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 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후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겁니다.
나는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윤동주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섰습니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한 편의 시가 가슴을 때리는 가을 아침입니다.
내가 서 있는 이 교실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어리기만 해 보이던 1학년 아이들이 의젓해졌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가을이 온 것입니다.
티격태격 싸우던 친구와도 예쁘게 잘 지냅니다.
교정의 나무들처럼 사루비아 꽃처럼
붉은 가슴 하나씩 들어앉은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 속에도
가을이 숨을 쉽니다.
해마다 같은 교실에서
해마다 다른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교실에서
나도 이제 가을로 가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처럼
나도 이 가을엔 질문을 시작하렵니다.
아이들을 잘 길렀느냐고
내 인생의 가을도 잘 여물어 가고 있느냐고
내가 보낸 언어의 씨앗들도 어디서 자라고 있는지 돌아보며 살고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