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속에서 시작한 바쁜 새 학기 3월이 지나고 어느새 푸르름 가득한 5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제 몸보다 더 큰 책가방을 메고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며 신바람 나게 뛰어가는 초등학교 신입생에서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이르기까지 가슴에 소망의 무지개가 가득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고 청소년의 달이라 부르기도 한다. 겨우내 추위 속에서 꽃망울을 도톰히 키워 올린 꽃나무가 눈부신 꽃송이를 피워 올리고 훈풍에 밀려 멀리까지 풍겨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가족의 소중함과 미래를 가꾸어갈 청소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들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모두가 거리로 나가고 싶어하는 이 계절에 들뜨기 쉬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사회생활을 해 나가며 필요한 것 중에서 우선 순위를 정하여 말하라고 하면 ‘질서’와 ‘책임’을 꼽고 싶다. ‘질서’와 ‘책임’은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반으로 하기에 더 소중해진다. 자연과 우주도 그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듯이 서로 더불어 살며 가치를 창출해 가는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인정해야 한다. 타인을 인정하는 중심에는 나보다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과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집단 이기주의는 자신의 이익만 먼저 생각하는 사소한 개인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5월은 산과 들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 계절이다. 공중도덕을 지키고 자신이 머물다 간 자리에 흔적을 남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지켜야 할 일들을 생각하며 모든 일을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깊은 마음을 길러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더 밝아지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긍적적인 생각으로 즐겁게 일을 해나가다 보면 알찬 결실을 얻게 됨을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여 마지못해 하는 일에는 좋은 결실이 있을 리 없다. 어떠한 일이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 하되 신바람 나는 활동이 되게 하는 것이 좋다.
교사들은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수-학습활동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흥미 있게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학생들도 즐겁게 학습활동에 임해야 하고, 학부모들은 지나친 과잉기대로 자녀들을 지레 피곤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서로 신뢰하며 면밀한 계획과 준비 속에서 즐겁게 교육활동에 임할 때 좋은 결실을 맺는 기쁨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3·1절에 필자가 사는 마을에서 흐뭇한 일이 있었다. 3·1절을 이삼일 앞두고 아파트 부녀회에서 관리실 방송망을 이용하여 태극기를 게양하도록 수 차례 홍보했다. 그 결과 90% 이상의 가구가 태극기를 게양하여 지난 3·1절날은 우리 아파트 단지가 태극기 휘날리는 마을이 되었다. 심지어 연휴라 지방에 내려가야 될 어느 가정에서는 가깝게 지내는 이웃집에게 부탁하여 태극기를 달아 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PAGE BREAK]작다고 보면 작은 일일 수도 있지만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모른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만 하여도 학교에서 4대 국경일에는 꼭 기념식을 치르며 그 날에 얽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선생님께 들었었다. 심지어는 여름방학 동안에도 8·15 광복절 기념행사를 학교에 가서 하였다. 작은 활동이지만 이 같은 계기교육을 통하여 우리는 나보다도 남을 생각하고 개인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소중한 마음들을 어릴 적부터 배우고 익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같은 교육 활동들이 6·25 전쟁 직후 폐허 속의 이 나라를 이렇게 성장시킨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흔히 부존자원이 빈약한 현실을 딛고 오늘날 이 만큼 살게 된 것이 교육의 덕택이라고 한다. 우리 후손들도 번영된 조국에 살면서 늘 교육의 덕택을 감사하게 느끼도록 해야 할 책무가 지금 우리에게 있다. 국가가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고 국민들도 건강하다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말씀이 지금까지도 귓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새 학기, 새봄이 지나고 있다. 우리 모두 차분하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친구와 이웃과 자신이 소속된 단체와 나라를 생각하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지나친 과잉기대로 자신의 자녀들 능력보다 큰 가방을 준비하지 말아야 한다. 그 과잉기대가 자신과 자녀를 묶는 올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며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사들 또한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연찬 활동을 통하여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며 책임의식을 갖고 즐겁게 교육활동에 임해야 할 것이다. 온 국민 모두 정직하고 부지런하며 자신보다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질서와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국민성을 보일 때 이 나라의 장래는 봄볕보다 더 밝아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