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시행하려는 학교장을 고소하기 위해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부모 위임장을 받아오도록 한 데 대해 동문들이 해당 교사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주 함덕정보산업고 총동문회는 지난달 28일 제주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교사는 스스로 교단을 떠나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총동문회는 "전교조 중등지회장인 김 모 교사가 NEIS을 강행하려한다며 학교장 고소용 학부모 위임장을 받아오도록 한 행위는 남의 칼을 빌어 사람을 해치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나 다를 바 없으며 스승이기를 포기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사는 교장의 직권남용과 학생인권 등을 운운하며 교장 고소에 대한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는데 김 교사 역시 담임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직권남용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총동문회는 "더 이상 후배들이 이런 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며 "해당 교사는 이번 일로 고통받은 모든 사람에게 사죄하고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동문회는 어머니회, 학부모회와 연대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총동문회는 이날 교육감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해당 교사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는 인사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동문들의 집단행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전교조 교사들은 같은 날 3시 45분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2학년 담임교사들의 입장' 글에서 "학교장의 강권에 맞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들 교사는 "나이스 반대 교사가 더 많은 상황에서도 독단적 결정을 한 학교장에게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며 "전후 사정을 무시하고 학생편에 위임장을 보낸 것만 갖고 얘기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에 김무근 총동창회장은 "자녀가 들고 온 학부모 위임장에 사인을 하지 않았던 학부모들이 우리 애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인데도 교사들의 입장 표명이 사과는커녕 자기합리화로 일관돼 있다"며 개탄했다. 그는 "나이스가 좋은지 나쁜지, 교장이 강행했는지 아닌지, 전교조 교사들의 주장이 맞든 안 맞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동문들은 어른들의 잘못을 끝까지 민주적인 원칙과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고 아이들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한 교사의 행위와 별다른 죄의식도 없는 태도에 분개하는 것"이라며 "교육청이 어떤 조치를 내리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공보감사담당관실 김석균 과장은 "학교장과 해당 교사에게 이번 사건의 배경과 전말을 보고하도록 조치했다"며 "위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응분의 인사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함덕정보산업고의 학교장 고소용 위임장 배포 파문은 지난달 18일 이 학교 교장이 제주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장의 눈물'이란 글을 올려 '일부 교사가 본인을 형사고발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학생들을 통해 학부모 위임장을 배부했다'고 폭로하면서 밝혀졌다. 실제로 이 학교 2학년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 30여명에게 민사소송용 위임장을 배부해 10여명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