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재정경제부는 대학 교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원이 받아오던 연구보조비 비과세 혜택의 범위를 매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2007년까지 완전 폐지한다는 내용을 고시하였다.
현행 소득세법시행령에 의하면, 대학 교원의 비과세기준은 대학교원이 소속 기관에서 받는 연구보조비에 대해 연간 급여합계의 20%까지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을 개정하여 매년 5%씩 축소해 2007년부터는 년간 총급여액에 대해서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경제부의 개정 방침에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형평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조세형평의 원칙은 지켜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제반 여건이 충족하지 못하고 미흡할 때는 법 적용에도 예외를 두게 마련이다. 대학교원 연구보조비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대학교원의 연구보조비는 1970년대 중반 국가적으로 경제개발우위정책을 전개하던 시절에 대학교원의 봉급을 제대로 인상시키지 못해 대학교원의 보수가 낮아 여러 가지 생활고를 겪게됨에 따라 이를 실질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도입된 변형된 보수정책의 하나이었다.
특히, 국·공립대학 연구보조비는 지난 1975년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간의 보수격차를 해소하고 교수들의 기초적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월정액으로 지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름대로 대학교원의 처우향상에 일조하였다. 이처럼 대학교원의 연구보조비에 대한 비과세 조치는 그간 정부의 부족한 재원을 대리로 보존하게 하여 실질적인 보수 향상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원의 연구분위기 조성에도 일조하여 대학교원의 사기진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의 이번 방침이 조세형평의 원칙에 앞서서 연구보조비 비과세 폐지에 따라 파생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대학교원 연구보조비 비과세 혜택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도록 재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학교원의 연구보조비 비과세 혜택은 대학교원의 연구의욕 고취 및 사기진작을 위한 정부의 상징적·정책적 의지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제도의 폐지는 대학교원의 실질급여가 삭감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연구의욕 고취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대학교원의 사기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학교원의 총급여의 20%에 해당되는 연구보조비에 대한 비과세혜택이 폐지될 경우에 실질 급여가 5∼6% 정도 삭감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만큼 대학교원의 사기저하와 불만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이 대학교원들은 급여의 일부분을 할애하여 각종 연구에 소요되는 전공서적, 학술지, 자료 등을 구입하고 있는 현실을 비춰볼 때 연구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둘째, 대학교원의 보수가 실질적으로 5∼6%정도 축소되는 만큼 이를 보존하기 위한 대학교원들의 보수인상 요구가 앞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대학교원 보수 인상요인은 대학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결국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전국 대학재정의 주요 수입원은 2002년 기준으로 대학생 등록금이 75.1%를 차지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대학교원의 보수 인상은 대학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셋째, 대학교원의 연구보조비 비과세 혜택 폐지는 전국 대학재정 구조의 취약성에 비춰볼 때 대학 재정운영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2002년 기준으로 대학재정구조 중 지출비를 분석해 보면, 대학교원의 보수 51.3%, 연구학생경비 30.7%, 관리운영비 15.3%, 기타 1.7%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교원의 보수가 대학운영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대학교원 보수 인상은 여타 비용의 축소로 이어져 대학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당수 지방대학의 경우, 국내 경제 악화와 학생 미충원 등으로 말미암아 금년도 교원보수 수준은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대학재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대학교원 연구보조비에 대한 비과세 혜택마저 없어진다면, 대학교원의 실질적인 보수 감축 효과는 소규모 지방대학 일수록 더욱 클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한 대학교원의 연구의욕 저하 및 상실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학교원 연구보조비는 국가교육재정이 빈약한 시기에 실질적인 처우 향상의 일환으로 도입된 변형된 형태의 보수정책인 만큼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여 바로잡아야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대학교원의 연구보조비 과세에 따라 대학교원의 총급여에서 삭감된 급여액을 각 개인에게 부과시킨 만큼 정부가 삭감된 급여액만큼의 대체적 보수정책을 병행하면서 보존해주는 것이 보수지급의 균형성에도 부합된다고 하겠다.
여하한 정부는 대학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지 이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될 일이다. 대학교육의 질 제고는 대학교원의 끊임없는 연구의욕과 사기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대학재정의 안정적 운영이 정착될 때까지 연구보조비 비과세 혜택은 당분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