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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아름다운 ‘소규모 학교’

박용배 | 충북 영동 추풍령중 교사


자그마한 이 시골 학교에 근무한 지도 어언 20년이 넘어가고 있다. 돌아보면 젊은 날의 삶의 자국들이 이 작은 시골학교에 고스란히 담겨져 학교가 내 삶의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곳은 해발 230m의 고지대로 한국의 보르도라 할 만큼 포도밭이 산허리를 따라 펼쳐져 있는 시골마을이다. 이런 산간 시골마을에 위치한 학교는 자연 학생수도 적을 수밖에 없으며 교육환경 또한 열악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이지만 학교말고는 자녀들의 교육을 맡길만한 곳이 없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심심치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는 소규모학교의 폐교와 인근 학교와의 통합은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학부모들은 가까운 소도시로 자녀를 전학시키고 거기에서 오는 심적·경제적 부담으로 현 교육제도의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체념의 상태로 교육당국의 처분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얼마전 학급편성기준을 46명으로 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리면서 전체 학급 수를 줄이는 방안이 검토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수도권 대도시의 교육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 제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현재의 국민생활과 경제적 상황이 불러오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맞물리는 이분법적 모순의 구조가 우리 나라 학교교육의 현장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것은 수도권과 도시지역의 과밀학급과 소도시 농촌지역의 소규모학급간의 격차를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학교의 학급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문제, 학급당 학생수의 편차는 도시와 지방간의 뚜렷한 차별성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면 표면적 상이함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과밀학급의 교사는 업무량이 많고, 소규모 소수인원 학급 내에서의 교사는 업무량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을까? 1990년 우리 나라와 중국이 수교를 이루기 전 중국의 교육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벌써 중국의 교사들은 오로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전반에 관해서 교사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고, 교육현장의 최첨단 실험실습 및 학습기자재에 대한 투자는 그 당시 중국내의 경제적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여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중국의 교육현장 시스템이 교사 스스로의 자존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고 그 당시 중국의 경제적 낙후가 교육을 바탕으로 하여 크게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음을 고백한다. 이렇듯 교육을 정치적인 논리나 경제적인 논리로 풀어나가지 않고 조화로운 교육적 논리로 접근한 결과가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금의 중국을 존재하게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학교 내에서 교사들은 가르치는 본연의 일에만 충실해 질 수 없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대도시 과밀학급이건, 소규모 학급이건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교육수혜자 측면에서 보면 과밀학급에서 학생들의 처지는 학생 개인차를 고려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없기에 학원으로, 과외학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동기유발을 시켰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전제들로 미루어 볼 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교육의 터전이 바로 필자가 근무하는 소규모 학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PAGE BREAK]소규모 학교였기에 학생 개인차를 고려한 일대일 교수법을 적용해서 교사와 학생간의 학습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대도시 학교에서 흔히 발생되는 ‘왕따’나 폭력의 문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대도시 학교에서 ‘왕따’와 폭력 문제로 가슴에 상처를 입었던 학생들이 전학을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학생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서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소규모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학을 위한 교육목표만을 가진 대도시 과밀학급의 학생들에게 교사의 손길이 100% 미칠 수 없기에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그 결과 학원과 과외학습에 중독되어 혼자서는 공부할 수 없는 ‘티처보이’, 집에서는 ‘마마보이’ 등으로 불리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필자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너희들은 온실에서 자라지 않는 사막에서 피는 꽃과 같다”라고…. 이 말은 학생들이 누군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 스스로 일어나고, 꽃피우는 힘을 길러나가야만 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과밀학급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소규모 학교에서 해결될 수 있음을 종종 발견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바로 소규모 학교의 존재 이유이기도하며 향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교육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거대함만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더욱 더 요구되는 것은 작은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마음이 아닐까한다. 한 개인이 이루는 가정, 그 가정이 기본이 되어 건강한 사회를 이루듯이 작은 학교가 시골문화의 중심 축으로서 건재해야 한다. 소규모 학교가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도록 하는 교육정책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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