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교평준화가 3년째 접어들었다. 특히 올해는 평준화 원년의 현 고3 아이들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첫해라 강원도 도교육청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관심이 그 여느 해보다 대학입시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합격을 시키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남다르다.
이십 여일도 채 남지 않은 수능을 위하여 매시간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적잖은 측은지심을 느낀다. 수능 일(11월 12일)이 가까워질수록 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며칠 전 한 학급에서 평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끼리 사소한 문제로 심하게 다툰 일이 있었다. 큰 싸움이 아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만큼 아이들은 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히 긴장한 탓에 예전보다 수업시간 빈번하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맘때쯤이면 아직 대학 수시모집에 단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한 아이들과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은 초조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음에도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출근하자마자, 한 아이의 호들갑에 교무실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했다. 예정된 날짜보다 일찍 합격자 발표가 난 대학의 합격 소식을 담임 선생님께 말해 주려는 한 여학생 때문이었다. 사실 요즘 담임 선생님의 일상은 수시모집 1단계 발표에 ‘학급의 아이들이 몇 명이나 합격했을까?’ 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합격하여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떨어져 낙담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담임 선생님의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가 않다.
1단계 전형에 합격한 아이들은 몇 배수 뽑아놓은 전형에서 최종합격을 위해서는 다음 단계를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다. 수능 이후에 이뤄지는 전형은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어 다행이지만 전형 일자가 수능 이전에 잡혀있는 경우에는 수능과 전형준비로 아이들은 이중고를 겪어야만 한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수능 이틀 전에 합격자를 발표하여 수험생과 학부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수시모집 1단계에 합격한 아이들은 틈틈이 2차 전형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 촌음(寸陰)을 어떻게 유효적절하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구체적으로 세워 성실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책이나 문제지를 사 푸는 것보다 지금까지 치른 모의고사 기출문제와 교과서를 다시 훑어보면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시모집 지원한 대학에 단 한 군데에 합격하지 못한 아이들은 그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 제 페이스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학에 합격한 사람보다 떨어진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야간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이용하여 학급별 삼삼오오(三三五五) 짝을 이뤄 면접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는 모습에서 대학에 합격하려는 아이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면접지도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설령 아이들이 면접을 매끄럽게 진행을 잘 못 하더라도 심한 꾸중보다 차분하게 잘못된 부분을 수정이나 반복하도록 해줌으로써 면접요령을 익혀주어야 할 것이다. 지나친 관여로 아이들이 면접을 준비하는데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꼭 합격해야 한다.’는 시험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을 심어주어 건강에 해를 끼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다.
강원도 평준화 원년의 대학 입시 결과가 마치 평준화의 성공과 실패로 비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을 제도의 희생양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수능에 모든 아이가 최상의 몸 상태로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도와주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