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수입은 2000년 이전에는 100조 원이 못됐지만 2000년 들어서 100조 원을 돌파한 이래 매년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2001년 총 조세수입은 119조 1653억 원(실적치)이었다. 2002년의 총 조세수입 규모는 본예산치로 129조 8103억 원, 2003년은 143조 8000억 원을 기록했다.
세금이란 무엇인가 세금이란 정부가 국민에게서 걷어 쓰는 돈이다. 강제로 걷고,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 공식용어로는 조세(租稅, Tax)라고 한다. 정부가 세금을 걷는 이유는 나라 살림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행정과 국방, 교육 등 각종 공공사업에 돈을 지출하며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가계나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있어야 한다.
나라 살림은 공식 용어로 정부 재정(財政, Government Finance)이라고 한다. 정부 재정은 수입원이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세금, 즉 조세수입, 둘째, 각종 수수료와 입장료·벌금 등에다 정부가 소유한 공기업의 지분 등을 팔아 얻은 수입과 정부가 각종 공공사업을 직접 벌여 얻는 세외수입, 셋째, 정부 소유 토지나 건물 등을 팔아 얻는 자본수입, 넷째, 외국이나 국제기구 등의 원조를 통해 얻는 원조수입 등이다.
네 가지의 수입원 중 자본수입이나 원조수입은 특별한 경우에나 발생하는 수입이다. 반면 세금이나 세외수입은 정부가 매년 거의 예외 없이 규칙적으로 얻는 수입이다. 매년 그리고 연중 규칙적으로 얻는 수입이라는 뜻에서 세금과 세외수입을 경상수입이라고 한다.
정부 재정의 수입원 중에서는 세금과 세외수입이 규칙적으로 생기는 수입인 만큼 다른 수입원에 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세금은 네 가지 수입원 중에서도 가장 덩치가 크기 때문에 단연 중요한 수입원이다.
우리 국민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우리 나라 국민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여기서 말하는 ‘본예산’이란 행정부에서 국회에 제출한 이듬해 예산계획안을 말한다. 본예산은 국회가 심의·의결해야 비로소 ‘예산’이 된다. 따라서 본예산에서 말하는 조세수입 금액은 실적치가 아니라 예산치다.
실적치로 보나 예산치로 보나 우리 정부가 걷는 조세 수입은 해마다 전년도에 비해 대개 10% 전후씩 규모가 늘고 있다. 그만큼 국민의 세금 부담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는 지표로는 ‘국민 1인당 평균 세 부담액’이라는 것이 있다. 총 조세수입(총조세)을 국민 전체 인구로 나눈 몫이다. 2002년 추산 국민 1인당 세 부담액은 약 271만 원(예산치). 이 금액은 2002년 총 조세수입(예산치)을 통계청 추계 2002년 우리 나라 인구 4806만 1932명으로 나눠 구한 것이다.
국민 1인당 연평균 세 부담액은 지난 1997년 192만 1000원에서 1998년 183만 원으로 낮아졌다가 1999년 201만 1000원을 기록, 사상 최초로 200만 원을 넘었다. 이후 2000년 208만 원, 2001년 221만 원으로 갈수록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02년 1인당 세 부담액은 전년보다 8% 늘어난 수치. 4인 가족 기준으로 계산하면 가구당 세 부담은 1085만 원이다. 2003년에는 1인당 세부담액이 2002년보다 10.6%가 늘어난 300만9000원(예산치)으로, 사상 최초로 300만 원대로 진입했다. 이 수치는 총 조세수입 예산치 144조2000억 원(2003년 본예산)을 통계청 추계 2003년 우리 나라 인구 4792만 5000명으로 나눈 것이다.
세 부담, 왜 해마다 높아지나 ‘국민 1인당 세 부담액’은 국민의 세금 부담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다. 하지만 현실을 늘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 주된 이유는 통계를 내는 방식에 있다. 개인과 법인이 낸 세금을 모두 합한 뒤 총인구로 나눠 구하기 때문에 법인 부담분까지 개인 부담분으로 계산하는 맹점이 있다. 여기에다, 국민 내부 계층간 세 부담 차이를 드러내주지도 못한다는 것도 약점이다.
그런 탓으로 국민 1인당 세 부담액 수치는 가끔 국민 각 개인이 피부로 느끼는 세 부담액과는 거리가 생기곤 한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세 부담 크기를 파악, 비교할 때 국민 1인당 세 부담액보다는 ‘조세부담률’이라는 지표를 더 중시한다. 조세부담률이란 정부가 법인을 포함해 국민에게서 걷은 조세수입총액 곧 총조세가 명목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2003년 정부 예산안(본예산)에 따르면 조세부담률 예산치는 22.6%이다. 이 수치는 2003년 총 조세수입 예산치 143조8000억 원을 2003년 명목 국내총생산 전망치(약 636조원)로 나눠 구한 것이다. 2003년 한 해 동안 우리 나라 국민들은 각자 100원을 벌면 23원 정도를 세금으로 낸 셈이다.
조세부담률은 1953년 5.5%, 1960년 12%, 1970년 15%, 1998년 19.1%, 1999년 19.5%, 2000년 21.8%로 지난 50년간 꾸준히 높아졌다. 최근에도 2001년 22.5%, 2002년 22.4%(잠정)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조세부담률이 매년 높아진다는 것은 조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높아진다는 얘기다. 간단히 말하면 매년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이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세는 정부가 국민에게서 걷어 쓰는 돈인데 세금이 국내총생산, 즉 국민소득 가운데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정부가 쓰는 금액이 일반 국민(즉 기업과 가계)이 쓰는 금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계나 기업보다 정부의 씀씀이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얘기도 된다.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정부 살림살이 규모도 따라서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뜻에서 조세부담률이 높아지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더군다나 우리 나라의 조세부담률은 주요 선진국이나 OECD 회원국에 비해 유난히 높은 수준도 아니다. 영국보다는 낮지만 일본보다는 높고 미국, 독일과는 비슷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마다 전체 국민소득 가운데 정부가 돈 쓰는 비중만 가계나 기업이 돈 쓰는 비중보다 커져야 할 뚜렷한 이유는 없다. 하물며 정부가 매년 일반 국민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의 조세부담률은 계속 높아져만 간다. 정부가 나라 돈을 가계나 기업보다 더 많이 쓰고, 내년에는 또 올해보다 더 많이 쓰기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데는 경우에 따라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각 부처가 자기 조직을 키우려고 욕심을 부리는 탓도 다분히 작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앞으로도 조세부담률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높아지기만 한다면 우리 국민의 세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것이다.
세금 제도, 공평한가 세금은 정부가 국민에게서 강제로 걷는 돈이다. 따라서 납세자 모두에게 공평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다만 세제의 공평성이란 반드시 납세자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납세자에 따라 세율, 금액을 달리 적용하는 게 공평하다는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많이 버는 이는 많이 내고 못 버는 이는 적게 내는 식으로, 납세자의 능력에 따라 세 부담이 달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세금을 걷는 방법 중 합당한 것을 고른다면 어떤 식이 될까. 전형적으로, 직접세로 세를 걷는 비중이 간접세로 세를 걷는 비중보다 높아야 공평한 조세 체계라고 본다.
직접세, 간접세 구분은 세금을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크게 나눈 체계다. 직접세는 세금을 내는 이와 실제 부담하는 이가 같다. 개인이나 법인 등 소득을 올린 이가 직접 내는 소득세나 법인세 혹은 재산세, 상속세 같은 세금이다. 간접세는 세금을 내는 이와 부담하는 이가 다르다. 대표적인 예가 부가가치세. 상품이 판매될 때마다 판매액의 일정 비율(우리 나라에서의 현행 세율은 10%)을 걷는 세금이다. 판매자가 상품을 팔 때 구매자로부터 상품 대금에다 해당 세금액까지 얹어 받아서 모아뒀다가 나중에 세무서에 낸다. 판매자가 소비자 대신 내주는 것뿐, 실제로 세를 부담하는 이는 상품 소비자(구매자)다.
소득세나 재산세, 법인세, 상속세 같은 직접세는 소득이 많으면 더 물린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교통세 같은 간접세는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납세자에게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정부가 걷은 세금이 납세자를 상대로 무차별하게 쓰이는 한, 소득이 많을수록 세를 더 걷는 제도가 나라 살림에 도움도 되고 국민소득을 재분배해 빈부격차를 줄이는 기능까지 한다. 반대로 전체 세금 중 간접세로 걷는 비중이 직접세로 걷는 비중보다 높으면 상대적으로 저소득 계층의 세 부담이 높아져 빈부격차를 키우고 서민의 불만을 산다.
미국, 일본 등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직접세 비중이 간접세보다 높다. 2001년 미국의 직접세 비중은 77.2%, 일본은 75.5%다.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직접세와 간접세 비중이 엇비슷하다. 2001년 조세에서 직접세 비중은 50.4%, 간접세 비중은 49.6%였다(재정경제부 2002.5.12 발표자료). 간접세 비중이 절반이라는 것은 세금의 절반을 납세자의 빈부차에 상관없이 똑같이 걷는다는 얘기다.
간접세 비중으로 보면 우리 나라는 미국(22.8%), 일본(24.5%)보다는 크게 높지만 프랑스(54.2%), 독일(47.0%) 같은 유럽 국가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만 유난히 간접세를 많이 걷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유럽은 우리 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유럽 국가들은 국민에게서 거둔 세금으로 소득분배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적 정책과 제도를 많이 운영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독일, 프랑스보다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슷한 정책, 제도를 운영하므로 미국, 일본과 견주어봐야 옳다. 미국, 일본에 비하면 우리 나라는 간접세 비중이 직접세에 비해 너무 높다.
간접세는 징세 편의주의다 우리 나라의 간접세 비중은 지난 1997년 49.5%에서 1998년 44.7%로 줄었다가 1999년 50.5%로 다시 대폭 늘었다. 2000년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48.8%로 다소 하락했으나 2001년 49.6%로 다시 0.8% 높아졌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 간접세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지난 1997년 말 찾아온 외환위기 직후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걷는 소득세 수입이 줄어 직접세 비중이 격감한 탓이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돈 쓸 데가 많아지면서 재정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세보다 부가가치세, 전화세나 교통세 같은 간접세를 세율을 올려 더 많이 걷은 탓도 있다.
직접세에 비하면 간접세 쪽이 정부가 세금 걷기에 쉽다. 직접세와 달리 간접세는 흔히 기업이 세금액을 더한 가격으로 상품을 팔고 나서 세금을 대신 내 주는 구조로 걷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실은 내는지조차 모르고 지나는 수가 많다. 그만큼 세 걷기가 편해, 정부가 세금을 더 많이 걷으려 할 때면 으레 간접세에 치중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간접세 비중이 높아지면 정부를 ‘징세 편의주의’로 질책하는 조세 저항도 높아진다.
2002년 초에는 전국의 주유소들이 ‘휘발유 판매가의 70%가 세금’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붙이고 조직적으로 정부의 간접세 부과에 저항했다. 자동차업계도 2003년부터 9∼10인승 승합차에 역시 간접세인 10%의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려는 정부 방침을 실력으로 저지했다.
간접세에 대한 주유소, 자동차업계의 저항은 소비자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세 부담 때문에 판매가격이 오르고 그 결과 판매량과 수입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데 직접 원인이 있다. 물론 일부 소비자들은 이들 업자의 저항을 성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