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교육기본법을 제정·정립하고, 교육진흥기본계획에 바탕을 두고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및 평생학습에 대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사실은 일본의 교육개혁은 구체적인 추진 기구로서 중앙교육심의회를 모체로 하여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 실험을 거친 결과를 수용하는 신중함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일본의 교육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기회 균등의 이념을 실현하고, 국민의 교육수준을 높이면서 경제사회의 발전 원동력이 되는 등 시대 요청에 부응하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과정에서도 일본은 현재 교육 상황에 대해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시대적인 과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 도시화 및 소자녀화가 진전되면서 가정 혹은 사회의 ‘교육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학생 따돌림, 학교 등교 기피, 폭력행위 등 이른바 ‘학급붕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이제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청소년 흉악 범죄가 빈번하고 있다. 또한 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마저도 아동학대 혹은 가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둘째, 청소년 사이에 ‘공(公)’을 경시하는 경향이 퍼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동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아동이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단련할 기회가 감소하는 등의 사회성 저하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아동의 사회성 저하 현상은 규범의식을 떨어뜨리면서 ‘공’을 경시하는 경향이나 청소년이 컴퓨터 게임 몰입 등 ‘고독의 세계’에 빠져 드는 현상을 조장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셋째, 지나치게 조장된 평등주의에 따른 교육의 획일화 현상, 혹은 과도한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 등으로 인해 아동의 개성·능력에 따른 교육이 경시되고 있다. 또한 현행 학교제도와 입시제도 등이 개개 학생의 개성이나 능력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실패한 것도 지적되고 있다.
넷째,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 경제를 통한 세계적인 경쟁 추세, 정보화 현상 등 사회경제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지금까지의 초·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이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의 교육은 사회경제의 변화와 아동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21세기 이후 새로운 일본인을 육성하고 새로운 일본을 만든다는 취지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2대 원동력 - 임시교육심의회와 중앙교육심의회
지금까지 일본의 교육개혁은 주로 문부대신의 자문답변 역할을 하는 중앙교육심의회, 혹은 1984년 나카소네 내각이 임시교육심의회를 구성할 당시 3년간 활동하였던 전문가 그룹이 총리대신의 자문답변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이런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일본의 교육개혁은 상당히 장기적인 시각에서 일관성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9년부터 시작한 제14기 중앙교육심의회는 그 해 4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여러 교육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라는 자문을 받아서, 주로 후기중등교육(고등학교 교육) 개혁과 이에 관련한 고등교육의 과제, 생애학습의 기반 정립 등 2대 과제에 대해서 심의를 하였다. 이 심의 결과 중앙교육심의회 명의로 1990년 1월 ‘생애학습의 정비 기반에 대해서’, 1991년 4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는 여러 교육제도 개혁에 대해서’라는 2개의 답신을 통합·발표하였다(日本文部省, 1998). 그 중에서 1991년의 답신은 고등학교 교육의 개혁, 고입·대입 수험경쟁의 완화, 생애학습사회의 실현 등에 대한 제언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생애학습 체제란 종전에 과다하게 학교교육에 의존했던 사회풍조와 지나치게 학력이 중시되고 있는 경향을 비판하고, 한 개인 인생의 각 단계에서 필요한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사회 체제를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학교교육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자기 학습능력, 즉 일생에 걸쳐 자발적으로 필요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강조되었다.
교육개혁국민회의 체제
⑴ 교육개혁국민회의의 발족 배경 일본은 2000년 3월 당시 오부치(小淵) 내각 총리대신 직속으로 새롭게 ‘교육개혁국민회의’를 발족시켰다. 교육개혁국민회의가 발족한 것은 경제·사회의 국제화가 진전되고 정보통신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교육환경이 급속히 변화하였으며, 학교현장에 ‘학급붕괴’ 현상이 나타나는 등 각종 교육병리현상을 국가적 차원에서 극복하고 새로운 21세기 미래 사회를 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배우창, 2002). 그런데 교육개혁국민회의가 발족한 것은 사회 전반적인 교육개혁 요구를 수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환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경제와의 관계이다. 일본은 지난 10여년 간 지속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불황을 겪고 있으며, 지금도 그 형편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도산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구조는 불안하기만 하고, 대학과 고교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매년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과거의 종신고용제보다는 파견사원, 임시인력 등으로 고용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학교교육의 질이 낮아졌다고 비판한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경제계 일각에서 경제회복과 관련하여 필요한 인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을 일대 개혁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정치적인 변화이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위축된 사람들은 보다 강력한 지도력을 갈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우익적 사고가 강한 정치인들이 인기를 얻고 관련 정책도 우경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한국·중국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은 바 있는 고이즈미 수상 등이 우경적 사고를 끊임없이 내비치고 있다. 그런 변화는 일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평화헌법의 개정, 자위대의 군대화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하는 상황까지 조성하였다. 이와 같은 우경화의 흐름은 교육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극도의 개인주의에 젖어 국가나 사회를 생각하는 면이 모자라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집단생활의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회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고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며,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학생들에게 사회봉사활동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등의 ‘공(公)’을 중시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이 외에도 교육학적 측면에서 제기하고 있는 기존 정책에 대한 개혁적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교육전문가, 교육운동가 등 교육 관련 집단은 46답신체제 혹은 임시교육심의회의 개혁을 계승하여 교육현장의 모순과 불합리한 점을 고치고, 교육이 개인과 사회의 미래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교육 본질적인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교육개혁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의 동향을 통해 수시로 개혁여론을 조성하고, 정당 등의 관심을 끌어내어 정부에 추진기구를 구성하도록 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2000년부터 지난 2년간 ‘교육개혁국민회의’는 여러 전문가 및 교원 집단, 학부모 및 국민여론 등을 통해 새로운 개혁 구상의 밑그림을 이미 완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교육개혁국민회의의 제안을 문부과학성이 수용하여 중앙교육심의회 등 전문가 집단의 자문을 통해 정책적으로 개혁안을 추진·시행하고 있다. 이미 2002년 12월에는 대표적인 개혁 골자라고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 개정과 교육진흥기본계획’에 대한 중간 보고가 종료되고 개혁 방안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日本文部省, 2003).
⑵ 교육개혁국민회의가 제시한 개혁 방안 ‘교육개혁국민회의’는 2000년 12월 22일 그간의 연구결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교육을 바꾸는 17가지 제안’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제언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성 풍부한 일본인을 육성한다.
- 교육의 원점은 가정이라는 것을 자각한다.
- 학교는 도덕을 가르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 봉사활동을 전원이 행하도록 한다.
-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한다.
- 유해 정보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을 신장시켜, 창조성이 풍부한 인간을 육성한다.
- 일률주의를 고쳐, 개성을 성장시키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한다.
- 기억력 편중을 고쳐, 대학입시를 다양화한다.
- 리더 양성을 위해, 대학·대학원의 교육연구 기능을 강화한다.
- 직업관, 근로관을 기르는 교육을 추진한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평가되는 체제를 만든다.
- 지역의 신뢰에 부응하는 학교만들기를 추진한다.
- 학교와 교육위원회에 조직 관리(management) 발상을 도입한다.
- 수업을 어린이의 입장에서 알기 쉽고 효과적으로 한다.
- 새로운 타입의 학교(‘community school’ 등)의 설치를 촉진한다.
▷교육진흥기본계획과 교육기본법
- 교육시책의 종합적인 추진을 위해 교육진흥기본계획을 구상한다.
-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기본법을 제정한다.
‘교육개혁국민회의’는 교육을 받는 개개인이 사회적 자립을 이루고 보다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는 측면에서도 인간 사회의 존립 기반이 됨을 강조하였다. 또한 일본의 교육은 현재 위기에 처해 있으며, 크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17개 제안에 관련된 각각의 구체적인 방책을 작성하여 문부과학성에 종합권고안 형식으로 제출하였다.
⑶ 문부과학성의 ‘21세기 신생 플랜’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육개혁국민회의의 교육개혁 권고안을 수용하여 2001년 1월 25일 교육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시책과 과제를 ‘21세기 교육신생플랜’에 담아서 발표하였다. 문부과학성은 신세기가 시작되는 2001년을 ‘교육 신생 원년’으로 하여, 이 계획에 의한 개혁을 과감히 실행할 것임을 제시하였다. 이 계획은 ‘레인보우플랜’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다음과 같은 불리기도 하며, 다음과 같은 추진전략과 세부계획으로 구성되어 있다.
<7대 중점 전략>
① 이해할 수 있는 수업으로 기초학력의 향상을 도모한다.
② 다양한 봉사, 체험활동으로 심성이 풍부한 일본인을 육성한다.
③ 즐겁고 안심할 수 있는 학습환경을 만든다.
④ 부모 및 지역으로부터 신뢰받는 학교를 만든다.
⑤ 가르치는 프로(전문가)로서의 교사를 육성한다.
⑥ 세계 수준의 대학을 만든다.
⑦ 신세기에 걸맞는 교육이념을 확립하고 교육기반을 정비한다.
<추진계획 : 학교, 가정, 지역사회의 신생 - 학교가 좋아진다, 교육이 변한다>
① 교육 원점은 가정 - 가정과 지역의 교육력 재생
② 학교의 도덕교육 - 다양한 체험을 통해 풍부한 인간성 육성
③ 학생 전원에게 봉사활동
④ 문제학생 교육 - 안심하고 배우고 자랄 수 있는 환경정비
⑤ 유해 정보로부터의 보호
⑥ 일률주의를 개선하고 개성을 신장시키는 교육 시스템 도입 - 확실한 학력 향상
⑦ 기억력 편중을 개선하고, 대학 입시를 다양화
⑧ 리더 양성을 위한 대학, 대학원의 교육연구기능강화
⑨ 대학에 걸 맞는 학습촉진 시스템의 도입
⑩ 직업관, 근로관을 배양하는 교육
⑪ 교사의 의욕과 노력에 보답하는 평가체제
⑫ 지역의 신뢰에 부응하는 학교 만들기
⑬ 학교 및 교육위원회의 조직관리 능력 제고
⑭ 수업을 어린이 입장에서 알기 쉽고 효과적으로
⑮ 새로운 타입의 학교(‘community school’) 설치 촉진
(16)교육시책의 종합적 추진을 위한 교육진흥기본계획 수립
(17)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기본법
문부과학성은 이들 과제를 추진하기 위하여 교육개혁 관련 6개 법안을 2001년 정기국회에 상정 통과시켰으며, 일부 사업은 2002년 정부예산안에 반영하여 사업에 착수하였다. ‘국립대학의 재편·통합’, ‘국립대학의 법인화’ 등의 사업은 2004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중에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만들겠다는 ‘21세기 COE 프로젝트’는 대학으로부터 사업계획을 공개 모집하여 지난 2002년 10월 3일 심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교육진흥기본계획의 수립, 교육기본법의 재검토 등 국민적 합의를 위하여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는 중앙교육심의회에 맡겨 세부 검토하도록 의뢰하는 등 일본 정부는 현재 이 ‘21세기 교육신생플랜’에 따라 교육개혁을 추진중에 있다.
결론 - 개혁 추진 성과 및 향후 과제
2002년 12월 이후 교육개혁국민회의는 최종 보고를 통해 교육개혁에 대한 모든 활동을 끝냈다. 이후 일본의 교육개혁 추진 방식은 1987년 임시교육심의회 추진 방식과 비슷한 양상으로 문부과학성 및 문부과학대신 자문기구인 중앙교육심의회가 대체적인 개혁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 사항을 추진·점검하고 있다.
이미 주5일제 수업 실시를 중심으로 하는 초·중등교육의 개혁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체제도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각 도·도·부·현(都·道·府·縣)별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 이후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교육기본법을 제정·정립하고, 교육진흥기본계획을 바탕으로 하여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및 평생학습에 대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에서 주목할 사실은 일본의 교육개혁은 구체적인 추진 기구로서 중앙교육심의회를 모체로 하여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 실험을 거친 결과를 수용하는 신중함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개혁 내용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치더라도 개혁에 대한 장기적인 포석이 부족한 우리 교육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