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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설악 풍경 만끽하는 흘림골과 주전골

6월 21일, 청주직지산악회원들이 강원도 양양의 흘림골과 주전골을 다녀왔다. 흘림골과 주전골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 위치한 계곡이다. 흘림골은 계곡이 깊고 숲이 짙어 늘 안개가 끼고 날씨가 흐린 것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에 이르는 3.5㎞ 거리다. 주전골은 용소폭포 입구의 시루떡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거나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이 계곡에서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용소폭포에서 오색온천 입구까지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여럿이 만나는 자리가 부담스러워 산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승용차로 청주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하여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오르니 빈자리가 여럿이다. 7시 관광버스가 북쪽을 향해 출발하자 크로바 총무님의 사회로 코지 회장님의 인사와 맑은바다님의 산행안내가 이어진다.


참 좋은 세상이다.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와 인제의 작은 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손녀의 사진을 보며 자유를 누린다. 차창 밖 풍경은 전날 비가 내렸지만 강줄기가 바짝 말라 안타깝다. 힘겨운 소리를 내며 해발 920m 지점의 한계령 정상을 넘은 관광버스가 10시 40분경 흘림골탐방지원센터 앞에 도착했다. 역시 설악산 줄기가 만든 풍경이 최고로 아름답다. 집채만한 바위 앞에서 기념사진도 촬영한다.


준비물을 챙기고 여심폭포, 등선대, 등선폭포, 십이폭포, 용소폭포, 금강문, 선녀탕, 성국사, 오색약수터로 이어지는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가 맑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으니 발걸음도 가볍다. 다정하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부부바위가 계곡 초입에서 눈길을 끈다. 계곡을 따라가며 멋진 능선이 이어지자 환호성이 들려온다.

700여m 지점에서 높이 20여m의 여심폭포를 만난다. 여심폭포는 여신폭포로도 불리는데 폭포의 모양이 여성의 음부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폭포수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던 명소로 물이 흐르지 않아 폭포의 속살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여심폭포에서 등선대 입구까지 300여m 거리는 깔딱고개로 불릴 만큼 경사가 가파르고 정상은 큼직한 바윗덩이로 이루어져 오르기가 쉽지 않다. 신선이 날아올랐다는 등선대에 오르지 않고 어떻게 설악을 봤다고 말할까. 만물상 정상인 등선대(높이 1002m)는 점봉산과 설악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최고의 조망지다.


등선대에서 삼거리로 내려와 주전골 방향으로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데 에어컨이 따로 없다. 아래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살찌는 소리가 난다. 등선폭포(登仙瀑布)는 계곡 주변에 쉼터가 많은데 신선이 등선대에서 하늘로 오르기 전 이곳 폭포에서 몸을 깨끗이 정화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가 내린 뒤 높이 30여m 폭포가 신선이 백발을 휘날리며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보인다지만 가뭄에 가는 물줄기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졸졸졸 물소리라도 들려오면 좋으련만... 물이 없어 더 덥지만 경치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가며 이름 없는 폭포들이 많다. 계곡에 온갖 보약들이 지천이라 급할 것도 없다. 힐링 제대로 하려면 산에서 늦게 내려가야 한다. 십이폭포(十二瀑布)는 점봉산에서 시작된 계곡물이 열두 굽이를 흐르며 폭포를 이루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경사가 완만한 폭포가 12폭의 비단을 풀어놓은 것처럼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져 전체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흘림골과 주전골은 기암괴석과 폭포가 이어지고 풍광이 빼어나다. 주전골삼거리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운데 왼쪽으로 가면 가까운 거리에 붉은빛의 암반 사이로 하얀 계곡물이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높이 10여m의 용소폭포가 있다. 천년 묵은 이무기 2마리가 7m 깊이의 소에 살다가 수놈은 용이 되어 승천하고 준비가 부족했던 암놈은 이곳의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폭포 입구에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시루떡바위가 있다.


주전골은 계곡 옆으로 기암괴석 봉우리가 만든 절경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용소폭포를 구경하고 주전골삼거리에서 오색약수 방향으로 내려가면 출입문처럼 사람들이 겨우 드나들 정도의 틈이 있는 두 개의 바위가 서로 기대어 서있다. 좁은 틈새 때문에 욕심 많은 사람은 지날 수 없다는 금강문이다. 아래편의 선녀탕은 밝은 달밤에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갔다는 곳으로 옥빛 물을 담은 널찍한 소가 아름답다.


주전골 계곡에 작고 아담한 사찰 성국사가 있다. 이곳에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을 피우는 신비한 나무가 있었대서 오색석사로도 불리는데 이름 모를 작은 석탑 앞에 통일신라시대의 양양 오색리 삼층석탑(보물 제497호)이 서있다. 사찰 마당에서 위장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진 석수를 맛볼 수 있다.


트래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1500년경 오색석사의 스님이 발견한 오색약수(천연기념물 제529호)를 만난다. 오색약수(五色藥水)는 오색천 개울가의 너럭바위 3개의 구멍에서 솟는 약수로 철분과 탄산질이 많아 물맛이 특이하다.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 빈혈 등에 효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오색약수도 물이 말라 내뿜는 양이 적다. 3시 10분경 상가를 구경하며 주차장 앞 족욕체험장에 도착해 물에 발을 담근채 피로를 풀고 3시 45분경 40여분 거리의 주문진으로 향한다.


주문진항의 영광횟집(033-661-4951)에 도착해 생선구이를 안주로 뒤풀이를 하고 어항을 중심으로 회센터와 건어물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항구를 돌아본다. 5시 40분 출발한 관광버스가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평택제천고속도로 금왕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 청주종합운동장 앞에 도착한다. 출입문 밖에 서서 일일이 손을 잡아주는 운영진과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설악이 만든 풍경을 만끽한 트래킹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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