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부터 시작된 대학 수시모집 1단계 합격자 발표가 속속 되고 있다. 이에 합격 여부에 따라 고3 수험생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아직 대학 모두가 합격자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원한 대학에 모두 합격한 학생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4년제 대학의 경우, 수시모집 지원 횟수가 6회로 제한된 만큼 지원한 대학에 몇 개라도 붙으면 다행이지만 단 한 군데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학생이면 불합격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 여겨진다.
월요일 아침. 수시 모집 여섯 군데를 지원한 한 여학생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문자에서 그 아이는 지금까지 발표한 수시 모집 세 군데 모두 떨어져 불안한 마음을 토로하였다. 심지어, 아직 남아있는 대학도 불안하다며 상담을 요청하였다.
“선생님, 저 수시모집 세 군데 떨어졌어요. 어떡하죠?”
우선, 아직 발표하지 않는 대학이 남아 있는 만큼 낙담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설령, 지원한 대학에 모두 낙방하더라도 정시 모집에 올인 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수능(11월 17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내 말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요즘, 지나치는 고3 수험생에게 수시 모집 합격 여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본인이 직접 그 여부를 말해 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합격한 학생 관리도 중요하겠지만, 불합격한 학생에게 좀 더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수시모집에 모두 낙방한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그 후유증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다. 일부 아이들의 경우, 그 후유증이 수능 시험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수능 시험까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마치 대학이 인생 전부라고 생각하여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이에 교사는 수시 모집에 낙방한 학생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상담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만에 하나, 재수(再修)할 경우를 대비하여 3학년 2학기에 치러지는 학교 내신 관리(중간·기말고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
1단계에 합격한 학생들을 위해서는 대학마다 전형일이 다르고 전형 방법 또한 달라 학생 지도가 어렵겠지만, 학교 차원에서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경우, 면접이 당락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만큼 별도의 면접반을 편성하여 모의면접을 여러 번 실시하는 것도 좋다.
특히 수능 최저학력이 있는 학생의 경우, 수능 일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긴장은 오히려 해가 되는 만큼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공부가 되지 않을 때는 음악을 듣는다든지 영화 감상을 함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도 좋다.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도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좋다. 수능 일이 다가올수록 예민해진 아이들을 위해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여 지나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여건이 된다면, 3학년 교실을 ‘정숙 존’으로 지정 1·2학년 학생들이 3학년 교실을 지나갈 때는 정숙(靜肅)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학생들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하는 마음으로 수능 일까지 전심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수시 모집에 낙방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펜싱 박상영 선수의 ‘나는 할 수 있다. (I can do it.)’는 주문(呪文)이 아닐까 싶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2017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불철주야(不撤晝夜) 향학열을 불태웠던 아이들이다. 아무튼, 수능 시험을 끝내고 시험장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