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24절기 중 18번째인 상강(霜降)이었다. 글자 그대로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4절기 하면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줄 아는데 양력이다. 태양의 황도(黃道)가 210도를 지날 때가 상강이다. 상강의 또 다른 의미는 가을이 끝나가는 절기이다. 한 절기는 15일 동안이므로 5일씩 3후(候)로 나누어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고, 초목이 누렇게 되며, 동면(冬眠)하는 벌레가 모두 땅속으로 숨는다고 하는 절기이다.
늦가을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높은 산에서 내려앉은 고운단풍이 아파트 창 너머로 보인다. 주말이면 집안에 있을 수가 없다. 무더운 여름 내내 푸름을 자랑하더니 울긋불긋 예쁜 색깔로 물들어 단풍놀이에 나선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빨갛게 물들이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추면 단풍이 조명을 받아 더욱 아름답다. 자연의 조화가 눈부신 아름다움을 연출하여 가슴을 설레게 한다.
딸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주말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모였다. 붉은 단풍도 좋지만 노란단풍이 아름다운 은행나무 길을 걷기 위해 괴산에 있는 문광저수지를 찾아갔다. 문광저수지는 마을주민이 심은 은행나무길이 호수와 조화를 이뤄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새벽 물안개가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곳으로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오고 있다. 노란색 은행잎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고즈넉한 시골 저수지와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탐방객으로 넘쳐났다.
겨우 주차를 한 우리 가족은 은행잎을 밟으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수지 가장자리로 노란 은행잎이 물위에 떠 있는 모습이 파란 호수와 너무 잘 어울렸다. 작은 버드나무 그루터기가 은행잎을 모으고 여기 저기 낚시를 할 수 있게 떠있는 작은 집이 호수와 너무 잘 어울렸다. 입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니 농촌테마공원을 조성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괴산에는 경치가 아름답고 가족단위로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너무 많이 있어 좋다.
은행나무
단풍 길을 택한 이유는 사위들이 즐겨먹는 괴강(槐江)변에 있는 매운탕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하였기 때문이다. 12시 반이 되어 예약전화를 했더니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휴일이라 점심손님이 밀려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칠성 천에 가을의 상징인 갈대숲을 찾아갔다. 갈대와 물 억새가 함께 어우러져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한가로워보였다. 손주들과 딸들은 함성을 지르며 메뚜기도 잡고 사진을 찍으며 물가에서 물수제비 따먹기를 하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며 놀았다.
메기 매운탕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식당 앞 마당에는 느티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아이들은 낙엽을 날리며 좋아했다. 어른들은 낙엽을 인생에 비유하며 수심(愁心)에 젖는데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등산복차림의 관광객들은 야외들마루에서 점심을 먹으며 만추(晩秋)의 계절을 아쉬워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산과 강이 흐르고 별미를 맛보는 가운데 늦가을의 짧은 해는 따스함을 안겨주었다.
우리일행은 문경관문에서 열리고 있는 사과축제를 보러가자며 새재 입구로 들어서니 많은 차량이 빠져 나가고 있었다. 축제 마지막 날이며 휴일과 겹쳐 주차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 들어가니 차량이 밀려서 거북이 걸음이었다. 요즘은 일교차가 심한 산간으로 들어 갈수록 사과가 잘된다고 한다. 양광, 감홍 사과가 맛있다고 하며 아내는 딸들에게 한 상자씩 사주었다. 올해는 대추, 감, 밤, 도토리까지 너무 풍성하게 달렸다. 시식용으로 나눠주는 사과조각을 먹어보며 너무 맛있다고 감탄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수안보에서 온천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늦가을 단풍놀이를 잘했다는 사위들의 인사를 받으니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