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방학동안 서울교대 초등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하는 교원 자율직무연수에 참가했다. 내가 들었던 강좌는 '답사로 풀어보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였다. 서울· 경기지역의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것인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서대문형무소, 몽촌토성, 풍납토성, 석촌동·방이동 고분, 암사동 선사주거지, 수원 화성, 강화도, 남산·정동일대를 답사하는 연수였다.
처음엔 더운 여름에 답사를 한다는 사실이 고생될 것 같기도 했고, 부분적으로 가본 곳도 있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루하게 앉아서 강의 듣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하기로 했다.
몽촌토성을 답사할 때였다. 올림픽공원 주변에 잔디로 되어 둘러쳐진 산이 몽촌토성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다. 1학기 때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학생들과 올림픽공원에 갔는데 지하철 몽촌토성역에서 내렸을 때 '몽촌토성이 안 보이는데 왜 몽촌토성역이라고 했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저기 잔디로 되어 둘러쳐진 산이 백제 시대 중요한 성의 하나인 몽촌토성"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려줬더라면 좋은 공부가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를 마치고 나니 지나치게 이론적으로만 초등 역사를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역사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난 학기 때 6학년 사회 내용을 가르치면서 단 한번도 역사적 장소로 함께 답사를 가주지 못했던 점이 학생들에게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학급홈페이지에 긴급 공지를 올렸다. 방학이라 학생들과 연락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모이니 열명 정도 되었다.
경복궁을 함께 돌면서 내가 연수 때 배운 내용을 좀더 쉽게 학생들에게 알려줬더니 모두 재미있게 듣는 눈치였다. 경복궁, 서대문형무소를 학생들과 함께 다니면서 지난 학기 사회 시간에 배운 내용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방학은 처음으로 내 스스로 학생들과 함께 답사를 하면서 연수받았던 내용도 가르친 시간이었다. 연수 중에 돌아다니면서 직접 찍은 유적지 사진만 수백 장이다. 그 사진을 정리하면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있는데 완성되면 좋은 교육자료가 될 것 같다. 연수받고 학생들과 답사하고 유적지 홈페이지 만드니 방학이 다 끝나버렸지만, 이번 방학이야말로 재미있고 보람찬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