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도시농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공원텃밭이 선진국인 나라는? 바로 독일이다. 얼마 전 일월공원에서 있었던 텃밭 현장 강좌를 듣고 새롭게 알아낸 사실이다. 이날 강사는 수원시 공원텃밭 시민참여단 회장인 김태현이다. 텃밭 강의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사실 하나, ‘내가 텃밭에 대해 모르는 것이 정말 많구나!’이다.
강사는 독일이 도시농업에서 앞서 가고자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 도시농업 관계자가 우리 수원의 공원텃밭을 참관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우리의 도시농업 수준을 알만 하다. 독일에서 말하는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은 소정원 또는 작은 농장을 뜻한다고 한다. 19세기초 독일이 산업화 초기 시대 만들어진 것인데 정부나 공공단체가 도시내의 유휴지나 공한지를 정원을 갖지 못한 소시민에게 임대하여 소작채소밭으로 출현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나는 오늘도 아침에 일월공원 텃밭을 다녀왔다. 일월공원 텃밭은 일월 저수지 둑 아래 있는데 시민 80명과 단체 6곳에서 분양을 받아 가꾸는 농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개인의 경우 재배면적이 10㎡ 정도 되는데 어떻게 보면 소꿉장난 규모의 작은 농토다. 여기에서 도시농부의 꿈이 자라고 있다.
내가 오늘 밭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배추의 생육 상태 관찰이다. 배추잎에 쌓여진 초록색 작은 배설물을 보고 배추벌레를 손으로 잡는다. 그 배추벌레 죽이지 않고 땅바닥에 던진다. 진딧물은 나뭇가지로 털어준다. 처음엔 무당벌레를 잡았는데 지금은 그대로 둔다. 자세히 관찰하니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잡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공원텃밭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수 십 곳이다. 공원텃밭이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점점 파급되고 있다. 그 중심에 수원시가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공원텃밭의 모델로 수원시를 정했고 공원텃밭 다섯 곳 둥 일월공원텃밭이 견학 대상자들의 단골 장소가 되고 있닥고 알려준다. 바로 이곳에서 내가 농작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일월공원텃밭은 그 출발부터 달랐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그 후 일월초등학교 학생들이 체험텃밭으로 운영했다. 그 당시만 해도 물 공급이 되지 않아 어린이들이 페트병으로 불을 날랐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기 위헤 비닐멀팅을 했다고 전한다. 가을걷이 후 비닐 뒤처리가 잘 안되어 어려움도 많았는데 지금은 수원시와 (재)수원그린러스트가 운영을 맡아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수원 공원녹지사업소에서는 공원텃밭의 운영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3무(3無) 농법이다. 화학 비료ㆍ농약, 농기계, 비닐 소재의 사용을 금지한다. 둘째, 분양 텃밭 면적의 10%는 초화(화훼류) 식재한다. 셋째, 운영 취소자 발생 시 기신청자 중 전자 추첨하여 선정하고 있다. 이러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에 공원텃밭이 시민농장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강사는 우리가 몇 달 전에 열매를 수확하고 고추와 토마토 줄기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하천 둑에 있다고 하니까 자연의 분해 능력을 설명한다. 농사 후 뽑아낸 줄기를 버리지 말고 따에 묻으면 그것이 스펀지 역할을 하고 지렁이 등 미생물이 분해를 하는데 1년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것을 무덤텃밭이라 하는데 굵은 나무둥치도 3년이면 다 썪는다고 전한다. 유기농사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하는 것이다.
배추의 진딧물을 어떻게 제거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농약을 뿌리면 전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인간에게 해가 찾아온다. 강사는 좋은 방법을 안내한다. 물 적당량에 허브민트 줄기에 통마늘 12쪽을 넣고 청양고추 5개를 거칠게 갈아 3분간 끓인다. 그 후 그 물을 24시간 식힌 후 진딧물에 뿌리면 죽거나 도망간다. 그는 친환경 퇴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잡초’하면 농박물의 양분을 빼앗아 가므로 뽑아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공원텃밭에서는 풀과 공존하는 방법도 연구한다. 무성하게 위로 자라는 잡초는 낫으로 자람을 약하게 하고 옆으로 자라는 풀은 그대로 두어 땅에 습기를 머물게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잡초에 괭이밥이 있다. 이것은 작물에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공기중의 질소를 농작룰에 공급하니 이로운 잡초라고 한다. 그러니 괭이밥은 뽑지 말아야 한다.
수원시내에 있는 공원텃밭은 도시민에게 있어 힐링의 공간이다. 텃밭운영자에게는 물론이고 이곳을 방문하는 관람객에게도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다. 공원가꾸기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주인정신 고취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엔 골프 취미보다 텃밭 가꾸는 것이 더 고급스런 취미라고. 수원 공원텃밭이 도시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