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현장은 교직사회의 요구를 외면한 교육정책의 추진으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학생이 선생님을 고발하고 학부모가 교사를 구타할 정도로 교권이 무너지면서 교육공황에 이어 교무실마저 붕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교육현장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교육부는 최근 전교조 주장을 수용, ‘연수’라는 미명 아래 단위학교의 노조활동을 허용함으로써 또다시 교육현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전교조와 46개조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동안 미합의 사항이었던 조합활동 보장과 관련해 월 1회 2시간 이내의 연수를 방과후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위학교에서의 노조활동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이 위협받고 교무실 붕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단위학교내의 노조활동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교육발전과 인재육성을 책임진 교육부가 내릴 결정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물론 교육부와 전교조가 맺은 단체협약 제3조(연수)는 “교육부장관은 학생수업과 학사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은 범위 내에서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위한 연수를 방과후에 실시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감 등에게 권장한다”고 되어 있으나 이대로 지켜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교조 측도 “연수활동에 교육정책이나 학교운영 전반도 다룰 수 있지 않으냐”고 교내 노조활동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교육부의 단위학교 노조활동 허용을 보면서 이제 교육부는 교육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 한심한 것은, 일은 교육부가 저질러 놓고 책임은 시·도교육청이나 학교장에게 떠넘기는 태도다. 교육부는 그 동안 극단적인 전교조의 노조활동이 학습권 침해 등 법규정에 어긋난 일로 언론에 보도되면 법에 의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도 그 처벌은 시·도 교육감에게 미루고 심지어는 학교장에게 떠넘기고 있어서 일선 학교장만 어렵게 하고 전교조와 교장의 관계를 학생교육을 함께 걱정해야 하는 선후배 교원으로서가 아니고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립관계로 몰고 간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하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교육부의 일관성 없고 무원칙한 자세다. 교육부는 이미 99년 7월 2일 시·도교육청 교원노조 담당자 회의를 통하여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생들이 교원노조 관련 행사에 동원되거나 교사들이 근무시간에 노조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라”며 “개별학교에서 노조가 교장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하거나 노조활동으로 인해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노조의 거리투쟁에 대해 그들의 활동과 요구사항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경 방침을 고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갑자기 전교조의 ‘총파업 위협(?)’에 밀려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하고 말았다.
노동부에서조차 ‘교원노조는 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단위 학교에서의 활동은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하고 있는데, 학교의 안정과 교육발전을 책임진 교육부가 전문직인 교원의 특성을 들먹이고 연수 운운하며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언론에서조차 교내 노조활동 허용방침이 발표되자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대로 확정된다면 결국 교사들의 물리력 앞에 굴복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이익단체들이 나서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마당에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결국 교육부가 총파업이라는 전교조의 압력에 밀려서 교내 노조활동을 허용한 것이라면 결과적으로 파업을 조장하는 것이 되고 앞으로 어떤 단체든 힘으로 밀어붙이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되지 않겠는가? 이러한 원칙 없는 후퇴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와 긴밀한 협조를 유지해왔던 참교육학부모회에서도 “향후 전교조 활동이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교육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있다면 교내에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하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일부 극단적인 교원노조의 위협에 떠밀려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결정을 내리는 등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의 미래는 결국 전문직으로서 소명감을 가진 교육자들에게 달려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직사회의 갈등과 대립구도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이번 조치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아울러 교육의 특성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건전한 교원단체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