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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공동화 하면 경제 후퇴하나

우리 나라가 산업 공동화로 인한 경제 후퇴를 겪지 않으려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 공동화는 근본적으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져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은 더 키우고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부문에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 고용을 창출하면서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나가야 한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다음은 지난해 12월 19일 ‘연합뉴스’가 “발등의 불 산업공동화”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의 일부이다.


“새해 벽두 우리 산업계에 던져진 또 하나의 화두는 산업(제조업)공동화 문제다. 경제단체와 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심각하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국내 10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30%가 이미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고려중이라고 응답했다. 해외이전의 원인으로는 고임금이 39%로 가장 많았고 잦은 파업 등 노사관계 불안 34%,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20% 등 노동문제가 전체 응답의 대부분이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375개 중소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37.9%가 이전을 준비중이거나 이미 마쳤고 이 중 85.2%가 중국을 생산기지로 택했다. 이전시기로는 1∼2년내 61.7%, 3∼4년내 27.8%로 산업공동화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반증했다. 제조업의 공동화는 설비투자 감소와 청년실업, 국민소득감소를 야기시킨다. 대한상의는 11월 `‘제조업 공동화 현황과 대응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우리 나라의 산업공동화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근거로는 성장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인 설비투자가 지난 96년 44조원으로 정점을 이룬 뒤 지속적으로 감소, 2002년에는 20조원으로 줄어든 점을 들었다.”



기업 경쟁력 상실에 따른 산업 위축

산업공동화라는 현상이 최근 우리 경제의 큰 문제로 떠올라 있다. 그런데 논의가 많은 주제가 흔히 그렇듯 그 의미가 오해될 때가 많고, 잘못 알고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정리해 보자.
산업 공동화란 어느 나라의 산업 전체 혹은 일부가 심하게 위축되어 공백이 생기는 현상이다. 한자로는 産業空洞化, 영어로는 hollowing out이라고 한다.
산업이 공동화하면 생산과 투자, 고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실업이 늘고 국민소득이 줄어든다. 기술의 국내 축적이 어려워져 국민경제의 향후 성장 잠재력도 떨어진다.
어느 나라에서 산업이 공동화하는 이유는 그 나라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잃어서이다.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나머지 대거 망하거나 생존을 위해 생산시설 등 기업 활동 기반을 생산비가 싼 저개발국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공동화가 찾아온다. 그 결과 산업이 위축되고 경제가 후퇴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공동화가 반드시 경제의 후퇴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산업 공동화가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계기도 주기 때문이다.

[PAGE BREAK]공동화는 산업 고도화의 계기

산업구조 고도화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 부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부문으로 경제 자원이 이동해 전체 산업 구조가 질적으로 진보하는 현상이다. 공업화가 앞선 구미 선진국들은 일찍이 제조업 공동화를 겪었다. 하지만 이내 산업 고도화로 경제위기를 극복해냈다.

제조업 공동화란 말 그대로 제조업의 공동화. 산업 발전 과정에서 제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아지면서 망하거나 해외로 이전되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구미에서는 대개 공업화 이후 국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제조업 공동화를 겪었다. 때문에 산업 공동화를 주로 탈공업화(deindustrialization)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경우 1970∼80년대에 제조업 공동화 위기를 맞았으나 IT 산업을 일으켜 극복했다. 제조업 부문에서 남는 인력은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부문에 활용해 새 시장을 만들어냈다. 홍콩, 싱가포르도 1990년대 전반기에 찾아온 제조업 공동화 위기를 산업구조 고도화의 계기로 삼아 극복해 냄으로써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를 이뤄냈다.
산업 고도화를 이뤄내는 나라는 제조업의 위축이나 해외 이전 러시가 찾아오더라도 고부가가치 자본재나 부품의 제조와 수출을 늘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 공동화 과정에서 산업 고도화를 이뤄내지 못하는 나라는 공동화에 따른 경제 후퇴를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 공동화, 무엇을 걱정해야 하나

문제는 지금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 러시(rush)가 과연 제조업 공동화를 가져올지 여부에 있다. 여러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경제기사를 보고 이 점을 우려하고 그러리라고 단정하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라면 달리 생각한다.
해외 투자가 반드시 공동화를 가져오는 것도 아닌 데다, 지금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 투자에서는 공동화를 부를 만한 문제점이 별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 러시는 값 싼 일손을 찾아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노동집약적 조립 가공을 위주로 하는 중소업체들이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이전해 가는 것이다. 대기업의 해외투자라 하더라도 국내에 생산체제를 갖추고 해외시장 확보를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첨단 산업의 해외 이전도 조립 가공 공정에 머물고 있다.
곧 지금 우리 나라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이 국내 투자 기회를 외면하고 해외로 이탈함으로써 공동화를 부르는 부정적 투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경쟁력을 상실한 비교열위 분야의 해외투자다. 그런 만큼 오히려 국내에 산업 고도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 투자다.
무역 측면에서 봐도 제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우리 국민경제에 긍정적이다. 해외진출 기업들이 국산 원부자재 수입을 늘리면서 발생하는 국산품 수출유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투자로 해외 현지 생산 제품이 국산 수출품을 대체하는 수출대체효과도 크다. 하지만 효과로는 전자가 후자보다 더 크다. 중국 등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 거점을 향한 국산 자본재와 부품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도 국산품 수출유발효과를 더욱 키우고 있다.

[PAGE BREAK]최근 해외투자가 늘었다지만 알고 보면 규모도 비교적 크지 않다. 해외직접투자의 명목GDP 비중은 대만이 2000년대 이후 2%로 급등했지만 우리 나라는 2001년 1.2%, 2002년 0.6%로 1% 내외 수준에 그친다. 보기에 따라서는 오히려 해외투자가 부진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최근 제조업체의 해외이전 러시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제조업 공동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그렇지는 않다.
우리 나라 제조업은 최근 투자 부진, 고용 급감을 겪으며 두드러지게 활력이 떨어졌다. 제조업 위주의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96년 44조원에 달했으나 2002년에는 20조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사업체 수와 출하액 증가세도 90년대 후반 이래 크게 둔해졌고 고용 흡수력도 약해졌다. 업체들의 인력 합리화로 제조업 취업자가 전체 산업에 걸친 취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90년 27.2%에서 2002년 19.1%로, 8.1%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 90년 504만개였던 제조업 일자리 수는 2003년 416만개. 13년 사이 88만개나 줄었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서비스업 수요가 높아진 결과 제조업에서 활력이 빠지는 것이라면 걱정거리가 아니다. 탈공업화가 산업 고도화로 연결되는 과정에서는 제조업의 산업내 비중이 떨어지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제조업 경쟁력은 떨어지는데 산업 고도화는 진전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고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제조업에서 배제된 인력을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보다는 부동산·관광·음식점·유흥 레저 등 부가가치가 낮은 비제조업이 흡수하는 경향이 크다.
이대로 가면 제조업의 기술축적이 부진해지고, 그 결과 고부가가치 생산을 확대해 소득 수준을 안정적으로 키우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은 경쟁력 부진으로 쇠퇴하고,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도 발전하지 못해 산업 공동화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산업 공동화를 극복하려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은 산업 공동화가 닥쳤을 때 기술력과 새 산업을 매개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함으로써 위기를 넘겼다.
우리 나라는 현재 제조업의 기술력이 산업 공동화를 산업 고도화로 이끌어낼 만큼 부가가치를 높이지도 못한 상태다. 제조업을 대치할 만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발전하지도 못했고, 바이오 산업 같은 새로운 산업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쟁이 가속되는 한 산업 공동화 압력은 앞으로 한층 높아질 것이다.
우리 나라가 산업 공동화로 인한 경제 후퇴를 겪지 않으려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 공동화는 근본적으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져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은 더 키우고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부문에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 고용을 창출하면서 산업구조를 고도화시켜나가야 한다. 기업들은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개별 기업, 산업에 그치지 않고 노동, 교육, 금융, 외환, 통상 등 산업 기반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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