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교문에 서서 아이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교감 선생님이 있다. 서울 성원초등학교 홍진복(洪鎭福) 교감.
2000년 9월 성원초에 부임한 홍 교감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귀한 초대손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잘대며 웃는 모습으로 교문을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홍 교감은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제는 36학급 아이들의 얼굴을 모두 알고 표정만 봐도 그들의 기분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얼굴이 밝지 않은 아이가 있으면 손을 잡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 '오늘 즐겁게 하루를 보내자'는 등의 격려로 금세 표정을 바꾸어 놓는다.
아이들을 초대손님으로 생각하는 홍 교감은 교문에서 인사하는 것 말고도 초대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홍 교감은 급식 시간이면 항상 아이들을 둘러본다.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하는지 살피고 식탁에 물기나 오물이 묻어 있으면 직접 닦아준다. 물론 '편식하면 균형적인 성장에 좋지 않으니 골고루 먹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넣고 큰 소리를 내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는 등 기본적인 식사예절을 일러주는 것도 빠트리지 않는다.
홍 교감은 또 매주 토요일 방송시간을 활용,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재미있고 사실적인 훈화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이 시간을 기다린다. 효, 양보, 질서 등의 주제를 정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기도 한다. "초등교육은 사랑으로, 중등교육은 훈화로, 대학교육은 지식으로 해야한다"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홍 교감은 "교감이라는 자리는 아이들의 수업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저것 스스로 모범을 보여 교사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것이 그의 '교감관(觀)'이기도 하다.
초대손님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학교는 즐거워진다. 어린이들이 학교 가는 일을 즐거워하면 학부모들은 학교를 신뢰하고, 학부모들의 신뢰는 교사에 대한 믿음으로 나타난다. 홍 교감은 '행복한 학교'라는 노랫말도 지었다. "새들이 노래하고/ 고기 춤추는/ 아름다운 동화의 나라/ 아이들은 달리며/ 노래 부른다/ 어느새 우리는 하나가 된다/ 우린 여기서/ 사랑을 배우는 거야/ 더 큰 삶을 찾아서/ 얘들아 함께 가는 거야/ 손 내밀어봐/ 내가 붙잡아줄게/ 엄마가 있잖아/ 용기를 내어봐/ 노래를 불러봐/ 반듯이 하늘은 내편이 되는 거야…" 홍 교감은 이 노랫말에 곡을 붙여 곧 CD로 낼 생각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홍 교감은 올 입학식에서 삐에로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갓 입학하는 어린아이들에게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다. 밤새 직접 울긋불긋한 천을 붙이고 바느질을 해 옷과 모자를 만들고 화장을 했다. 사탕목걸이도 만들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서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들었다. 늘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무엇인가를 해 주고 싶어하는 홍 교감은 요즘 마술(魔術)을 배우고 있다. 실력이 쌓이면 아이들 앞에서 공연도 해 볼 계획이다.
홍 교감은 "교문을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학교생활이 즐거웠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다"며 "귀한 손님에게 융숭한 접대를 하듯 모든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대접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이낙진 기자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