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힘’육성에 초점 맞춰 새 학습지도요령은 당초 2003년부터 실시 예정이었던 개정안이었지만, 2002년 4월부로 실시하기로 결정된 개정안의 포인트는 ‘살아가는 힘’이라고 제시되어 있다. ‘살아가는 힘’이란,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스스로 판단·행동하여 보다 올바르게 문제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는 ‘힘’과, 풍부한 인간성의 양성이라는 두 가지의 궁극적인 목표를 함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종합적 학습시간’으로 주당 3시간을 신설함을 제시하고 있다. ‘살아가는 힘’을 양성하기 위한 지도내용으로는 첫째,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연계와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의 충실한 교육, 둘째, 학생들의 생활체험/자연체험 등의 기회의 증가, 셋째, ‘살아가는 힘’ 육성을 중시한 학교교육의 전개, 넷째, 학생들과 사회전체의 ‘여유’ 확보 등 네 가지 시점으로부터 전개해 나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국제이해’, 노령화사회/장애자 교육 등과 같은 ‘복지’, 컴퓨터 학습을 통한 ‘정보교육’, 그리고 ‘환경’ 등에 대한 학습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개정안 중 또 다른 중요 사항은 주 5일간 수업으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에 대해서는 찬반양론, 그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여기서는 찬반양론을 간단하게 알아본다. 주 5일간 수업과 종합적 학습시간의 신설은 이과/수학 등의 지도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주로 지도한다는 면에서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들이 있다. 또한 경제계(관광업계 등)의 요청에 부응한 면이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중에도 관광업계가 불황대책으로 개정안에 대해 절대적 찬성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반대하는 이들은, 시간이 줄어듦으로써 내용이 간단해질 수밖에 없으며, 타과목의 학습시간의 삭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한 악영향으로 학력저하를 이유로 들고 있다.
중학교 교사의 자살 중학교 교사(35세 독신남)가 2001년 10월 10일 “35년간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자살했다. 학교 관계자에 의하면 2001년 봄 가나자와시(金澤市)의 I중학교에서 인접시의 K중학교로 이동한 이 교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없었고, 일부 학생들과는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지 못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2학년 담임이었던 교사는 지역간 교류를 위한 인사이동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이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했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동당했다고 해야 할까. 5월에 접어들어 학급운영방침에 대한 의견차로 일부 학생들과의 관계에 틈이 생겼고, 그 후 여러 선배 교사들의 조언을 얻으며 학급을 운영해 갔다. 하지만 2학기가 되어서도 학생들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자 이 달 1일부터 병휴가를 냈다고 한다. 시교육위원회 관계자에 의하면 “교장선생님이 상담에 응했으며, 많은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교사를 신뢰했다.”고 한다. I중학교에서는 품행이 방정치 못한 학생을 바로잡기도 했으며, 졸업생들과의 적극적인 교류에도 힘을 아끼지 않았던 ‘열혈교사(熱血敎師, 일본에서는 교사의 모범이 되는 교사를 이렇게 부른다.)’였다. “학생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교사를 그만두겠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한 교육관계자는 “지금까지 순조로웠던 교사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무너져 내리며 좌절감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학교가 다른 만큼 유연하게 대처해야죠.”라고 유감스러워했다.
위의 내용이 사건 이후의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열혈교사 자살’에 대한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이들로부터 전화, 편지, 전자메일 등을 통한 항의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 중에는 전임중학교인 I중학교 관계자로부터의 항의가 주를 이루었으며, 그 주된 내용은 “그렇게 훌륭하신 선생님이 간단하게 자살하실 리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I중학교 졸업생과 학부형이 보낸 항의문에 나타난 항의는 더욱 거셌다.
“선생님께서 왜 죽음을 선택하셨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렇지만 전근가신 중학교의 학생들이 선생님을 집요하게 공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I중학교의 졸업생들에게 휴직하기 전의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들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학교측이 선생님께 어드바이스를 했다고 하지만, 사실이 그런지 의문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대화를 원했으리라 생각됩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을 알고 교장선생님 등 관계자들께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학생들한테 문제가 있어도 물에 물탄 듯 넘어가는 학교측과 교육현실에 몸바쳐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으셨을까요?”(학부형으로부터의 반향)
[PAGE BREAK]“선생님이 무난하게 대처를 했어야 한다는 말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 고민 끝에 내리신 결론이 죽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KEEP YOUR SMILE’이라고 하신 선생님이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의견이 맞지 않는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그 기분은 알 수 있죠. 하지만, 선생님께 상처를 주고 삶의 힘을 앗아간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아무리 싫어도 조금은 용서해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누구든지 커다란 절망 뒤에 오는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지 않을까요. 학교측의 ‘할 만큼 했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16세 여자 고등학생)
이 밖에도 주된 내용은 교사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었다. ‘I중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한테 왕따 당했을 것이다’, ‘전임지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지도에 임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을 것이다’는 등의 소문으로 이어졌다. 무엇이 교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에 대한 확답은 그 누구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I중학교 관할 교육위원회 관계자중 이상과 같은 소문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위의 소문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아닌지는 접어 두고라도 교실 칠판에 교사를 비방하는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위의 사건에 대한 진상이 명확하지 않은 관계로 일본교직원조합이나 교육위원회는 코멘트를 피하고 있는 입장이다.
130만 명이 등교거부 통계에 의하면, 일본 전국에서 130만 명이 등교 거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의 학교에서는 차마 입으로 전하기조차 싫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지난 1997년 神戶市에서 발생한 중학생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명 ‘소년A’로 통하는 중학교 학생이 동생과 같은 학년의 학생을 두 명이나 살해하고 다른 한 학생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이다. 학부모는 인격자로서 인정받고 있어 가정 내에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 중학생은 “나한테는 인간이 야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를 잡아 봐라.”, “나는 투명한 인간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유 없는 살인으로 알려진 사건이다. 이 외에도 버스 납치 사건, 이케다 초등학교 사건 등은 일본내 교육계에 파문을 일으킨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학생들의 등교거부 증가’와 같은 현상이 늘어나게 했다고 할 수 있겠다.
고학력신앙이 무너지고 있다 이 외에 일본 교육계에는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고학력신앙의 붕괴’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도쿄대학을 입학/졸업하면 출세를 할 수 있었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프리터를 증가시키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의 장래목표를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목수(그 외로는 게이머/대식가 등)가 되는 것이 1위를 차지한 예로부터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업이 없어도, 대학에 가지 않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고등학교 중퇴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모의 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교육비의 저하 등도 들 수 있겠다.
다음은 ‘교사의 체벌 기피’다. 교직에 23년간 근무한 한 교사의 말을 빌리자. “체벌은 절대금지입니다. 옛날에는 말 안 듣는 아이들이 있으면 따귀를 때린다든지 하는 등의 체벌을 했지만, 지금은 절대로 금지입니다. 한 중학교 교사가 자살을 했습니다만, 자살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도 교사를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었지 않았을 까요.” 체벌이 없어짐으로써 초래되는 교육계의 황폐화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듯해 보였다.
‘같은 학군 내에서의 학교 선택 가능’, ‘학급붕괴’ 등도 요즈음 일본 교육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커다란 문제로 부각되어 온 것이 ‘학급붕괴’다. 한 가지 예를 들자. 한 교사를 지도력이 없다는 이유로 괴롭히며, 학습내용을 모른다고 난폭하게 구는 등은 학급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를 둘러싼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유없는?)이 왜 발생했을까. 왜 ‘주 5일간 수업제도’로 개정하며, ‘살아가는 힘’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계가 움직이고 있는가를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비추어 가며 ‘왜’에 대해 생각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