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강화도 서쪽 1.5㎞ 지점에 있는 석모도로 산행을 다녀왔다. 석모도는 가까운 거리지만 배를 타고 건너는 재미가 있고, 낙가산 기슭에 자리 잡은 보문사 뒤편의 눈썹바위가 부근의 산림과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아침 7시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강화도로 향한다. 행복산악회는 회원들이 늘 가래떡·빈대떡·사과·과자를 협찬하고, 운영진이 커피를 자리로 배달해 입이 즐겁다.
평택제천고속도로 안성맞춤휴게소에 들른 후 산행에 참여하며 행복을 찾자는 달콤 회장님의 인사에 이어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일정과 총회 안내가 이어진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 거북이걸음을 반복하자 차량이 너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강과 남산, 63빌딩과 국회의사당이 창밖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후 한참을 더 달려 강화초지대교를 건넌 관광버스가 10시40분경 외포리선착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선착장 주변을 둘러보고 건너편에 있는 석모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외포리에서 석모도 석포리선착장까지는 여객선으로 7분 거리다. 11시에 출항한 삼보호가 여유를 부리듯 느리게 물살을 가른다.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여객선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갈매기 떼가 진풍경이었는데 다 어디로 가고 몇 마리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다를 건너니 갈매기라고 흥이 나겠는가.
석모도가 위치한 삼산면은 섬에 큰 산이 세 개 있어 붙여진 지명이다. 석포리선착장에서 보문사로 가다 보면 잔대기재로도 불리는 전득이고개가 나온다. 이곳이 해명산 산행 출발점이다. 차에서 내려 짐을 꾸리고 기념촬영을 한 후 11시 15분 서쪽으로 난 계단으로 접어들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전득이고개에서 해명산 정상까지 1.4㎞는 가파른 능선을 1시간쯤 걸어야 한다. 석모도 동쪽의 해명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아 산행이 수월하고 산과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바라보는 마니산 주변의 풍경과 정상의 암반 위에서 바라보는 서쪽바다의 풍경이 멋지다. 네이버지도에는 해명산 320m 낙가산 235m 상봉산 316m, 다음지도와 강화군문화관광에는 해명산 309m 낙가산 267m 상봉산 316m 로 높이가 달라 어느 산이 석모도의 주봉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해명산에서 낙가산 정상까지는 4㎞ 거리다. 방개고개와 새가리고개를 지나는 북서쪽 능선을 걷다보면 낙가산과 상봉산의 봉우리가 수시로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의 날씨마저 땅덩어리 큰 중국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그나마 오늘은 북경 하늘을 뒤덮은 스모그를 에어커튼이 막아 중국과 가까운 서해안도 조망이 좋다.
오늘의 목적지인 낙가산은 석모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 아니라 정상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승려의 옷이 떨어졌다는 곳에 보문사가 자리 잡고 있어 찾는 사람들이 많다. 기온이 높고 바람 한 점 없어 산행하기 최고로 좋은 날씨다. 산위에서 양달보다 응달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산행이 지루해지면 꼭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 낙가산 정상의 연두색 펜스 사이로 제법 널찍한 보문사와 눈썹바위가 내려다보여 산행을 즐겁게 한다. 상봉산까지 산행을 이어가더라도 석모도에서는 눈썹바위가 최고의 볼거리다.
세상만사가 요지경이듯 사람의 마음도 붙들어 놓기 어렵다. 낙가산 정상에 회백색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고 그 아래편에 눈썹바위와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너럭바위를 구경하고 삼거리에서 보문사 방향의 내리막길을 걷다 좌측으로 산허리를 따라가면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눈썹바위를 만난다. 산에서 내려오다 만나는 이정표에 눈썹바위 방향을 안내하는 표시가 없는 게 아쉽다. 남북분단마저 해결 못한 상황이라 눈썹바위의 마애관음보살상이 오랜 세월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서해바다가 애처롭다.
눈썹바위에서 420계단을 내려가면 보문사 경내로 들어선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낙가산 아래편의 서해바닷가에 위치한다. 중심전각인 극락보전을 비롯해 수령 600여년의 향나무(인천시기념물 제17호), 자연석의 거대한 석실, 민속자료인 맷돌을 구경한다. 극락보전 뒤편으로 눈썹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고 경내와 일주문의 거리도 가깝다.
2시 45분 주차장에 도착해 두부김치를 안주로 뒤풀이를 하고 석포리선착장으로 이동해 선착장 주변과 건너편의 강화도 서쪽 바닷가를 카메라에 담은 후 4시에 출항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북서쪽 바다에서 황청리와 석모도를 잇는 삼산연륙교 다릿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17년 1월부터는 차들이 다리 위를 씽씽 달리겠지만 이렇게 배를 타고 건너던 낭만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요즘 강화도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순무다. 특산물인 순무와 인삼을 구입하고 강화도의 후한 인심까지 경험하는 시간도 주어졌다. 강화도를 뒤로하고 청주로 향한 관광버스가 오랜 시간 올림픽대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 후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에 들르며 빠르게 달려 8시 40분경 집 옆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강화도를 청주행복산악회원들과 같이 다녀와서 더 즐거웠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