르소나를 벗고

베네치아를 여행하던 때가 생각난다. 작열하는 이태리의 태양아래 어느순간 신기루처럼 내 앞에 나타나던 바다위 환상의 도시 베네치아. 물의도시 답게 곤돌라와 수상택시, 수상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이고 베네치아인이라면 누구라도 ‘산타루치아’ 한 소절을 멋들어지게 부를것만 같은 낭만의 도시. 그리고 베네치아 기념품 가게마다 넘쳐나던 가면의 물결들… 당시 난 가게마다 즐비한 이국적인 가면을 보면서 섬뜩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페르소나(Persona)는 로마시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서 쓰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다. 심리학적으로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이 쓰는 사회적 가면 또는 사회적 얼굴을 의미한다.

우리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가면, 즉 페르소나를 쓰고 산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적절히 위장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성의 가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의 모습을 가면 뒤에 감춘 채 페르소나로 위장한 모습이 자신의 참모습인양 살다보면 참 자기에서 점점 멀어져 갈 것이다. 또 내가 의식하는 ‘나의 본모습’과 ‘가면속의 나’의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심리적 갈등과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가면을 벗은 민얼굴이 건강해야 페르소나로 위장한 모습에서 언제든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민얼굴에 자신이 없다면 페르소나로 꽁꽁 위장한 채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한 삶은 공허만이 남을 뿐이다.

나는 어떤 페르소나로 나를 포장하고 있을까? ‘배려심 많고, 독립적이며, 누구에게나 친절한’ 등의 여러 가지 가면으로 나를 위장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페르소나 뒤의 의존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은 철저히 감춘 채 말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 가정교과를 싫어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이나, 바느질을 못하는 것 때문에 살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낀적은 없었다. 음식은 하다보면 자연히 늘게 되고 바느질도 급하면 세탁소에서 대신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 키우는 일을 배운적이 없는 나는 지금까지도 허둥대며 하루를 보내곤 한다.

우리 아이들이 발달과정에서 심리학을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사회의 많은 병폐와 내재된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나를 이해하는 작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나아가 부모가 되었을 때 심리적으로 건강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강한 부모가 키워낸 아이들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어 갈 것이다.

페르소나를 벗고 당당하게 민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가면무도회에 빠져 지내다보면 어느새 연극은 끝나고 무대엔 공허만이 남을 것이다. 나를 돌아보는 연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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