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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법정보호동물 - 검은머리갈매기

글 | 김연수/생태사진가



위태로운 공사현장의 희귀조
멸종위기의 세계적인 희귀조 검은머리갈매기(Larus saundersi, 환경부 지정 법정보호동물 36호) 20여 쌍이 인천신공항 화물청사 인근 마른 갯벌에서 집단 번식하고 있다. 둥지에는 2∼3개 알들을 산란하고 있다. 암수가 교대로 둥지를 지켰고 먹이를 구하러 10㎞이상이나 떨어진 갯벌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둥지는 비교적 메마른 굳은 땅 위에 마른 칠면초를 이용했으며 둥지간 거리가 10∼20m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량과 공사중인 포크레인에는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았으나 반경 2㎞이내에 사람이 들어오면 일제히 비상하여 사람의 머리 위 1m까지 하강하여 공격하는 등 괭이갈매기보다 대담한 공격성을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곧 빠지면 3분이 채 못돼서 둥지로 돌아가 안정을 되찾았다.

6년 만에 1/5로 줄어들어…
지난 1999년 4월 22일 필자는 인천광역시 영종도 신공항 주건물 공사현장에서 동북쪽으로 3㎞ 떨어진 메마른 갯벌에서 번식중인 검은머리갈매기들을 처음 발견하여 환경부에 보고했었다. 이때 이곳에서 번식중인 검은머리갈매기 개체수는 100여 쌍이 넘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2005년 6월에 그 숫자는 1/5이하로 격감했다. 이곳은 3면이 수로로 둘러싸여 천적이 접근하기 어렵고, 칠면초, 해옥나물 등 염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이들의 번식지로 최적이다.

그러나 이곳도 매립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공사가 완성된 이후면 검은머리갈매기들은 더 이상 이곳에서 번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지구상에 7000여 마리가 생존해 있는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습지보존연대회의(RAMSA)에서는 그 1%인 70마리가 서식하면 람사사이트로 지정하고 있다. 람사협약에 가입한 한국에서 그 기준을 따르면 영종도 신공항은 당연히 들어설 수 없는 곳에 건설되었다.

희귀조류에 무관심한 우리나라
검은머리갈매기들은 번식을 위한 산란에 27∼29일이 소요되며, 성장에는 29∼32일이 걸리는 등 산란과 날기 위한 기초 성장에 2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한국 순천만과 중국남부에서 주로 서식하며 낙동강에서는 겨울철에 50∼60여 마리가 발견된다. 97년 순천만에서 최대 개체인 1100여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전 세계에 7000여 마리 가 있으며 한국에 1100여 마리 정도가 오간다.

한국, 북한, 중국을 포함한 발해만과 내륙인 몽골지역에서 서식하는 검은머리갈매기는 주로 한국의 경기만에서 번식한다. 번식에 성공하면, 한국의 서남해안 갯벌을 따라 이동, 겨울철에는 전남 순천만과 일본 해안가, 중국남부에서 월동한다. 월동지인 일본에서는 해마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숫자를 카운트하며 그 보호에 혈안인 데 비해 정작 번식지인 한국에서는 일부 조류에 관련된 학자나 환경단체에서만 이슈를 제기할 뿐 그 존재가치를 모르고 있다.

번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배려 필요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이름을 붙인 전 세계의 동·식물은 약 140만 종. 이들 중 하루 평균 136종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적어도 매년 250∼300여 종에 이르는 야생 동·식물이 한반도 내에서 멸종되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도 그들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국제관문인 인천공항에 첫 도착한 외국인들이 멸종위기의 국제보호조인 검은머리갈매기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광경을 본다면 한국의 대한 인상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모순 속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관계당국인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는 지금이라도 검은머리갈매기의 영종도 번식지를 매립하지 말고 내년에도 이들이 찾아와 안전한 번식을 하도록 범 국가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 이곳은 주요건물이 들어설 곳이 아니고 활주로에 인접한 배후습지이기 때문에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존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귀여운 검은머리갈매기의 새끼들의 모습을 새교육 9월호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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