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명절도 잊은 채 향학열(向學熱)을 불태우는 아이들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추석 명절 연휴에 교무실과 교실 분위기가 다소 들떠 있었다. 8월 말 자율학습 감독을 짤 때도 연휴 전날이라 자율학습을 원하는 아이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아예 자율학습 감독도 배정하지 않았다.
학급 조회를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온 김 선생이 학년부장인 나를 찾아와 말했다.
"부장님, 학생들 오늘 자율학습 없죠?"
"네. 저번 회의에서 하지 않기로 결정 났죠? 그런데 왜 그러시죠?"
내 질문에 김 선생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아이들이 평소처럼 오늘 자율학습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네요. 그것도 12시까지 말입니다."
"그래요. 녀석들이 기특하군요."
"그런데 감독은 어떡하죠?"
내심 김 선생은 오늘 배정되어 있지 않은 자율학습 감독을 염려하는 눈치였다. 더군다나 연휴를 앞두고 선뜩 감독을 자청하는 선생님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자율학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반별로 파악해 보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여타 학급에서도 김 선생의 학급과 마찬가지로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 아이들 모두가 평소처럼 자율학습 하기를 희망했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이런 생각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 늦게 귀성 길에 오르는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모든 선생님을 대신하여 감독을 자청했다.
자율학습에 임하는 아이들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해 보였다. 추석 연휴도 잊은 채 자신의 목표를 향해 향학열을 불태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가위 보름달 만큼이나 밝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