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을입니다.
변함없이 기다려준 계절의 인사를 받으며
맑은 물소리 내는 계곡이 차츰 조용한 얼굴로 다가섭니다.
아이들도 계절을 닮아가는지 한층 아름다운 미소로 답해줍니다.
지난 여름 땡볕에 잘 자란 아이들의 키 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 영혼을 세수하며 부족한 일상의 삶을 시간을 재며 하루를 닫곤 합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눈물이 나올 듯한 감동으로
이 곳을 제게 허락하신 하늘의 갚은 배려와 사랑에,
내게 주어진 은총에 창밖의 새들처럼,
교정의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노는 청솔모처럼
가슴 뛰는 하루를 엽니다.
음악을 들으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는 행복함,
온 팔을 들어 가을을 맞이하는 조용한 나무들처럼 나도 하늘을 봅니다.
지난밤의 별들이, 하늘에 숨어서 밤을 기다리듯,
내 영혼도 늘 그렇게 그리움의 편지를 쓰려합니다.
아이들의 목소리,
발자국 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려옵니다.
꿈을 먹고 달려오는 아이들의 상냥함을,
투명한 언어들을 오늘도 담아 가렵니다.
먼 곳에 사는 당신에게도
이 행복한 가을의 인사가 들리기를 소망합니다.
마음의 벗이여!
가을을 보냅니다.
그리움의 그릇에
피아골의 잔잔한 물소리와 청명한 공기를 실어 보냅니다.
(2004년 9월 4일 아침 피아골 연곡분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