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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손편지 한 장에 담는 인성 교육


<6월 30일 자로 그만 두는 급식실 조리사님께 보낸 1학년 아이들의 편지>

인성 교육을 외치는 목소리가 요란합니다. 나라에서도, 교육학자들도, 심지어 수업안 까지도 인성 교육을 넣지 않은 교안은 뭔가 잘못을 한 것처럼, 인성 교육에 방점을 찍은 공문들도 넘쳐납니다. 생각해보면 그만큼 인성이 무너진 나라임을 광고하는 듯하여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인성 교육의 덕목을 입으로 주절주절 외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교육과정에 인성 교육을 표시한다고 될 리도 없습니다.

인성은 말 그대로 인간의 성품입니다. 사람다움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문서 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일상 속에서 물 흐르듯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생활 중에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어제는 1년 동안 급식실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시던 분이 자리를 내놓는 날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해서 오후 늦은 시각까지 전 교직원과 학생들의 점심밥을 정성스럽게 마련해 주시던 그 분이 그대로 그만두시는 게 못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동안 우리들을 위해 수고하신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까 하고.

우리 1학년 아이들은 당연한 듯이 감사 편지와 그림을 그리자고 했습니다. 교육과정에는 없지만, 꼭 해야할 의무는 없지만 한 시간 동안 그림도 그리고 손편지도 썼습니다. 이제 겨우 낱자를 깨달아가는 아이들에게 글자 공부를 시키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자신들의 정성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마음에 즐거운 마음으로 편지를 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참 예뻤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가서 우리 아이들은 그분에게 편지를 전하고 한 번씩 안아드리자고 했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나의 작은 선물과 아이들의 편지를 받아든 그 분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좋아하셨습니다. 이른바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그만두는 자신을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아이들은 더 좋아했습니다.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작은 이별에도 마음을 표현하는 손편지 한 장이 준 잔잔한 감동을 나누며 아이들도 나도 행복했습니다.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굳이 인성 교육이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친구 생일에 1학년 아이들이 쓴 손편지와 생일 선물>

우리 반 아이들은 친구 생일이 되면 손편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꼭 선물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담은 편지 한 통이 주는 감동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1학년 때 친구들이 꼼지락거리며 쓴 편지를 꺼내어 보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준 책 선물에 적힌 사랑과 격려의 편지는 힘들 때마다 꺼내 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축구 선수가 꿈인 기탄이에게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준 아이들의 아름답고 순진한 생일 축하 편지를 기록으로 남겨 주는 일은 담임인 내가 할 일입니다.

자기 생일이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 되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하는 서연이도 달래 두었습니다. 그 다음 날이라도, 그 전날이라도 꼭 생일 축하 편지를 친구들도 선생님도 써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넨 공책 한 권과 손편지 하나에 우정과 칭찬, 감사와 격려를 담았으니 우리 아이들의 인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봉투에 담아주며 보물이니 버리면 안 되는 거라고 했더니 영원히 간직할 거라고 즐거워하는 기탄이의 표정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손편지를 쓰게 합니다. 종업식 날에는 방과후 강사 선생님들께, 학교 선생님들까지도 쓰게 합니다. 미주알고주알 삐뚤빼뚤 쓴 편지 한 장을 받고 두고두고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선생님들이 주는 사랑은 아이들의 영혼을 키우는 보약이 되고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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