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교육개혁(No Child Left Behind Act of 2001)에 대한 성과에 대해서 상반적인 견해가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미국 학생의 전체적인 학력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인 잣대와 여전히 부족한 자금 지원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정책으로 오히려 “모든 아동을 뒤쳐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새 교육개혁의 의도 미국의 경우, 모든 아동의 교육에 대한 주요 책임은 주정부와 지방자치구에 있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의 역할은 동등한 교육 기회 제공과 균등한 자금 배분에 대한 감독으로 그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다. 미국 교육사상 드물게 국회 양당의 전격적인 합의와 지지로 출발한 새로운 2001년 교육개혁법안 ‘뒤쳐지는 아동은 없다(NCLB: No Child Left Behind)’는 적절한 학습환경과 자원이 제공되면 누구나 같은 수준의 교육적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철학에 근거한 것으로 교육의 책무성에 대한 연방정부의 실질적인 권한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 교육개혁법안은 빈곤층 아동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시도된 1965년 초·중등교육법(Title I)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사회·경제적 배경에 상관 없이 모든 아동은 동등한 교육적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학교는 빈곤층 아동에게 부가적인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부유층의 아동과의 학력 격차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학업성취 평가 방식은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 특히 기본 서비스 제공에만 초점을 둔 나머지 빈곤층 아동의 저조한 학력수준에 대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문제가 제기된 이후로 특별 자금지원에 대한 교육적 책무성과 수월성을 표준시험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 왔다.
1998년 교육개혁에서는 지방교육국(LEAs: Local Education Agencies)이 매년 다양한 시험을 실시하면서 학교별 정책의 효율성을 관리·감독하였고, 1994년 교육개혁에서는 시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5, 6~9, 10~12학년 사이의 학년에서 각각 한 학년만 표준시험을 치르게 하고, 학생의 개별 상황에 따라 다양한 평가 조건과 유형을 제공하였다. 또한 학교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는 연방정부의 지침을 없애고, 주정부가 알맞은 학업진척정도(AYP: Adequate Yearly Progress)를 정하게 함으로써 각 주별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였다. 현재의 새 교육개혁은 1988년 개혁의 연간 학력평가체제를 부활하고, 1994년 개혁의 주별 표준시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새 교육개혁의 원칙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기준, 학교의 책무성 강조, 교육연구에 근간한 계획과 실천, 교원의 질 향상, 학부모와 가족의 지원 강조,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 간의 긴밀한 연계, 주정부와 지방교육국의 융통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새 교육개혁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주 정부는 각 학년에서 아동이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학업성취기준을 설정하고, 학업진척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표준시험을 개발 실시한다. 주 수준의 책무성체제안은 2013/2014학년도까지 도달해야 하는 학력수준을 반드시 포함하는 일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 주 수준의 학업성취기준과 표준시험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일반 대중의 학년별 학업성취도에 대한 인식과 학부모의 자녀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주정부와 지방교육국은 연방정부로부터 학생의 연간 성적표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보조받는다. 성적표에는 주정부가 결정한 학업성취기준에 근거한 평가를 제공하며, 학생 개별적 특성, 예를 들면 소수 인종, 빈곤, 성별, 장애, 영어숙달, 장애 정도 등에 근거한 맥락적 평가의 결과도 제공한다.
(3) 학부모에게 학교의 수준과 향상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개선책을 제공한다. 특히 빈곤층 아동은 주정부에서 제시한 학업성취기준에 이르지 못할 경우보다 성공적인 학업성취를 보이는 학교나 같은 지역의 주정부 관할학교(Charter School)로 전학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교육국은 빈곤층 아동을 위한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한 자금지원을 연방정부에 추가로 요구할 수 있는데, 자금의 20%를 전학한 학생의 교통요금으로 할애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방교육국은 학업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교에 대해서는 학습보조수단을 지원해야 하며, 교사를 교체하거나 외부 교육전문가를 투입할 수 있고, 새로운 교육과정과 학교운영 체제를 시도할 수 있다. 학교는 모든 변화에 대해서 반드시 학부모에 알려야 한다.
(4) 교원의 질을 향상시키고 학업성취를 높일 수 있는 교수방식을 강조한다. 2005/2006학년도까지 모든 학교는 반드시 주정부인정 자격증이 있는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주정부는 교원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우수한 교원을 양성·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자율적으로 활용한다.
(5) 연방정부의 자금에 대해 주정부는 상당한 융통성을 가지게 된다. 학업성취도에 있어 2년 이상 지속적인 향상을 보이는 경우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승인 없이 빈곤층 아동을 위한 특별 자금을 제외한 자금의 50%까지는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새 교육개혁 운영 현황 및 비판 새 교육개혁의 내용 중 학교 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로 인식하고 있는 주정부 수준의 표준 시험은 2005/2006 학년도부터는 학생 개별 특성이나 학년에 상관없이 학교별 최소한 95%의 학생이 치러야 한다. 그동안 소수 인종, 빈곤, 성별, 영어 숙달, 장애 등의 학생 개별 상황에 따라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학생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또는 이러한 학생에 대한 낮은 기대와 편견으로 시험을 칠 기회를 주지 않아, 이들 중 평균 40~50%만이 시험에 참여하여 왔다. 연방정부는 이들 학생을 제외함으로서 결과적으로는 뒤쳐지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새 개혁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경쟁을 통해 학습 동기를 제공하고 학력을 신장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별 연간 학업진척 정도를 결정할 때 이러한 학생의 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면 따로 구분하여 연방정부에 보고할 필요는 없다.
어떤 교과 시험을 치르는가에 대해서는 각 주별로 결정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2002/2003 학년도부터는 4학년과 8학년에서 읽기와 수학 표준시험을 연간 두 번 치렀고, 2005/2006 학년도까지는 모든 학년에서 읽기와 수학 표준시험을 반드시 치러야 하고, 2007/2008 학년도부터는 과학 표준시험이 포함된다.
새 교육개혁에 대한 현재까지의 성과에 대해서 상반적인 견해가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미국 학생의 전체적인 학력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각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인 잣대와 여전히 부족한 자금 지원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정책으로 오히려 “모든 아동을 뒤쳐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2013/2014 학년도까지 모든 학생이 주 수준의 표준시험에서 의도한 학업성취기준에 100% 도달해야 하는 내용에 대해, 강제적이고 현실성 없는 목표를 설정해 결국에는 수천만의 학교가 실패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새 교육개혁은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게 함으로써, 학교가 표준시험의 평균을 높이기 위해 낮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높은 성취를 보이는 학생에 대한 관리에 더 치중하게 했다는 것이다. 학교별 95% 이상의 학생이 반드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조건도 결국에는 명백히 나머지 5%의 학생은 뒤쳐지게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책의 교사와 학생에 대한 실제적인 영향과 효과는 학생 개별 상황을 고려한 맥락적 해석 없이는 가능할 수가 없는데, 현재의 평가방식은 학교로 하여금 개별 학생에 대한 주관적 분석의 활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 새 교육정책은 표준시험 점수가 높은 사람을 교육 잘 받은 사람으로 가정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점수가 교육의 바람직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충분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다. 가족의 중요성과 유대를 존중하고, 민주시민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하는 학교교육을 유도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표준시험 결과의 평균으로 학교교육의 성패를 결정하려는 연방정부의 책무성 체제는 이러한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을 측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다음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첫 번째는 학교 교육과정의 협소화 문제이다. 주 정부 주관의 표준시험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학습내용을 다 포함하지 못한다. 따라서 표준시험은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보다는 낮은 수준의 사고 기능만을 측정하게 된다. 또한 실패한 학교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교실 수업은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한 내용만을 강조하여 가르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전국적인 수준에서 미국의 학교 교육과정은 협소해지고 질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근 연방정부는 ‘실패한 학교’라는 명칭을 ‘개선이 필요한 학교’로 정정하기는 했지만 대상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히 정정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학력성취와 졸업율을 자랑해 오던 학교들 중에서도 실패한 학교라는 오명을 얻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북부 캐롤라이나의 경우 60%, 버몬트의 경우 80%, 루이지니아의 경우 85%의 학교가 이 범주에 속한다. 연방정부의 책무성 체제에 의해 미국의 대부분의 학교가 실패한 학교가 되어가고 있어, “더 많은 학교들이 훨씬 더 많이 뒤쳐지고 있다(More Schools Left Behind, W-a-y Behind).”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빈곤층이나 다양한 인종의 유동성이 많은 지역에 살고 적절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연방정부가 학업성취와 관련한 다양한 요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오명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 실질적으로는 실패한 학교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매년 학생의 구성이 매우 상이하게 변할 수 있는 도심 학교의 경우, 그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전체 평균으로 실패한 학교로 단정하는 잘못된 해석으로 공립학교를 주정부 관할학교(Charter School)로 전환시키는 등과 같은 적절하지 않는 미봉책을 실시하게 되는 것이다.
제언 및 한국교육에의 시사 새 교육개혁은 전국적인 차원에서 모든 아동의 학업성취를 높은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향으로서는 확실한 시도이다. 그러나 모든 환경에 다 맞출 수 있다고 믿는 관료주의에 입각한 유일한 방식을 제시하면서 학교 현장을 숨막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확실한 결론은 새로운 개혁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에 대한 바람직한 기대치로서 학업성취기준을 정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또래 집단의 성취도와 비교하여 의도된 학습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측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시험이 없는 성취수준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학업성취기준은 학생의 학습을 증진시키기 위한 측정도구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측정 방식에 의해 학생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시험 결과만으로는 학교, 교사, 수업의 질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 교육개혁의 책무성 체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리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고안된 관료적인 장치로, 학교는 평균을 올리기 위해 교육과정을 편법적으로 운용하고, 주 정부의 승인을 받은 교사를 임용하는 것과 같이 기계적인 대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적 책무성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이지 정부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 또한 아동의 학업성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 학부모의 지원 등과 같은 요인은 학교가 통제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연방정부는 결과에 치중하기보다는 각 학교별 상황에 적합한 지원과 향상 과정에 근거하는 학업성취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책의 구실로서 강제된 정책이 아니라 필요한 교육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정보를 파악하는 정책으로의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연방정부의 관리자로서의 역할, 주 정부의 적합한 지원, 지역교육구의 주관적 가치 판단이 포함될 수 있는 책무성 체제로 보완된다면 새 교육개혁의 긍정적인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한국교육의 효율적인 지방분권적 운영이나, 각 학교의 사회, 경제, 지역적 특성에 근거한 내신성적 평가관리체제 등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