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교감으로 있을 때였습니다. 학교식당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남한강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강가에 붕어 등 물고기 떼가 죽어있는 거예요. 물론 학교 때문은 아니겠지만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운동장가에 40여 평의 연못을 파고 물옥잠, 옥잠화 등 정화작용이 뛰어난 식물을 심었습니다. 학교에서 나오는 모든 물은 이 연못을 통해 남한강으로 흘러들게 만들었지요"
권영정 교장(충주 야동초)은 이 후부터 본격적으로 생태환경 보존에 관심을 갖게됐다. 학교를 옮기면 연못부터 만들었다. 연못 만드는 일은 돈이 많이 들거나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저 포크레인으로 아이들 무릎높이만큼 땅을 파고 몇 가지 수생식물을 심으면 된다. 수생식물은 번식력이 뛰어나 금새 연못을 가득 채운다. 연못은 수질을 정화하고 아이들에게는 둘도 없는 생태학습장이 된다. 물론 겨울에는 이중 비닐 막을 쳐야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여름한철은 그만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접해 공부하면 실증을 내지 않습니다. 도시 아이들은 물이 조금만 튀어도 싸우는데 연못이나 냇가에서 물을 튀기면 서로 웃고 즐거워합니다. 인성교육, 정서순화교육이 바로 자연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연의 신비를 관찰하면 인지발달, 다중지능개발이 저절로 됩니다"
권 교장은 94년부터 새마을지도자, 이장, 교원, 대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자연보호의 중요성을 강의하는가 하면 충주 남한강변 폐기물처리장 입주 저지 운동에 참여, '충주 녹색상'을 받기도 했다. 97년에는 음료수 캔을 활용한 지면(地面) 포장재를 개발해 충북과학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들풀 탐구 관찰 지도' '물 소비량(증산량) 발견 지도' '무인도 용섬 탐사 지도' '우주토마토 재배 탐구 지도' '하천 오염지도 만들기' '쌍떡잎의 오염세포 발견 지도' '수세미의 일상관찰 지도' 등 환경보존 및 연구에 탁월한 실적을 쌓았다.
지난해 1월과 8월에는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가 주최한 전국 교원 생태환경 살리기 기행연수에 강사로 참여해 '자연물을 소재로 한 물감들이기·생태연못의 탐구보고서 작성·무소독 고추 따기 대회·제초제를 안 쓰는 학교 사례·무소독으로 재배한 벼 관찰' 등을 지도, 연수생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이 내용은 KBS-TV '현장다큐 선생님' 코너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이제 권 교장은 지난해 창설한 '자연생태환경체험탐구대회'를 국제대회로 격상시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 대회는 권 교장이 사비 6000만원을 들여 충주시 달천동 논에 자연생태학습장(600여 평 규모)을 조성하고 학생과 일반인 누구나 무료로 견학·탐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는 갈대, 부들, 보풀, 물옥잠, 꽃창포, 여뀌 등의 수생식물과 소금쟁이, 장구애비, 물방개, 물벼룩 등의 수서곤충이 자라고 있다. 우렁이, 메기, 미꾸라지 등도 있다. 학습장이 문을 연 이후 5000여명이 다녀갔으며 지난해 이곳에서 실시된 첫 탐구대회에는 전국 50개 학교에서 추천된 초·중학생 136명이 참가했다.
권 교장은 '자연생태환경체험탐구대회'가 인재양성, 생태보존, 남북화해를 이루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권 교장은 올해 개최되는 제2회 탐구대회에 북한의 어린이를 초청할 계획이다. 남·북한 어린이가 자연 속에서 마음을 열고 생태를 관찰하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관계부처에서도 북한 어린이 초청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와 대한교과서가 공동 주최한 '제3회 아름다운학교를 찾습니다' 공모전에서 환경부장관 특별상을 받기도 한 권 교장은 '사람은 스스로를 위해 자연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세를 길러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육의 몫입니다" 권 교장의 환경보존 예찬론이다.
/이낙진 기자 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