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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알파를 찾아라

“한국 사회에서 ‘공부’는 99% ‘교육’을 의미한다.” 김용옥 선생의 비수를 꽂는 한마디다. 공부라는 단어가 교육과 동일시된다는 사실은 한국 교육의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말은 곧 교육을 잘 받아 높은 점수를 성취한 것이다. 그러나 공부(工夫)의 근본적인 의미를 통찰해 보면, 분명 ‘학업적 성취’이외의 그 어떤 것이 존재하고, 또 존재 해야만 한다. 이를 망각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부=교육’의 공식에서 ‘공부=교육+α(알파)’라는 것을 자각해야만 한다. 이 알파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알파’의 덕목들에 대해 논하고, 기존의 좁은 의미의 공부와 진정한 의미의 공부의 차이에 대해 서술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한국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진정한 의미의 공부는 ‘높은 점수’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로 나타낼 수 있다. 교육과 학습의 범주를 넘어서, 무예나 예술, 인격수양도 공부의 의미를 설명하기 충분하다. 오히려 이러한 요소들이 진정한 의미의 공부를 더 잘 설명해 준다. 공부(工夫)의 함의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더 근본적인 수양을 통해 이르는 경지가 바로 공부의 도(道)이다.

그렇다면, 높은 점수를 성취하는 기존의 공부와 수양을 통해 이르는 경지인 진정한 의미의 공부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소유(所有)와 존재(存在)의 관계로서 설명할 수 있다. ‘높은 점수’는 개인의 내적 성장이라기보다는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유물’이다. 소유지향적인 삶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객관적인 점수로 나타나는 이 ‘소유물’은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때문에 이러한 공부 방식이 피상적 학습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공부의 의미가 변질되어버렸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공부란 다소 존재 지향적이다. 존재 즉, ‘being’과 ‘doing’에 초점을 맞추는 공부는 ‘본래적 의미’를 탐구해야한다. 바꿔 말하면, ‘나’라는 자아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그 수준을 향상시킨다. 그런데 향상시키는 대상이 무술이든 예술이든 학문이든지는 상관없다. 다만, 한 분야를 진심을 다해 인격적으로 수행해 내느냐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존재지향적인 공부를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존재 지향적 공부는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인간의 본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소유지향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부를 주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절차적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한다.

한국 교육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부는 수박씨가 아닌 호박씨와 같은 것으로써 이해되어야한다. 호박씨는 하나를 잡아 빼 내면, 자연히 그 주변의 씨들도 따라 올라온다. 그러나 수박씨는 그렇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부의 대한 개념을 단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학습자 스스로 내용을 구성하며 다양성과 깊이를 인정해 주는 호박씨 같은 학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구성주의 교육이 진정한 공부의 의미에 가장 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한국 교육에서는 비고츠키 혁신학교가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이끄는 데 있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교육을 위해 앞서 제시한 공부에 있어서 ‘알파’를 찾는 노력을 잠시도 멈추면 안 될 것이다.

소유만이 정답이라고 규정짓는 사회에서 존재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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