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학사 일정에 따라 1학년(2박 3일)과 2학년(3박 4일)의 체험학습이 각각 실행 되었다.
아침 6시 30분. 출발 시간(7시)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제각각 가방 하나씩을 들고 삼삼오오(三三五五) 집결 장소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의 표정은 학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에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지난 9월 말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을 의식한 탓일까? 체험학습 분위기가 예전과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에는 이 법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 법의 파급 효과가 학교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 나아가 학생에게 얼마나 클지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실행된 학교 체험학습 날 이 법의 효력을 직접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예년에는 이른 아침에도 많은 학부모가 아이들을 배웅하기 위해 나왔지만, 올해에는 단 한 명의 학부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가용으로 아이들을 체험학습 집결지까지 바래다주는 학부모도 많았지만, 담임 선생님에게 인사나 아이들 배웅을 위해 차에서 내리는 학부모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예전까지만 해도 매년 체험학습 날에는 학급별로 학부모가 준비한 간식들이 풍성했지만 「김영란법」 때문인지 올해는 그 어느 학급도 학부모에게서 간식을 받지 못했다. 그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까? 체험학습 분위기가 썰렁하기까지 했다.
잠시 뒤, 이 분위기를 더 썰렁하게 만드는 교장 선생님의 멘트가 이어졌다. 교장 선생님은 출발에 앞서 인솔 교사에게 당부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교사는 업무와 관련하여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접대를 일체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체험학습에 따른 모든 경비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각자 부담해야 하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한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김영란법이 무섭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끝으로, 교장 선생님은 체험학습 동안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했다.
“선생님, 아이들의 안전을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체험학습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교장 선생님의 멘트가 끝난 뒤, 운행에 앞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경찰서의 협조를 얻어 운전기사의 음주측정을 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이후, 강화된 학교현장체험학습의 규정에 의거 버스의 대열 운행을 피하고자 학생들이 모두 출석한 학급의 버스부터 먼저 출발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아이들은 환호하며 차창으로 손을 흔들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 실행된 체험학습 날 학부모의 부재로 분위기가 조금은 아쉽고 썰렁했지만 한편 이 문화가 잘 정착만 된다면 지금까지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던 그 부담이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