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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영혼의 스승, 교사

황환택 | 충남 부여군 백제중 교사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은 세상을 살기 위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 호랑이에게는 빠르고 강한 발이, 고양이에게는 부드러운 몸이, 공작에게는 아름다운 깃털이 있다. 심지어는 바퀴벌레조차도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적응력이 있어 오랜 세월 종족을 번식시켜 왔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렇기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사는 이 지구상에서 스스로를 영장이라 부르며(물론 인간만이 그렇게 생각한다지만) 살아오고 있지 않았는가? 그러면 세상에서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에게 물었다. ‘세상을 무엇으로 사는지요.’ 그가 대답한다. ‘사랑으로 살지요.’ 참 좋은 말이다. 사랑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험난한 세상을 어찌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으랴.
그래서 누군가에게 또 물었다. ‘세상을 무엇으로 사는지요.’ 그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그 힘의 모습을 다섯으로 나누고 그 힘을 오력(五力)이라 불러보았다. 오력이라고 하니 뭐 특별한 힘을 말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마시길. 그 오력의 정체는 권력, 금력, 체력, 실력, 폭력이다.
물론 이 중에 권력이 으뜸이다. 사전에는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는 말이 있다. ‘비리법권천’이라는 말은 힘의 순서를 적어본 것이다. 비는 억지요, 이는 이치며, 법은 말 그대로 법이다. 억지와 이치와 법을 이기는 힘이 바로 권력이니 권력의 큼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이 권력의 위에 하늘이 있기는 하지만 오만한 인간들이 어찌 하늘을 무서워하겠는가. 얼마 전에 실시된 총선에서의 그 치열한 싸움은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바로 권력을 잡기 위한 권력지향적 인간들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몸부림이 아니던가.
금력 또한 권력 못지 않은 대단한 힘이다. 권력은 유한하나 금력은 무한하다며 한껏 금력에 취한 재벌들의 금력 행사를 굳이 들지 않아도 귀신도 부린다는 금력은 세상을 살아가는 참 신통한 힘이다.
강인한 체력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참으로 유용한 힘이다. 수많은 프로 선수들이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의 명예와 프로 선수로서의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수입도 모두 강인한 체력에 근거한 것이라 보면 이 또한 대단한 힘이다.
실력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참 유용한 힘이다. 우리 나라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오늘도 학교와 학원에서 머리 싸매고 공부하고 공부시키는 것은 바로 실력을 갖기 위한 것이 아닌가? 고입도, 대입도, 회사 입사도 다 시험이다. 각종 자격 시험과 고시 또한 시험이니 이 시험들을 통과하기 위한 실력을 갖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참 중요하지 않은가.
이제 무엇이 남았나. 아, 폭력이 남았지. 비록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힘 중의 하나이다. 근래 우리 나라 영화계의 화두로 등장한 조폭 영화들은 그만큼 사회적 관심이 그 쪽에 쏠리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밤의 황제’라 불리며 영화처럼 살아가는 그 힘도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그러면 정신의 스승인 교사는 무엇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가. 그들에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도 없고, 귀신도 부리는 금력도 없으며, 강인한 체력도, 뛰어난 실력도, 그렇다고 폭력은 더더구나 없다. 그러면 그들은 세상을 무엇으로 살아갈까. 빈 들에 핀 들꽃처럼 이름도 없고 보아주지도 않지만 나름의 긍지와 명예(알아주는 사람 없어도)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PAGE BREAK]만약 교사에게서 긍지를 빼앗는다면 그것은 호랑이의 강하고 빠른 발을 뺏는 것이고, 공작의 깃털을 뽑는 것이다. 또한 권력자에게서 권력을, 부자에게서 돈을, 폭력배에게서 주먹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심한 경우이다. 왜냐면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 말고 또 다른 것이 있지만 교사에게는 오직 긍지와 명예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무엇인가를 하며 산다. 시인은 시를 쓰고 음악가는 음악을 만들고 요리사는 요리를 만든다. 교사는 무엇을 만드는가. 바로 교사는 사람을 만든다.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만드는 것이다. 판사(判事)의 ‘사(事)’는 일이고 변호사(辯護士)의 ‘사(士)’는 선비이지만 ‘교사’(敎師)의 ‘사(師)’는 목사(牧師)의 ‘사’와 같이 스승이다. 정신과 영혼의 스승이 바로 교사와 목사인 것이다.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목욕탕에 갔을 때 덩치가 큰 청년 두어 명이 다가와서 ‘선생님, 등 밀어드릴까요? 제자 아무개입니다.’하며 인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교사는 세상을 살아갈 사람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니 세상이 바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교사에게서 그들이 가진 긍지와 명예를 빼앗는 그런 어리석은 상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들도 반성해야 한다. 진정 나는 긍지와 명예만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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