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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학교자치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교육자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자치가 아니며, 일선 학교가 보다 많은 권한과 자율권을 갖는 형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자치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나 모형은 뚜렷하게 제시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자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탐색하기 위해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자치에 대해 살펴본다.

박종필 | 제주대 교육학과 교수


Ⅰ. 서론

1949년 교육법의 제정으로 교육자치가 실시된 이후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 또는 분리에 대한 상당한 갈등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갈등은 현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으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는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을 전제로 하는 교육자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교육계와 일반 행정계에서는 각각 장·단점들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자치에 대한 교육계와 일반 행정계간의 갈등(이러한 갈등의 핵심은 시·도단위 교육행정제도의 변화이다)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측면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즉, 교육자치의 핵심은 학교자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교육자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자치가 아니며, 일선 학교가 보다 많은 권한과 자율권을 갖는 형태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자치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나 모형은 뚜렷하게 제시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의 학교자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탐색하기 위해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자치에 대해 살펴본다.

Ⅱ. 학교자치의 기본 가정 및 일반적인 모형

1. 학교자치의 기본 가정
학교자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특정 상황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요구와 고객들의 요구를 보다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David, 1991; Wohlstetter 외, 1994). 즉, 학생, 학부모, 지역 사회 및 교직원들은 그들 나름의 독특한 요구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요구는 이들 자신들에 의해 가장 잘 파악되고 표현될 수 있으며, 외부에서 부과되는 교육 관련 의사 결정은 특정 이해당사자들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다. 또한 특정 주제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학교 수준의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 다시 말해 교사, 학생 및 학부모 등이 해당 학교에 관한 의사 결정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며, 이들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Murphy & Beck, 1995: 21-22).

이러한 가정은 동일한 학군 내에 있다 할지라도 해당 지역 사회의 특성에 따라 학생들은 상이한 교육적 요구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 사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그 지역의 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 지역의 특정한 교육적 요구와 형태에 맞게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것이다(Pierce, 1980). 즉, 학생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위해 교육과정, 수업, 학사 및 시설, 자원 운영 등의 교육 활동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며(Mojkowski & Fleming, 1988: 3), 또한 의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그러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가장 큰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Pierce, 1980). 이러한 방법으로 보다 효과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활동을 개선할 수 있으며, 또한 학교가 지역사회, 가정 및 학생들의 요구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Bryk, 1993: 2).

2. 학교자치의 모형
학교자치의 모형은 크게 행정적 통제(administrative control), 전문적 통제(professional control) 및 지역사회 통제(community control) 모형으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분류 방법은 관료 중심, 전문가 중심 및 소비자 중심이라는 세 가지 형태의 학교 조직 운영 방법과 일치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Murphy & Beck, 1995).
첫째, 행정적 (또는 교장) 통제 유형은 다른 두 가지 유형과는 달리 학교장이 학교운영에 대한 중심적인 권한을 가지는 형태이다. 즉, 학교자치의 출발점은 의사 결정권한이 교육청으로부터 단위학교로 위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Goldman 외, 1991). 즉, 위계상 상위 단계에서 하위 단계로 의사 결정의 권한이 이양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 위임이 반드시 학교에서의 참여적 의사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Murphy, 1991). 즉, 관료제 관련 문헌들에 따르면 분권화는 반드시 작업자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현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의 관리자나 책임자에게 의사 결정에 관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에서는 상급 기관에서 실제 업무가 이루어지는 하부 단위의 책임자에게 결정권을 위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Bimber, 1993: 14).

이러한 유형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이 실시되고 있으며, 학교 행정가들에게 여러 가지 권한이 위임된다.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이 의사 결정에 상당부분 반영되기는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과 책임은 학교장이 지게 되며 교사와 학부모는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Fusarelli & Scribner, 1993). 예를 들어, 교사들의 협조를 통해 학교를 운영하나 교사들에게 학교 관련 의사 결정에 대한 거부권이 주어지지 않으며, 최종 결정과 그에 대한 책임을 학교장이 지는 형태이다(Brown, 1992).

이러한 유형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캐나다의 에드먼턴(Edmonton)으로, 여기서는 학교 직원, 학부모 및 지역 사회 인사들의 자문을 통해 학교예산 결정에 대한 책임을 교장이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미국 텍사스(Texas) 주의 경우에도 1990년에 통과된 상원 법률안 1을 통해 교직원 임명권 등과 같은 주요 권한을 학교장들에게 부여하고 있다(Wagstaff & Reyes, 1993). 한편, 플로리다(Florida) 주의 데이드 카운티(Dade County)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학교단위책임경영제를 실시하고 있다(Wohlstetter & Buffet, 1992; Wohlstetter & Odden, 1992).
두 번째는 전문가 통제 (또는 행정 분권화) 유형으로 이는 전문 집단, 즉 교사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주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이다. 이 모형에서는 기존의 경우 교육청 단위에서 이루어지던 사항들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일선 단위학교로 이관되며, 이 때 교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Wohlstetter & Odden, 1992).

따라서 전문가 통제 유형은 학교장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형태에서 일부 사항들의 경우 교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논의를 통해 결정이 이루어지는, 즉 기존의 학교장과 교사들 간의 권한 관계상의 변화를 의미한다. 참여적 의사 결정 하에서는 교사들은 교직원의 채용, 예산 집행 등과 같은 단위학교에 권한이 이관된 사안들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되며, 투표나 합의를 통해 모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Wagstaff & Reyes, 1993). 이에 따라 학교장이 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이 줄어들며, 보통 교사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 즉, 전문적 통제 또는 교사 중심적인 학교 운영이 이루어지는 공식적인 방법이 학교운영위원회이다(Hanson, 1991: 25). 따라서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체제(학교)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직접적인 의사결정권이 부여된다.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의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이다.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 교육청 산하의 모든 학교는 학교의 수준 및 크기에 따라 6~16명(이 중 절반이 교사들로 구성된다)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local school leadership council)를 가지고 있다(Wohstetter & McCurdy, 1991: 408).

학교운영위원회는 일상적인 행정이나 정책의 집행보다는 단위학교의 정책과 학교 계획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두며, 학교장과 함께, 해당 학교의 교원단체 대표가 공동 위원장이 되고, 투표를 통해 주요 사안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진다(Hanson, 1991). 공식적으로 매달 두 번의 모임이 열리며, 한 번은 교사의 업무 시간에 열리고, 또 한 번은 학부모와 지역 인사에게 편리한 시간에 열린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직원 연수, 학생 교육, 각종 규정, 학사 일정, 학교 시설의 사용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교과서 선정뿐만 아니라 그외 세부적인 학교의 재정 운영에 대한 통제권도 가지고 있다.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 학교구와 함께, 뉴욕(New York) 주 로체스터(Rochester)의 학교운영위원회 경우도 교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Wohlst-etter & Odden, 1992: 533).

세 번째 모형은 지역사회 통제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교사 및 행정가 집단에서 예전에는 학교 운영에 참여하지 못했던 학부모 및 지역사회 집단으로 권한 이양이 이루어지며, 행정적 통제 및 교사 중심 모형과는 달리 학부모(지역사회 인사)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역사회와 책무성이 바로 연결된다(Wohlstetter, 1990).

지역사회 통제는 특정한 기준 하에서 교육청과 함께 활동하는 선출직 인사로 구성된 교육위원회와 관련이 있다. 이는 지역 및 중앙 교육위원회 간의 의사 결정권한 및 권력 공유를 의미한다. 즉, 지역 사회 통제는 투표 과정을 통해 학부모 및 주민들이 학교구 및 해당 학교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한다(Brown, 1990: 229). 또한 이는 전문가 및 중앙 교육위원회 구성원들의 권한이 축소되며, 지역 주민에게 이양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Ornstein, 1983).

전문가 통제 유형과 같이, 지역사회 통제 유형의 토대는 학교운영위원회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시카고(Chicago)이다. 시카고의 학교운영위원회(local site council)는 8~11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학부모 6명, 지역 대표 2명, 교사 2명 및 학교장), 학부모가 위원장이 된다(Hanson, 1991; Ogletree & McHenry, 1990; Wohlstetter & McCurdy, 1991). 학교운영위원회는 기존의 학교장이 수행하던 여러 가지 기능들을 담당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첫 번째 역할은 학교장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고 학교장과의 계약을 체결하며, 둘째, 교직원 자문 위원회와 협의하여 학교장이 이미 편성한 학교 예산안을 수정하고 승인한다. 셋째, 학교 교육계획을 협의하며, 학교 교육계획과 그 예산 집행에 관해 학교장에게 조언을 제공한다. 다섯째, 교직원과 교과서 선정에 대해 협의하고, 출석과 학생 지도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 학교장에게 자문 역할을 한다. 이처럼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예산을 승인하고, 학교 교육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교과서 선택에 도움을 제공하며, 신임 교사 추천 및 학교장 인사 등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학교장 임명 및 해고, 학교예산 책정 등에 관한 권한이 전문가들에게서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원들에게로 이양된다(gletree & McHenry, 1990).

Ⅲ. 학교자치의 주요 영역

학교자치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교육청은 일선 학교로 실질적인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이 때 주변적인, 사소한 사항들에 관한 결정권 이상으로, 즉 수업 및 학습과 관련된 중요한 영역들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단위학교로 이양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교육과정, 인사, 예산 및 조직구조를 중심으로 외국의 전반적인 경향을 살펴본다.

1. 교육과정 및 수업
학교자치가 이루어지는 경우 일선 학교는 수업 프로그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재량권을 갖는다. 즉, ‘무엇’에 관한 사항은 학교구 또는 주 단위에서 그 기준이 작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Wohlstetter 외, 1994), 학교가 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들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Murphy, 1993). 이러한 권한 행사를 통해 일선 학교는 해당 학교 학생들의 요구와 필요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학교단위 교육과정은 일선 학교의 교사들이 구체적인 교수 방법 및 어떤 수업 자료를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일선 학교의 학교장과 교사들이 스스로 전문성 신장이 필요한 부분을 결정하고,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단체 또는 개인과 계약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Murphy, 1993: 6). 이 때 교사들간의 협동이 강조되며, 기존과 같은 고립된 형태에서 팀 형태로 교사들의 관계가 변화된다. 즉, 과다한 필수 교과, 엄격한 교과서 채택 정책 등이 적용되던 전통적인 상황과 달리, 학교자치제 하에서는 학교 단위의 교육과정 개발을 통해 일선 학교의 교원들은 자신들이 직접 수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와 관련된 수업 자료 및 교과서를 선택하며, 자신들을 위한 현직 연수 프로그램도 계획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일선 학교의 교원들에게 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권한을 상당 부분 이양되기 때문에, 교원들은 자신들이 맡고 있는 학생들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필요한 수업 자료 및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Knight, 재인용 White, 1989).

2. 인사
직원들의 역할 및 고용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권한은 예산 결정권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인사에 관한 통제권을 갖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교육청이 승인한 일련의 예비교사 집단에서 교사를 고용하는 형태가 보다 일반적이지만) 일선 학교가 해당 학교의 문화에 적합한, 또한 교수-학습 활동에 꼭 필요한 직원을 고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Wohlstetter & Mohrman, 1996: 43). 해당 학교의 직원들이 자신들의 학교가 갖는 독특한 철학 및 사명에 부합되는 직원을 선출하는 가장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교사, 행정직원 및 심지어 학교장의 선발 및 임용에 관한 권한이 해당 학교에 부여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이자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교육청에서 확보한 일련의 지원자들 중에서 일선 학교의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해당 학교에 필요한 사람을 선발하는 방법이다. 즉, 교육청 차원에서 필요한 인원을 선발한 후, 이 인원들 중에서 일선 학교가 자신들에게 적합한 교사들을 채용하는 형태이다. 누가, 어느 선까지의 결정에 참여하는가 하는 것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일반적으로 학교장 또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사 및 일반 직원들을 선정한다.

교장을 선발할 때 교사들로 이루어진 위원회에서 지원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결과를 교육청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학교장을 채용하는 지역도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의 특수한 상황 및 요구에 부합하는 학교 운영을 위해 일선 학교에 인사 대체권을 부여하는 곳도 있다. 즉, 정년퇴임을 한 교사의 후임으로 새로운 교사를 임용하는 대신 보조 교사나 임시직 상담교사를 채용할 수도 있다(Wohlstetter & Mohrman, 1996). 학교자치가 더욱 보편화되어 있는 경우, 교사들의 정원에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는 곳도 있다. 또한 직원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가지는 동시에, 교사에게 배정된 예산을 다른 곳으로 전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교사의 월급으로 배정된 돈을 책이나 교재 등을 구입하거나 또는 준교사 2~3명을 채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학교자치 및 분권화가 가장 발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에서는 학교장을 채용하는 데 따르는 권한을 일선 학교 및 그 지역 사회로 이양하고 있다(Murphy, 1993).

3. 예산
교육청이 중심이 되는, 즉 교육청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예산 편성 및 결정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예를 들어, 이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잘 훈련된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현재 외국에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학생 및 지역 사회의 요구에 보다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서, 학교단위 예산권을 구체화하는 학교구들도 많이 있다.

학교자치 및 분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서의 예산 편성 및 결정 방법은 미리 결정된 지출 항목에 따라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총액 기준으로 단위학교에 예산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교육청이 아닌 일선 학교가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Murphy, 1993: 4). 이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분권화를 통해 대부분의 교육 관련 의사 결정이 개개 학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학부모들의 참여를 증진시키고, 예산을 운영할 때 학교장들의 경영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Honeyman & Jensen, 1988: 12).

이는 창의성과 변화를 촉진하는 구조를 통해 공립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개선하려는 목적과 함께, 학교자치를 통해 확정된 자원을 보다 적절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학교자치를 통해 자원이 소비되는 곳에서 가장 적절히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원 활용에는 책무성이 뒤따른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White, 1989). 따라서 학교자치를 통해 학생들 가까이에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교육청 및 교육위원회가 아닌 일선 학교에게 책무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학교단위예산제를 통해 조직 효과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Wohlstetter & Mohrman, 1996).

학교자치 및 학교단위예산제에서는 학교단위의 참여자들에게 권한과 융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로 권한이 이양되어야 하는 4가지 대표적인 영역들을 제시하고 있다(Wohlstetter & Mohrman, 1996: 81). 첫 번째 영역은 해당 학교의 교직원 현황에 관한 권한이다. 전통적으로 교사들의 수 및 임시직 및 정규직 비율 등은 교육청의 소관 사항이었으나, 학교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의 경우에는 교직원들의 충원 및 선발에 대한 통제 뿐 아니라 임시직 및 정규직 교사 수, 학급 및 학교 업무 등과 같은 교사들의 책임 등과 관련된 사항들을 결정하는 능력 등이 주어지기도 한다(Woh-lstetter, Symer, & Mohrman, 1994).

예산에 관한 두 번째 영역은 보결 교사 및 시설에 관련된 경비를 학교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Hentschke, 1988). 즉, 이러한 부분에 관한 결정권을 학교가 행사하는 것이다. 기존의 행정체제를 유지하는 학교구에서는 보결 교사 및 시설 관련 경비를 학교구가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방과후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교사들의 결근율이 줄어든다고 해도 일선 학교에게는 전혀 재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이러한 경비에 대한 결정권을 학교가 행사하게 되고, 이를 통해 학교 직원들은 이러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세 번째는 공급원에 대한 통제이다(Hentschke, 1988; Murphy, 1991). 전통적인 학교체제에서는 일선 학교에 필요한 서비스 및 각종 물품들은 교육청에서 지급되었고, 해당 학교가 아닌 교육청이 이러한 물품들의 필요시기 및 양을 결정하였다. 학교자치가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일선 학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육청 관할 지역 내에서 또는 외부 업체에서 필요한 서비스 및 물품들을 구매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끝으로, 해당 회계 연도에 사용하지 못한 예산들은 다음 연도로 이월된다.(Hentschke, 1988: Murphy, 1991). 중앙집권식 운영체제 하에서 이러한 사용되지 않은 예산은 교육청으로 반환된다. 이에 따라 학교들은 지정된 시기 안에 교부된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불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는 등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내리곤 한다(Brown, 1990). 그러나 학교자치 및 분권화 된 학교 체제에서는, 사용되지 않은 예산은 차기 연도로 이월되며, 더 나아가 이렇게 이월된 예산은 전년도의 사용처에 구애받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학교가 예산 사용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따라서 장기적인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Wohlstetter & Mohrman, 1996: 9).

4. 조직구조
학교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체제 내에서 교사, 행정가와 학부모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영역은 학교의 일상적인 운영구조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첫 수업이 시작하는 시각만 차이가 있을 뿐 모든 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운영 및 조직이 동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40분 수업에 10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중등학교의 경우에는 50분 단위의 수업에 10분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또한 초·중등 구분 없이 한 명의 교사가 연령에 따라 분류된 30~4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체제에서는 학교의 여건 및 교사와 학부모들의 결정에 따라 현재와 같은 각종 수업 운영 및 조직상에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연령별 학생 조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7차 교육과정에서 제시되었던 수준별 및 능력별 수업조직 방법 등과 같은 다양한 수업 조직 방법이 시도되며, 다양한 선택 프로그램과 결과 중심형 교육(Outcome-Based Education: OBE)1) 등과 같은 실험적인 방법들을 도입하는 곳도 있다. 또한 학생들이 어떤 주제를 학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과목당 배정되어 있는 수업 시간을 조정하는 곳도 있다. 즉, 학급 규모와 학급 편성은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지며, 교사들 간의 팀티칭이나 학생들 간의 동료 학습이 적극 활용되는 것이다.

Ⅳ. 결론

이상에서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자치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교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선 학교의 교육 활동과 관련된 실질적인 권한이 일선 학교로 이양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구성원들, 즉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순히 교육청에서 결정된 방안들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해당 학교의 여건 및 현실에 맞는 다양한 교육활동 및 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함께, 학교의 주인이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학교구성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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