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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벽지학교들, 결손가정 학생 지도 부심

전남 초등교 절반, 이혼가정 자녀 10% 넘어


"전교생이 73명인데 3분의 2가 이혼가정 등 새가정 학생들이에요. 아이들 정서가 불안해 수업에 관심이 없고 방과후 가정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기초학습력이 크게 떨어져요."

"대체로 이혼가정의 학부모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없어요. 생계가 발등에 떨어진 문제거든요. 아이에 대해 얘기 좀 하려해도 만남 자체를 피해시기도 해요."

농어촌 도서벽지 학교의 경우 날로 급증하는 이혼가정 학생 때문에 교사들이 부모역할까지 해야 하는 등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과후 개인지도를 자청하고 교육경비까지 대납하며 보살피고는 있지만 교사들은 "학교, 교육청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과 새가정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 재편, 상담 연수 등의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가 전남도내 106명의 교사를 면담하고 270개교(교사 27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편부모 가정·재혼 가정·미혼모 가정 등 새가정('결손가정'이 편견을 내포한다는 의미에서 제안) 학생 비율이 10% 이상인 학교가 51.4%에 달했다. 심지어 K초는 새가정 학생 비율이 91%(전교생 76명 중 69명)에 달하고, P초도 한 반 학생수가 10명인데 9명이 새가정 학생으로 나타났다.

"시골로 전학 오는 아이 대부분은 부모가 이혼해서 조부모에게 보내진 경우"라는 한 면담 교사의 대답은 농어촌 도서벽지 학교일수록 이혼가정 학생이 많아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로 소재지별 새가정 학생 비율이 도시 3.2%, 읍면 6.2%인데 비해 도서벽지는 15.7%로 이미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새가정 학생을 오히려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다. "우리 반은 29명 중 11명이 새가정 출신이에요. 그래서인지 새가정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왕따가 생긴 일도 없다"는 한 교사는 "우리반 회장도 부모가 이혼해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런 학급환경으로 인해 학생 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토로한다. 부모 역할까지 해야 하는 어려움(76.9%)이나 부적응 지도에 힘이 든다(82%)고 동의한 교사가 많았고, 각별한 관심과 대화를 하려해도 시간이 부족(72.1%)하고 상담기술이 부족(52.5%)해 난감하다는 반응도 높았다. 특히 경력이 낮은 교사일수록 상담 기술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사들은 이혼가정 학생들을 지도할 때, 특별히 자신감을 북돋아 주거나(90%) 사용하는 언어를 조심하고(84.3%) 소풍·야영 때 챙겨주며(76.4%) 많은 대화를 시도한다(75.8%)고 응답했다. 또 교육과정이나 숙제 내용을 재구성하거나(70.5%) 각종 경비를 대신 지불한다(42.9%)는 교사도 많았다.

K교사는 "집에 가야 따로 보살필 사람이 없어서 제가 학교에 같이 남겨 두고 읽기나 쓰기를 가르치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애들의 급식비를 내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가족'이라는 단원을 가르칠 때, 이혼가정 아이들에게 민감한 부분은 내용을 재구성해서 가르치거나 '자랑스런 우리집'이란 제목으로 자기 가정에 대해 조사해 오도록 준비를 시키는 교사도 있었다. 또 어떤 교사는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수업 도중이나 쉬는 시간에 종종 심부름을 시키기도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혼가정 학부모들의 비협조와 개인적인 배려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교사들은 학교와 교육청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촉구한다. 이중 현장학습 비용 등을 포함한 추가 재정지원(65%), 문서상은 아니나 실제로 이혼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71.5%), 인성지도 프로그램
운영(76.1%), 가정 파탄을 막기 위한 부모교육 프로그램 운영(64.4%)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박남기 교수는 "사회와 학교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이혼가정 출신자의 4분의 3이 이혼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며 "가족 관련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이혼가정 자녀 지도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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