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정보 혁명의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정보 사회의 화두인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인터넷은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가운데 새로운 지식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하여 사이버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가운데 진지한 자아 발견의 실험을 하고 있다. 나아가 학생들은 전자 상거래를 통하여 사이버 공간에서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정치적 의견 개진을 통하여 자신의 정치 참여 욕구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우리의 학생들은 지금까지 성인들만의 소유였던 비밀스러운 삶의 부분에 그대로 접속하고 있다. 섹스, 폭력, 도박 등 학생들에게는 금기시되었던 삶의 부분들에 대한 접근이 이제는 아무런 여과 장치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졌다. 인터넷은 성인과 아동의 경험을 많은 부분에서 동질화함으로써 성인과 아동의 간극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또한, 인터넷은 학생들에게서 현실 공간에서의 놀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형태의 건전한 상호작용을 빼앗아감으로써 인터넷에 중독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인터넷의 순기능을 제고하고 역기능을 예방함에 있어서 정보윤리교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00년부터 학교에서의 정보윤리교육을 강화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고교생의 집단적인 수능시험 부정행위에서 볼 수 있듯이, 정보통신 기기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윤리적 자세의 결여는 지금까지의 정보윤리교육이 구체적 실천이 아닌 단순한 구호에 그쳐 왔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교육이 그렇듯이 정보윤리교육은 구호로 끝나서는 결코 안 되며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실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의 정보윤리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학교에서의 정보윤리교육을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교육에 임하는 사람들이 정보윤리교육의 성격을 분명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보윤리교육은 그 속성상 기본교육(basic education)이다. 우리는 흔히 정보윤리교육은 도덕과나 컴퓨터 관련 교과에서 다루어야 할 교육과정의 부수적인 한 분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정보윤리교육은 기존의 교육과정에 새롭게 덧붙여져서 부담스럽게 행해져야 할 교육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의 모든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기본교육이다.
둘째, 정보윤리교육은 그 내용에 있어서 균형교육(balanced education)이 되어야 한다. 정보윤리교육은 네티켓 및 정보윤리의 기본 원리(존중, 책임, 정의, 해악 금지)에 대하여 아는 것, 믿는 것, 행동하는 것의 조화를 추구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즉, 정보윤리교육은 정보 기술이 수반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정보윤리의 기본 원리에 입각하여 행동하려는 열망을 지니며, 정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는 자세를 심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는 균형교육이 되어야 한다.
셋째,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새로운 삶의 공간인 사이버 공간의 특징과 의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아동 및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의 특징에 대하여 잘 알고 있지 못하다. 그러므로 교사는 정보윤리교육을 통하여 사이버 공간의 특징과 의미를 학생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은 모든 인류의 행복과 자유, 평등이 실현되는 새로운 전자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은 한 개인이 마구 남용하거나 오용할 수 있는 사적 자산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사용하고 보호해야 할 ‘공적 자산’이다. 이 공간의 주체는 바로 우리 인간이기에, 인간관계의 이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결코 ‘도덕적 진공’ 상태가 아님을 교사는 학생들에게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넷째,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의 지나친 몰입이나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인격 특성들(자아 통제, 책임, 자기 존중, 확고한 도덕적 자아 정체성과 자기 효능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자아 통제력이 약할수록, 자기 존중감이 약할수록, 현실에서의 자기 효능감이 약할수록 인터넷에 중독되는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정보윤리교육에서는 인터넷 중독의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이러한 긍정적인 인격 특성들의 함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