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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격차, 얼마나 커졌나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부동산은 10%의 사람들이 사유지 면적의 73%를 소유하고 있으며, 소득 격차는 상위 20%와 하위 20%의 차이가 5배 이상이다. 전체 자산 규모로 비교하면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는 60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일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차이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이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흔히들 우리나라는 빈부차가 크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혹 그렇다면 얼마나 그런가? 최근 들어서는 어떤가? 전보다 격차가 커지고 있을까 줄어들고 있을까? 빈부차를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크게는 재산 크기와 소득 크기로 알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집이나 땅 같은 부동산 혹은 현금·예금·증권 같은 금융자산을 합한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달마다 혹은 해마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지, 즉 소득 크기로 알아보는 방법이다. 먼저 재산 크기로 알아보자.

극소수의 사람이 사유지 절반 소유
최근 화제가 된 뉴스로, 우리나라의 땅 소유 편중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려주는 흥미로운 통계치가 발표됐다. 행정자치부에서 2004년 말 현재 전국의 토지 소유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은 총 99642㎢. 전체 국토 가운데 사유지가 전체의 57%이다. 사유지를 나눠 갖고 있는 사람 수는 모두 1397만 명. 우리나라 총인구 4871만 명 가운데 28.7%에 해당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전 인구의 71.3%에 해당하는 3474만 명이 제 땅을 한 평도 갖고 있지 못하다.

반면 극소수 사람들이 엄청난 면적을 소유해 큰 부를 누리고 있다. 면적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사유지의 51.5%를 국민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하는 48만7000명이 소유하고 있다. 서울시 면적의 48.7배다. 상위 5%의 땅 부자들이 소유하는 토지 면적은 전체의 82.7%, 서울시 면적의 78.5배나 된다. 땅 소유자들끼리만 놓고 봐도 편중도가 심하다. 면적 기준으로 상위 1%(13만9000명)가 전체 사유지의 31%를, 상위 5%가 전체 사유지의 59%를, 상위 10%가 73%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00명이 전체 사유지의 0.7%(서울시 면적의 0.6배)를 갖고 있고, 이들의 평균 소유면적은 115만 평. 서울 여의도 면적(254만 평)의 절반이다.

심각한 땅 소유편중 보여주는 통계
토지 가액으로 따지면 편중도가 더 심하다. 2004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토 전체의 평가액은 1771조 원이다. 공시지가란 이른바 '지가 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감정평가사라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매년 1월 1일(기준일) 현재 땅 시세를 조사해 공시한 토지 1㎡ 당 평가액. 공시지가는 보통 민간에서 땅을 거래할 때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거래의 기준값이 되고, 정부에서 개발 목적으로 토지를 수용할 때 땅 주인에게 보상해주는 금액의 기준이 된다. 전체 국토 가운데 사유지는 공시지가 평가액으로 전체의 65%에 해당한다. 공시지가 평가액 기준으로 보면 상위 1%가 37.8%를, 상위 5%는 67.9%를 소유하고 있다. 토지보유자들끼리만 놓고 따지면 가액 기준으로 상위 1%가 전체 사유지 가액의 22%를, 상위 5%가 44%를, 상위 10%가 56%를 소유하고 있다. 상위 100명이 차지하고 있는 사유지의 평균가액이 1인당 510억 원이나 된다.

사업자 가구에서 부집중도 높은 편
소득 크기로 빈부격차를 알아보려 할 때는 정부 통계기관에서 내놓는 소득배율지표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10분위 소득배율(혹은 소득 10분위배율)', '5분위 소득배율' 같은 것인데, 소득 크기로 빈부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10분위 소득배율'은 소득이 가장 높은 10% 해당자('10분위'라고 한다)의 평균소득이 소득 최하위 10% 해당자(1분위)의 평균소득보다 몇 배나 큰지 나타내는 지표다. 10분위 소득배율은 이렇게 구한다. 사람들이 일정 기간 올린 소득을 크기 순으로 최하위 10%(1분위)부터 최상위 10%(10분위)까지 10개 계층으로 나눈다. 그래놓고 최상위 10%의 소득 평균치를 최하위 10%의 소득 평균치로 나눈다. 이렇게 하면 최상위 10%의 소득이 최하위 10%의 소득보다 몇 배나 큰지 나타낼 수 있다. 당연히 10분위 소득배율 수치는 소득격차가 높을수록, 부의 집중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5분위 소득배율(혹은 '소득 5분위배율')도 10분위 소득배율을 구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구한다. 사람들이 일정 기간 올린 소득을 크기 순으로 5개 계층으로 나누고 상위 20%(5분위)의 소득 평균치가 하위20%(1분위) 평균 소득의 몇 배나 큰지 구한다. 5분위 소득배율은 상위 20% 해당자(5분위)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해당자(1분위)의 평균소득보다 몇 배나 큰지 나타냄으로써 소득차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청이 매월 전국의 표본 가구(농가 혹은 어가가 아니면서 근로자와 자영업자, 무직자를 포함)를 '전국 가구'로, 도시 거주 2인 이상 근로자가구 표본을 '도시근로자가구'로 규정해 '가계수지동향'을 조사하고 분기별로 발표한다. 이 통계에 5분위 소득배율로 파악한 소득분배 동향을 싣고 있다. 5분위배율 산출을 위해 통계청은 표본으로 고른 가구에 매달 가계부를 쓰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5월 19일 발표한 '2005년 1/4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전국 3470개 도시 거주 근로자가구의 5분위 소득배율은 5.87(배)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17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5분위배율이 5.87배라는 것은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5.87배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58만73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 증가했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는 2.5% 늘어난 112만3000원에 머물렀다.

도시근로자가구의 5분위 소득배율은 1/4분기 기준으로 1997년 4.81에서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5.52로 올라선 이후 99년 5.85, 2000년 5.56, 2001년 5.76, 2002년 5.40, 2003년 5.47 등을 기록했다. 그랬던 것이 2004년엔 5.87로 도시근로자가구를 상대로 5분위 소득배율을 조사해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지난 25년을 두고 보면 소득 격차가 작년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는 얘기다. '전국 가구' 기준으로도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배율은 8.22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47포인트 증가했다. 이것 역시 이 분야 통계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통계청이 '가계수지동향'과 따로 조사 발표하는 '가구소비실태조사결과'도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2000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2인 이상 비농어가 2만7000가구를 상대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가구별 5분위 소득배율이 2000년 6.75로 5년 전인 1996년에 비해 2.01포인트 높아졌다. 근로자가구보다는 사업자가구에서 소득격차나 부의 집중도가 높은 편이다.(통계청, 2000년 가구소비실태조사결과, 2002년 4월 발표)

통계로 보여지는 것보다 심각한 격차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해마다 커져 이젠 세계 13위권 안에 든다. 그렇지만 소득분배가 나빠지고 있어서 많은 국민들이 나라 경제 규모가 성장하더라도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은 함께 늘어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많은 수의 국민은 나라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자신과 자신의 가구는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는 생각을 하는 쪽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질까? 통계청 말로는, 고소득 계층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데 비해 저소득층의 소득은 증가세가 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왜 그런가? 오늘날 일부 학자나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세계가 점점 더 머리 좋고 열심히 일하는 소수와 머리도 좋지 않고 열심히 일하지도 않는 다수의 사회로 옮아가고 있어서일까? 세계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일하는 소수 엘리트와 그렇지 못한 다수로 대별되는 20:80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일까?

다른 나라에서라면 혹 모를까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근로소득에 비해 땅과 집 같은 부동산에 기반을 둔 자산소득의 격차가 너무 크고, 자산소득의 성장세가 근로소득의 그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땅 소유나 금융자산 편중도에 다른 자산 보유 격차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피부로 실감하는 빈부격차는 소득격차 통계로 나타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국민은행이 조사해 밝힌 통계만 봐도, 2002년 현재 국내 소득 상위 5%의 부자들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은 전체 개인 금융자산 총액의 38%, 상위 20% 가구의 금융자산이 전체 개인 금융자산의 71%를 차지한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소득 하위 20%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에 비해 62배나 많다.(삼성경제연구소 CEO Information, 외환위기 5년 한국 경제의 흐름과 과제, 2002. 11. 27)

현실이 이렇다 보니 통계청이 발표하는 빈부차 관련 통계, 특히 소득격차 통계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분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소득격차를 분석하는 지표로 소득배율지표 외에 흔히 쓰는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라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지니 계수란 이탈리아의 통계학자 지니(C. Gini)가 제시한 소득 분포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숫자로 0에서 1까지 표시하는데, 0에 가까울수록 소득 분포가 균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균등하지 않다. 보통 0.4를 넘는 소득 분배는 매우 불균등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도시근로자의 가계 소득을 대상으로 구해본 지니 계수는 지난 1996년 0.290, 97년 0.283에서 98년 0.316, 99년 0.320, 2000년 0.317, 2001년 0.319로 높아졌다. 외국과 비교하면 2000년 우리나라의 지니계수(0.317)는 일본(99년, 0.301)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0.460), 대만(0.326) 보다 낮다.(재정경제부 국정감사 자료, 2002. 9. 12)

지니계수로 보면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나라의 소득분배는 미국, 대만보다 균등한 편이다―이렇게 말한다면 듣는 이로서는 당연히 실감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니계수 산출 방법에도 문제가 좀 있다. 국내 도시 가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직 가구의 비중(표본 기준)은 1996년 7.6%에서 2000년 12.7%로 급증했으나, 이들 무직 가구의 존재는 지니계수 산출 작업에서 제외된다.(한국개발연구원, 분배 관련 통계 개선 방안 보고서, 2002. 11. 12) 지니계수 산출에 이용하는 통계청 도시가계조사도 무직자나 자영업자 같은 비근로자가구와 1인가구, 농어가 등 비도시가구는 통계에 넣지 않는다.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 한층 커져
빈부격차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있게 마련이다. 다만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기에 유리하고 재산의 사적 소유와 상속을 법으로 보장하므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고착되기 쉽다. 우리나라에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커지는 이면에 부자들의 탈세와 법제의 허점을 악용한 재산 증식 행위가 만연해, 서민층의 상대적 빈곤과 심리적 박탈감을 한층 키우고 있어서 특히 문제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고치는 쪽으로 법제도를 고치고, 조세나 사회보장 관련 정책을 적극 구사해 빈부격차를 줄여나가는 노력을 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서민층의 불만은 당연히 빈부격차에 비례해 커질 것이고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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