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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무엇이 문제인가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고령화, 어디쯤 가고 있나
고령화란 한 국가의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UN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뜻하는 고령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7%를 넘는 연령구조를 갖는 국가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다. 65세 이상인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aged society)’,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는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부른다.

최근 미디어와 학계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 과연 얼마나 심각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심각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단적인 근거는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지금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빠르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이동하는 데 26년밖에 안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에 도달했고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19년만인 2019년 ‘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다시 7년이 지나는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로 들어가리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주목할 것은, 이 같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평균수명이 연장된 탓도 있지만 최근에는 출산율 급락에 더 많이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은 평균 출생아 수)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의 경우도 우리보다 높은 1.29명을 기록하고 있고, 미국은 2002년 현재 2.01명으로 우리보다 아이 하나를 더 낳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추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3년 5068만 명으로 최대치에 이른 뒤 2050년 4434만 명으로 1990년대 초반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산업인력 감소와 생산성 하락 초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 왜 문제인가. 고령화는 노동공급의 감소와 취업인구의 노령화를 가져와 기업과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통계상 생산가능인구로 분류하는 이들은 15~64세에 해당하는데, 이들 인구가 통계청 장래추계인구 전망에 따르면 2016년(3638만 명)에 정점을 찍고 이후 계속 감소한다. 생산가능인구 연령대를 좀 더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감안해 25~54세로 좁힐 경우 미래의 노동인력은 훨씬 더 줄어, 2050년 노동력은 2003년에 비해 40%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 30대 인구 비중은 2000년 36%에서 고령사회 초입인 2020년 26%,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2030년에는 23.3%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력은 기업활동의 기본 동력인데 노동력이 급격하게 줄면 노동력을 구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더 들고, 충분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재직자들의 급속한 노령화도 노동생산성이 떨어져 큰 부담이 된다.

대비없는 고령화 소비 위축 불러와
소비 측면에서도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바로 소비 위축이다.
보통 선진국에서는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경제 전체의 저축률은 감소하고 소비는 늘어난다. 사람들이 재직중 저축을 많이 하다가 은퇴 뒤에는 저축을 소비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지만 소비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조기퇴직에 따른 고령인구의 소비여력 감소를 들 수 있다. 최근 연봉제 도입 확산 등 임금구조 개편으로 중고령층 임금수준은 크게 하락하고 있고, 연령이 높을수록 임금하락폭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중고령자는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정규직의 비중이 낮고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 전반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

셋째,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유행하면서 중고령층의 퇴직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조기퇴직 확산은 결국 고령층의 소비집단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다. 50세 즈음이 퇴직연령이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5~30년을 실업자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고령화 시대 소비의 주역이 되어야 할 고령자들은 오히려 저소비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55세 이상의 저축률이 평균연령층에 비해 하락하기보다는 199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오다가 2002년 이후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축 증가는 곧 소비지출 감소를 뜻한다. 결국 고령화에 따른 소비위축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기업에 커다란 위협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고령자 부양비 부담 증가와 저성장
그런가 하면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노인부양비는 갈수록 더 들고, 노인부양비가 증가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여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200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였으나, 2020년에는 5명이 1명을 부양하고, 2030년에는 2.4명이 노인 1명을, 2040년에는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됨으로써 국민경제의 고령자 부양비 부담이 급속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인력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한 국민부담 증가는 국민부담률(GDP 대비 조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비율) 추이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8.0% 수준으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27.3%)보다 높고, 미국(28.9%)과 비슷한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게 되는 2010년 이후에는 국민부담률이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고, 이는 결국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 등 비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져 고령자뿐 아니라 생산가능인구의 소비여력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연금 수급자 증가, 의료 및 복지비용 등 재정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노인복지 관련 예산은 5005억 원으로 10년 전인 1994년의 462억 원에 비해 11배로 불어났다. 연금의 경우도 노령연금 수령자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01년 7월 ‘한국경제이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급속한 연금수급자 증가로 재정이 30년 내에 위기를 만나리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고령화는 ①노동공급 감소 ②노동생산성 저하 ③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저축률 하락 ④소비와 투자 위축 ⑤근로인구 감소에 따른 조세수입 감소 ⑥재정수지 악화 등을 가져와 기업활동과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를수록 그에 비례해 타격도 클 것이다. 특히 2010년이 지나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노인부양 비용이 가져올 충격으로 인해 기업과 재정의 부담이 급증할 것이다.

OECD는 고령화가 향후 수십 년간 1인당 GDP성장률을 연간 0.25~0.75%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도 2000~2050년 연평균 GDP 성장률이 2.9%에 머무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다는 전망이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재정부담은 급속히 늘어난다. 상황이 이러한데, 대다수 선진국들이 수십 년 전부터 고령화에 대비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에 대한 대비가 매우 부족하다.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재정경제부가 올해 안에 ‘고령자 고용촉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고, 기획예산처도 최근 고령사회에 대응한 재정운영 대책 수립에 나섰다. 이처럼 정부가 각종 고령화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미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령인력 활용·중고령층 소비활성화 대책 시급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나 근로인력의 노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할까.

대통령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올해 초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전략(로드맵 보고서)을 보도참고자료로 내놓았다. 이 자료는 2008년까지 30만 명의 노인 일자리 창출을 정책대응목표로 제시했다. 이 자료를 포함해 최근에는 여성인력과 외국인력 활용을 대책으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많이 나온다.

노동공급 측면에서 고령인력의 일자리 확보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 문제 외에도 소비 위축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령화 시대의 도전을 극복할 수 없다. 근본대책은 고령인력 활용을 통한 노동공급의 유지와 확보, 고령자의 근로소득 증대를 통한 노인부양비의 경감 그리고 중고령층의 소비 활성화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자의 노동시장 퇴장을 최대한 늦추고 고령자를 생산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고령인력 활용정책이 필요하다. 고령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고령자의 취업능력이 빠르게 상실되고 있음을 감안해 고령자의 직업능력을 높일 수 있는 평생교육체제를 강화하고 고령자의 고용과 재취업을 확대해야 한다.

임금피크제와 같이 호봉급제를 보완하는 직무급제를 도입해 기업의 고령인력 고용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고, 연령에 따른 인사차별을 막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관련 정보를 얻지 못해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에 적합한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전직(轉職) 지원 서비스(outplacement service)를 늘리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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