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우리말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시대 이전의 우리말에 대해서는 전체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지어낸 ‘민간 어원’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행주치마’와 ‘담배’가 대표적인 경우다.
국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말은 어떻게 생긴 말일까?’, ‘언제부터 쓰였을까?’ 하는 궁금증을 품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원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오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어원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은 것이 현실이다. 예전에 우리말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시대 이전의 우리말에 대해서는 전체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비교적 우리말의 옛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시기는 훈민정음이 창제되면서 우리말을 온전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행주치마’의 어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적이 있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찾은 것인데 예전에 교과서에 실렸던 내용이라고 한다.
"이 싸움의 경과를 살펴보면, 비단 실전(實戰)한 장졸(將卒)만이 아니라 백성들의 단결된 국토 수호의 정신을 찾아볼 수 있으니, 부녀자들이 일제히 앞치마를 해 입고, 그 치마폭으로 돌을 날라 다투어 석전(石戰)을 도운 것이 그것이다. 이로 하여 앞치마를 행주치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행주 대첩에서 행주치마가 유래했다는 내용은 백과사전에도 올라 있다. 아래는 인터넷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행주산성’의 뜻풀이다.
경기도 고양시(高陽市) 덕양구(德陽區) 행주동에 있는 삼국시대 토축 산성. 둘레 약 1000m. 강 연안의 돌출된 산봉우리를 택하여 산꼭대기를 에워싼 소규모 내성(內城)과, 북쪽으로 작은 골짜기를 에워싼 외성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1593년(선조 26) 임진왜란 때 권율(權慄) 장군이 대첩을 이룬 옛 싸움터로, 임진왜란 3대첩에 꼽히는 하나인 행주 대첩으로 유명하다. 이 전투는 부녀자들까지 치마 폭으로 돌을 날라 싸움을 도와 <행주치마>라는 이름이 생겼을 정도로 격전이었다.
행주 대첩에서 부녀자들이 치마를 덧입고 돌을 날라 왜적을 물리쳤다는 내용은 감격스럽다. 그렇지만 행주 대첩에서 ‘행주치마’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것은 나중에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행주치마’라는 말이 행주 대첩이 있기 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다.
아래는 조선시대의 언어학자 최세진이 1527년에 편찬한 《훈몽자회(訓蒙字會)》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帍 쵸마 호
1527년에 펴낸 책에 ‘행주치마’가 들어 있다는 것은 이 말이 그 이전부터 쓰였다는 뜻이다. 행주 대첩이 1593년이었으니까 ‘행주치마’는 이미 70년 전에 쓰이던 말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행주치마와 행주 대첩을 연결한 것은 대단히 재미있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국어사적으로 볼 때는 그리 근거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행주치마’는 그 당시에는 ‘쵸마’이었으므로 ‘’와 ‘幸州’ 사이에는 읽을 때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어 보인다. ‘’가 그 이후에 어떤 연유로 ‘행주’가 되었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행주 대첩’에서 행주치마가 유래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지어낸 어원을 ‘민간 어원’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담배’의 어원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국어 선생님이 얘기해 준 민간 어원의 한 사례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담배’의 어원은 포르투갈 어 ‘Tobacco’가 일본에서 ‘타바코’가 되고 다시 ‘담파고’, ‘담바귀’ 등을 거쳐 ‘담배’가 되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한 마디로 무척 재미없고 따분한 것이었는데 선생님은 민간 어원에 대해 설명하면서 ‘담배’의 민간 어원에 대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담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애연가들이 늘어나서 담배가 늘 부족하게 되었다. 그래서 담배를 실은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늘 담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담배는 순식간에 동이 났고 뒤늦게 담배를 사러 온 사람들은 ‘다음 배에 오시오’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바로 담배를 사지 못한 사람들이 들었던 말인 ‘다음 배’가 줄어들어 ‘담배’가 되고 그것이 바로 그 물건의 이름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것이 ‘담배’의 어원이다.”
‘담배’의 어원에 대한 국어학적 설명보다 민간 어원이 훨씬 재미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 어원이 진실일 거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 재미있지만, 진실을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존재가 민간 어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