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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을 찾아서] 우리는 지금 자연과 교감중 - 경남산촌유학학교

봄기운이 물오르기 시작한 3월 마지막주 화요일 오전, 겨우내 조용하던 경남의 한 시골학교에 꼬마 손님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10시를 넘어서면서 초등학생들을 태운 일단의 대형버스들의 속속 도착하고 학교는 이내 그들의 재잘거림으로 북적거렸다. 경남산촌유학학교(교장 오일창)가 올 첫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첫 수업의 행운을 차지한 주인공은 진주교대부속초등학교 5학년생들. 간단한 등록절차를 마친 학생들은 자신의 반과 방을 지정받고 짐을 풀었다. 이어 약 2시간에 걸쳐 그곳에서 만난 새 담임선생님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앞으로의 공동체 생활을 자율적으로 하기 위한 자치활동 조직을 구성했다. 자기 반의 특징을 나타내는 반기와 반구호도 만들었고, 고유번호가 적힌 조끼도 지급받았다. 이윽고 점심 식사 후 간단한 입교식을 하면서 그들의 본격적인 산촌생활은 시작됐다.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심성교육

산촌유학학교의 체험학습은 3박4일간의 일정으로 34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진행된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필수형은 아니다. 개인의 취미와 관심에 따라 일부만이 참여하는 선택형 프로그램도 상당수 있다. 이 학교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모두 40여 가지에 이른다. 계절과 날씨, 지도교사의 여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의 큰 틀은 산촌생활체험, 탐사활동, 전통문화체험, 아름다운 마음갖기 등 4가지로 짜여졌다. 오일창 교장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색다른 산촌 생활을 경험하게 하고 다양한 전통과 예절 등 문화를 체험하게 함으로써 아름다운 심성을 가꾸는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고 프로그램의 특징을 강조한다.
산촌생활 체험활동은 말 그대로 산촌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만 구성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별자리 놀이. 이 시간에는 산촌의 깨끗한 밤하늘에 수놓인 수많은 별들을 관찰하면서 별자리에 얽힌 전설과 이야기를 듣고 계절에 따른 대표적인 별자리를 찾아본다. 그러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우주의 신비감을 체험한다. 인근의 산 속에서 이루어지는 숲체험 활동은 도시의 학생들에게 는 색다른 경험이다. 숲 속에서 명상하기, 보물찾기, 나뭇잎 카드놀이 등을 하며 자연과 하나되기에 도전한다. 이 프로그램은 경남 교육청이 주최하는 프로그램 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받기도 했다. 산촌생활 체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들로 나가 삼삼오오 모여앉아 봄나물을 뜯기도 하고, 인근의 유명 피서지인 용추계곡을 찾아 고둥도 잡고 미꾸라지도 잡는다. 이 외에 옛날 어린이들이 소 풀을 먹이면서 감자를 쪄먹던 감자 삼굿, 밤 줍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PAGE BREAK]인내심·협동심 키우는 탐사활동

탐사활동은 총 6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되는 지역 문화 탐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이킹, 모험수련활동의 추적활동, 심성계발의 집단 의사결정과정 등의 프로그램을 응용하여 만들어졌다. 4개의 필수 코스와 7개의 선택 코스 중 3개를 선택하여 통과하게 된다.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도움없이 정해진 코스를 따라 지도를 보며 인근의 약 14킬로미터를 직접 탐사한다. “모둠원들간에 일체감을 키워 주고, 창의력·탐구심·협동심·인내심을 높여주는 데 더 없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이정희 교감은 말한다.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것도 산촌학교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삼국시대부터 장난감이나 주술용으로 애용됐던 토우(土偶)나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교실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풍물, 탈춤, 국악 등 우리 음악과 춤을 직접 해 보기도 하고,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재료인 짚이나 풀잎을 이용하여 메뚜기나 여치집 등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또 예쁜 색의 한지를 이용하여 연필꽂이 등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어보는 전통공예 활동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는다. 이와 함께 전통예절을 익히고, 전통차를 우려내서 마시는 방법 등을 배우며 우리 전통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키워간다. 김종경 군은 “하고 싶은 놀이와 프로그램을 많이 할 수 있다”며 즐거워 한다.

마음 다스리기 훈련도

전래놀이 익히기와 농사짓기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전래놀이 시간에는 전래놀이의 방법과 규칙에 대해 알아보고, 또 직접 해 본다. 굴렁쇠 굴리기, 자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꼰놀이, 장치기 등 풍성한 전래놀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전래놀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전래놀이에 대해 긍지를 갖게 하고, 협동심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왕선욱 교무부장은 올해에는 농촌 아이들이 소치기를 하며 즐기던 장치기놀이 보급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농사짓기활동은 계절별에 맞게 이루어진다. 진주교대부속초교생들은 감자심기를 했다. 김도경 군은 “감자심기는 처음 해본다”며 “더 많은 농사짓기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다듬기는 유일하게 정적인 프로그램이다. 남을 이해하는 폭넓은 마음을 기르게 한다는 것과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게 한다는 것이 그 목표다. 신문지 놀이, 친구칭찬하기, 타인 이해하기, 장애체험하기 등으로 진행된다.
3일째 되는 날 저녁에는 일종의 평가인 이른바 ‘산촌문화발표회’가 열린다.
그간 이루어졌던 탐사활동 및 체험활동 결과 발표하기와 레크리에이션, 장기자랑, 촛불의식 등으로 이어지는 이 시간을 통해 그간의 활동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PAGE BREAK]참가자들의 95%, “좋은 프로그램”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산촌유학학교프로그램에 대해 어린이, 학부모, 교사 모두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작년 프로그램 참가자와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4.4%의 참가자들이 교육내용이 좋았다고 답했다. 또 96.5%가 교사의 교육방법에 대해 만족했고, 시설 및 환경, 급식상태 등에 대해서도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학부모들의 92.9%가 또 보내고 싶다는 응답을 했으며, 70%가 자녀들의 행동에 바람직한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담임교사들의 76%도 교육과정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장은 “모니터링을 통해 얻은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개선하고, 나아가서는 교육목표를 수정하는 등 프로그램 내실화를 도모하겠다. 또 교육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일선학교와의 연계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강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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