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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 초등학교의 City Report 프로젝트

홍남기(기획예산처 예산기준과장)


서언

지금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동량들이다. 그들이 ‘학교’라는 교육의 장을 통해 습득하는 교육내용, 사고방식, 생활태도 등은 바로 그 미래 모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누구나 백년지대계인 ‘교육’에 대해 한 마디 거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글은 그런 부류에 속하는 한 문외한이 겪은 작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교육의 최일선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감히 드리고자 하는 소박한 실험적 제언이다.
깨알같이 노트에 적고 그저 필답고사에 대비하여 시험 때마다 배운 내용을 달달 외어야 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요즈음 교육현장 모습은 제7차 교육과정개편을 통해 ‘열린 교육’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단지 배울 뿐만 아니라 ‘사고하고 행동하고 체험하는 교육’으로 이행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0~40여 명에 이르는 콩나물 교실, 아직 열린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교육환경, 수업 외 잔무가 늘상 기다리는 교육행정 등으로 인해 그 진행 속도가 더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미국의 서북부에 위치한 워싱턴 주 수도 올림피아(Olympia)의 한 초등학교 ‘참교육’ 사례가 우리의 교육현실에 던지는 의미는 적지 않은 듯싶다. 시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말 그대로 언덕 위의 초등학교인 Tumwater Hill Elementary school(이하 THE)이 바로 그곳이다. 내가 이 학교에 매료된 것은 학교 도서관이 교정 내 가장 중심 건물에 당당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4학년 한 학기 내내 소위 ‘City Report(이하 CR)’라고 하는 CR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었기 때문이다. CR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 진행과정, 프로젝트 평가 등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에게 주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어보고자 한다.

THE 학교의 CR 프로젝트 내용  

CR 프로젝트 주요 내용
CR 프로젝트의 기본 구상은 초등학생 각자가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한 도시를 선택하여 학교에서 배운 다양한 내용들을 직접 대입시켜 가면서 그 결과물인 ‘City Report’를 작성하게 하고 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도입 부문(Introduction), 본문내용 기술(Main Contents), 본문내용 추가분석(Compare & Contrast), 만들기 작업(Float & T-shirt representing city) 그리고 자기평가작업(Self Evaluation) 및 결론(Conclusion) 등 크게 5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도입 부문은 ‘편지 보내기’(Information Letter)와 ‘지도 그리기’(Location Map)로 이루어진다.
전자는 자기가 선택한 도시(City)에 대한 기초정보를 얻기 위해 시장 등 시 당국 책임자에게 직접 정보요청 편지를 쓰는 과정이고, 후자는 그 도시의 지리적 위치를 그림지도로 작성하는 과정이다. 이는 실제 타인에게 정식으로 정보나 자료를 요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편지를 직접 쓰고 회신받는 우편 시스템에 대해서도 이해를 높여주고,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의 개략적인 지도 및 선택한 도시의 지리적 위치 등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나타냄으로써 지도·지리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돋구고 있다. [PAGE BREAK]둘째는 CR 보고서의 본문 내용으로 대체로 다음 8가지 부문(Sector)으로 나누어진다.
즉, ① 해당 도시의 인구·면적·예산 등 도시개요 및 역사 ② 그 지역 중요 인물 ③ 지방정부 구조 ④ 산업현황 ⑤ 농업구조 ⑥ 기후현황 ⑦ 그 지역의 관심요소 ⑧ 관광지 또는 지역 이벤트 등으로 구성된다. 교과서에서 배운 일반내용들을 분야별로 하나의 도시에 응용하여 직접 조사·분석하여 실제 보고서 형태로 기술해 보는 것이다.
이는 학교에서 보고 듣고 이야기하며 익히는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비록 개인적인 차원의 활동이기는 하나 해당 도시를 방문하거나 역사적 유적지나 관광지를 직접 찾아가 보고 지방정부도 방문해 봄으로써 보다 공간적인 범위를 넓혀 ‘체험하는 교육’을 유도한다. 또한 내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한 도시가 어떻게 운영되고, 주산물 또는 주수입원은 무엇인지,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 지 등을 직접 이해하여 작성토록 함으로써 ‘사고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세 번째는 본문내용 추가분석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자기가 본문에서 기술한 내용을 확신시켜 주는 추가 서술내용(Convincing Paragraph) 또는 자기가 본문에서 기술하고 주장한 내용을 적절한 비교와 대조(Compare & Contrast)를 통해 강조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부문이다. 초등학교 수준으로서는 비교적 어려운 작업에 속하는 사항이나 이는 하나의 사물을 관찰해 보고 쟁점을 분석하고 기술하는 데 있어 이와 같은 분석작업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
네 번째는 자기가 선택한 도시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만들기 작업을 하는 것인데 이 만들기 작업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기존 엽서와 크기와 형태를 똑같이 하는 우편엽서(Post Card) 만들기인데 그 도시의 풍경이나 특징있는 사물을 그림으로 담도록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작업은 역시 도시의 특징적 모습을 물감 스프레이나 판화 형식으로 하얀 티셔츠에 그려 넣는 자기만의 T-shirt 만들기이다. 그 도시를 잘 나타내는 자기만의 구호를 만들어 넣는 것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세 번째로는 마치 기차 차량 한 칸 모양의 나무상자(가로, 세로 각각 20cm, 50cm 크기) 위에 그 도시의 모형물들을 나무나 종이 등으로 만들고 색칠하여 붙여놓는 Float 만들기인데, 나중에 학생들이 만든 각종 모형물들을 마치 수십 량의 차량이 연결된 기차 형태로 연결하여 전시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를 방문했을 경우 찍은 사진과 그 사진 내용을 간단히 기술한 사진첩 만들기 등이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교육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자기가 수행한 CR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 해본 작업에 대해 자신이 평가해 보는 과정이다. 대개 7~8가지 평가질문이 주어지고 주관식으로 스스로 기술하는 방식이다.
그 질문의 사례를 보면 ① CR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몇 시간(Quality Time)이 소요되었는가 ② CR 프로젝트를 작성하면서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부문(Challenging Parts)은 어디였는지 기술하라 ③ CR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가장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기술하라 ④ CR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자기 보고서 내용 중 가장 재미있는 부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기술하라 ⑤ 만약 자기 보고서를 좀 더 낫게 수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더 주어진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⑥ 자기 CR 보고서 내용의 질(Quality)에 대해 기술하라 ⑦ CR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기타 의견은 무엇인가 등 7가지이다. 자기가 수행한 프로젝트 내용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 보도록 한 것이 특이하다.[PAGE BREAK]
CR 프로젝트 추진과정 및 평가
CR 프로젝트는 4학년 학기초 각 학생들 개개인이 선호하는 하나의 도시를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통상 프로젝트 수행 기간은 약 3~4개월(한 학기, Semester)이며, 각 학생이 일주일에 한 부문(Sector)씩 집에서 보고서를 작성하여 학교에 제출하면, 선생님은 각자의 보고서 내용에 대한 지적 사항(문장 어법  및 오·탈자 등) 및 의견 제시(보고서 내용에 대한 지적)와 함께 점수로 평가를 하고 개인별 CR 프로젝트 파일에 순서대로 보관해 둔다. 한 부문당 보고서 분량은 대개 2장 정도이며 프로젝트 마무리 작업 후 보고서 전체 분량은 한 학생당 통상 30~40페이지 정도가 된다.
보고서 마지막 페이지에는 앞쪽의 CR 프로젝트 평가표가 붙게 되며 그 평가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의무활동과 선택적으로 추가 수행할 수 있는 선택활동으로 구분된다. 통상 전자의 경우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 되며 부문·항목별로 부여된 점수들을 합한 최고 득점 가능 점수는 85점이다. 후자의 경우 추가적으로 선택하여 수행한 작업에 대해 부여된 점수를 기준으로 일종의 보너스 점수형태로 추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만점은 85점, 획득 가능점수는 보너스 점수까지 합하여 100점을 초과할 수도 있다. 통상 85점 만점 중 75점 정도를 넘으면 프로젝트 수행 합격(Pass), 75점 이하면 실패(Fail)로 간주하며 대다수 학생들이 70점~95점을 획득한다.
학생들은 이와 같은 CR 프로젝트에 대해 4학년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제로 생각하고 수용하며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투입하여 프로젝트를 완성해 나간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CR 프로젝트 보고서를 철하여 책자 형태로 묶는다. 이 보고서 책자는 각자가 만든 우편엽서, T-shirt, 도시모형(Float) 등을 함께 학급에서 개최하는 전시회에 출품된다. 이 전시회에는 학부모들도 초청되는 데 학생들이 오랜 시간 동안 자기가 한 프로젝트 작업의 결과를 자랑스럽게 내놓는 각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CR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CR 프로젝트는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학생의 입장에서는 학교 수업시간 이외에 숙제형태로 수행해야 하는 기나긴 시간이 소요되는 고된 작업이겠지만 CR 프로젝트가 지니는 교육적 함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CR 프로젝트는 교육적 측면에서 종합교육, 응용교육, 자율교육, 그리고 실험교육으로서의 특성을 지닌다고 본다. 즉 글쓰기, 역사, 사회, 미술, 특활 등 전 학과목에 걸친 내용을 망라하는 종합성을 지닌다. 또한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들을 직접 써보고 분석하고 만들어 보게 함으로써 체험적으로 익히게 하는 응용능력을 키워주고 모든 자료와 내용을 스스로 찾아 작성해 나가는 자율적·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서의 특성을 지닌다. 아울러 사물을 관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논리적·합리적·체계적인 사고방식을 지니도록 전략적 차원, 그리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유도해 내는 실험적 차원에서 시도되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CR 프로젝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숙제 형태로 수행되는 프로젝트 성격상 아이들과 학부모간의 토의와 연대감이 상당 부분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내용의 질적 수준으로 보아 자료찾기, 내용분석, 현장방문 등에 있어 학부모의 측면 지원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학부모로서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학습에 동참하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PAGE BREAK]
작은 제언

우리의 교육이 정말 ‘열린 교육’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실제 교육 일선에서는 뜻있는 선생님들의 열의로 이와 같은 교육적 시도가 확대되고 있는 것에 큰 위안을 지니게 된다.
여기서 소개한 CR 프로젝트 사례가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닐 지라도 그러한 교육적 시도와 맥을 같이 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어느 학교에선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싶고,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면 우리 실정에 맞는 형태로 다소 보완되어 한 번 시도되기를 희망해 본다. 특히 일선의 어느 선생님께서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제 시도해 보고 ‘시행과정 및 시행결과에 대한 평가’와 ‘교육적 성과’ 등에 대해 정리한 후 많은 사람들이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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