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행 지치지 말고 인근에서 활력 충전했으면일요일인 어제 설악산을 다녀왔다. 교직동료 부부와 선배 등 모두 5명이 설악산 단풍을 만끽하려고 설악산을 찾은 것이다. 그러면 그 넒은 설악산 중에서 어디를 찾았을까? 매스컴에서 한창 주목을 받고 남설악 만경대 코스를 찾은 것이다. 이번에 참가한 우리 일행 5명 모두는 단풍여행에 만족했을까?
인터넷 카페에서 인원을 모집한 여행사 버스를 이용했는데 서울에서 출발이다. 5시에 기상하여 서둘러 화서역을 향하였다. 마치 소풍을 떠나는 아이들 심정이다. 관광버스는 신도림역, 교대역, 잠실역에서 예약한 손님들을 차례대로 태운다. 무려 대형버스 3대가 출발이다. 세 곳에서 손님을 태우다 보니 버스는 인언이 차고 도착 시간이 지연된다.
중간에 머무른 휴게소, 여기서 설악산까지의 여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여자 화장실 줄이 주자창까지 50m 이상 늘어서 있다. 화장실 대기 줄을 참을 수 없는 여성은 남성용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아침식사는 김밥과 우동, 비빔밥으로 후다닥 해결했다. 여기서 아침을 먹고 산행 중에 점심을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설악산을 가다 보니 단체관광버스가 줄을 이어 달린다. 아마도 전국의 관광버스가 모이고 있나보다. 지난 주 설악산 소식을 보니 만경대 일대를 찾은 관광객이 1만 6천 명 되었다는 것이다. 차량 한 대 탑승인원 40명으로 계산하니 버스 400대가 모인 것이다. 자가용 관광객을 빼면 300대 이상이 설악산에 모인 것이다.
사람들은 왜 갑자기 설악산 단풍을 찾을까? 만경대 개방 소식 때문이다. 46년 만에 설악의 비경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46일간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그 이후는 다시 폐쇄한다는 것. 그러니까 그 비경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오늘 설악산을 찾은 사람들, 그 비경 제대로 보았을까? 우리도 그것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탄 버스는 한계령(992m) 정상을 앞두고 멈추어 섰다. 시각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다. 관광차량이 몰려들어 차량 정체가 생긴 것. 이후 버스는 가다가 서기를 반복한다. 한계령 정상을 넘어 오색약수터 쪽을 향하는데 버스 이동시간보다 정차시간이 더 길다. 일부 관광객은 하차하여 도로를 걸어서 간다. 어느 정도 가다가 우리도 하차하여 걸어갔다.
설악산 맑은 공기 마시러 왔다가 매연 마시는 도로보행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걷는데 얼굴표정을 찡그린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이렇게 걷는 것이 버스보다 빠른데 어쩌랴! 그리하여 우리가 도착한 곳은 용소폭포 탐방지원센터. 시각은 11시 경이다. 여기서 우리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구름 같은 인파. 대략 인원을 계산하니 몇 백 명이다. 만경대 입구는 입장을 못하고 그냥 대기중이다.
이건 단풍 구경이 아니라 사람 구경이다. 인산인해로 사람에 치이겠다. 사람에 의해 자칫 사고가 나고 말겠다. 만경대 구간 1.8km는 일방통행만 가능하다. 인파에 놀라 우리는 코스를 바꾸고 말았다. 용소폭포와 선녀탕, 성국사를 거치는 주전골을 택한 것이다. 만경대를 먼저 다녀온 사람에 의하면 오히려 전망은 주전골 코스 3.4km가 볼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곳은 고교시절과 수학여행 인솔 시 와 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주전골 코스도 인파는 마찬가지다. 다만 만경대 코스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한 사람은 줄서서 하는 산행을 참지 못해 샛길로 앞지르기를 한다. 점심시간이 다 되니 계곡마다 또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이게 휴일 단풍철 산에서 보는 익숙한 풍경이다. 단풍 구경 제대로 하려면 평일을 이용해야 하는데 직장인들은 그게 어렵다. 그러다보니 토요일과 일요일은 여유 없는 산행을 하는 것이다. 산행을 마치고 오색약수터에서 6시경 출발, 기가하니 밤11시가 넘었다.
우리가 만경대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 주전골로 향한 이유는 인파 때문이었다. 등산 인파에 그만 질리고 만 것이다. 46년 만에 보는 비경 대신 주전골 절경을 택한 것이다. 여기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가 밝힌 ‘남설악 만경대가 열린 이유’에 주목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만경대라는 금단의 빗장을 푼 것은 탐방객 배려도, 설악의 비경을 보여주겠다는 것도 아니라는 것. 순전히 오색지구 상인들과 양양군 주민들의 생계 때문이라는 것. 작년 흘림골 산사태로 탐방로가 폐쇄되자 관광객이 급감, 상인들의 흘림골 개방을 요구하자 그 대신 만경대를 임시로 개방한 것.
단풍 산행도 좋지만, 인파에 시달리는 산행은 피곤 그 자체이다. 우선은 관광객 유치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식당 서비스를 보니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도 찾아보면 단풍 구경할 곳이 많다. 수원시의 경우,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명소지로 14곳을 선정했다. 단풍 명소는 광교 마루길(3.6km), 영통 봉영로(5.8km), 영통 살구골공원(0.3km), 영통 보행자 전용도로(1.3km), 수인선공원(0.5km), 권선보행자 전용도로(0.4km), 팔달산 회주도로(2.9km), 덕영대로(2.5km), 대평로(2.6km), 서호천 정자천로(2.0km), 일월로(1.4km), 수원화성 활터 밖(0.5km), 월드컵로(1.1km), 만석공원 회주도로(1.3km) 등이다.
남설악 만경대 코스 1.8km를 비경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파에 치여 몇 십 분 거리를 3시간 이상 걸으면서 하루를 온 종일 허비(?)할 것인가? 아니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단풍 명소를 찾아 여유 있게 즐길 것인가? 이것은 각자의 선택의 몫이다. ‘46년 만에 만경대 개방’이라는 뉴스 뒤에 숨은 뒷이야기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 지역경제 살리기 위해 장거리 여행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단풍을 즐기면서, 애향심을 느끼며 우리의 지역 경제를 우리가 앞장 서 살리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