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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대인관계 기술

김원석 | 협성대 교수·경영학, T.E.T.트레이너


교사가 리더라면, ‘훌륭한 교사는 과연 태어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리더십 연구 결과에 의하면,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리더십 개발의 방향과 내용은 어떠한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쉽게 이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난 100년간의 리더십 연구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의 업무지식과 능력, 그리고 대인관계 능력이 모두 갖춘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고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업무를 잘 처리하는 능력과 인간관계를 잘하는 능력은 각각 X축과 Y축의 역할을 한다. 이상적인 리더는 이 두 축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는 리더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

훌륭한 교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잘 가르치는 교사이다. 교사가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에서 남보다 뒤처진다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얼마 전 신문보도에 의하면, 일류대학교 이공대 교수들 중에서 아직도 카드 펀칭과 코볼 언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학생들로부터 원성을 샀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같은 강의노트를 들고 10년 이상 가르친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 따라서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자기가 가르치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따라잡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문의 발전 속도나 소멸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쫓아간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연구,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러나 훌륭한 교사는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라고 말한 사람은 <교사역할훈련>의 저자 토마스 고든 박사이다. 고든 박사는 교사와 학생들 간의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교사가 잘 가르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쿠제스와 포스너는 리더십이란 ‘인간관계’라고 말하였다. 현대 리더십의 대체적인 경향은 리더십을 인간관계, 즉 대인관계 리더십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고 지식이나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이나 실력이 비슷하다면, 차이는 대인관계 능력에서 나온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대인관계 능력

그렇다면 이 같은 훌륭한 교사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가? 리더십 행동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리더십은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통해 밝혀진 대로 관계지향적인 행동과 과업지향적인 행동이 모두 탁월한 리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업지향적인 리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어느 곳에서나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도 모든 연수교육과정이 교과목을 가르치는 업무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고 관계를 맺을 것인가’하는 부분은 교사들의 자기개발로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대인관계 능력이야말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행동 중의 하나이다.

대인관계 능력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가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나갈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항상 올바른 지식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인관계 능력을 과학적으로 배양하는 방법은 기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연습하여 실제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몸으로 체득하여야 한다.

우리는 가르치는 일만큼 학생과의 관계의 질이 교실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습관 1, 2, 3에 해당하는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한 자기개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습관 4, 5, 6에 해당하는 대인관계 협동추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의 균형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성공하는 리더가 가져야 할 중요한 습관이라는 것이다. 코비 박사의 이론과 토마스 고든 박사의 이론을 비교한다면, 고든 박사는 지난 45년간 습관 4, 5, 6에 해당되는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는 상호배타적인 이론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상생의 이론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같은 기술들을 습득하여 습관화할 수 있을까?
첫째, 대인관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빠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정도로 그 필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들은 이를 만든 수준의 사고로는 절대로 풀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사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우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상담실을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하는, 적극적이고 용감한 학생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상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교사나 부모와 상담한다고 응답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들이 간단한 상담 원리나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여 적절히 대처하여야 한다.

교사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실제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을 길러나가지만, 대부분의 경우 권위주의적인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생들은 변화하고 있는데 지시, 명령 일변도의 권위주의적인 행동만으로는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향이 더 크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둘째,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서적들을 찾아서 읽는 방법이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이 책, 저 책을 찾아서 관련된 이론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실제로 책을 찾아서 읽는 것만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얻는 좋은 방법은 없다. 독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이야말로 가장 값싸게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좋은 책을 바로 찾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적합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라면 적합한 책을 찾는 일이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주변의 선배교사들에게 묻는 방법이다. 묻다 보면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놀라는 경우가 흔히 있다. 주변에 의외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문적인 식견과 탁월한 판단력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한편 자신은 지금까지 ‘왜 이 부분을 몰랐을까?’라고 자문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정보가 보잘 것 없다는 것 때문에 놀라게 된다. 그렇다고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나는 다른 분야에 시간을 더 많이 썼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론만 읊지 말고 훈련을 받아라

셋째, 책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필요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필자는 그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대인관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과 훈련을 구분하는 일은 교육학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론이 아닌 실제 연습을 통해 마치 탁구나 테니스, 혹은 골프를 배우듯이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집중적인 교육훈련과정에 참여하여 직접 훈련을 받는 일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어떤 운동이든, 기본기가 중요하듯이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잘 배워야 한다. 필자가 여러 훈련과정을 통해 현재 1000명이 넘는 교사역할훈련 과정의 수료자들을 지난 1년 동안 배출하였다. 참가자들이 훈련이 끝난 다음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서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적극적 경청, 나-메시지 등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이제 자세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훈련과정을 통해 인식의 전환만 이루어져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러한 기술들은 습관화할 정도로 체득하면 날마다 경험을 통해 기술사용의 빈도나 숙련도가 늘어나고, 그것을 통해 관계의 질이 높아져서 결국 우리 사회를 밝고 좋은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하기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를 가르쳤던 미국의 트레이너들 중에는 대학교수직을 포기하고 일생 동안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을 훈련시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도 있다. 그 분 말씀이 본인은 자신의 세상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부관계나 부모자녀관계 등에서 관계가 깨지는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데 아주 간단한 몇 가지 기술을 몰라서 혹은 사용할 줄 몰라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고든 박사 역시 자기의 이론을 전파하기 위하여 일찍 시카고대의 교수직을 포기하고 훈련기관을 만들어 운영하지 않았던가? 3일 혹은 4일간의 집중코스에 시간을 참가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기본기술을 몸에 익히는 지름길이다.

넷째, 훈련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기술사용을 연습하여야 한다. 필자가 배웠던 트레이너 중의 한 사람은 우리가 부딪히는 모든 상황이 대인관계 기술을 사용할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이 말에 동의하면서 가능한 한 기술사용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필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기술사용을 극대화 할 것인가?’라는데 있다. 대인관계 기술은 오랜 연습을 통해 체득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사용을 많이 할수록 유리하다.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기술사용을 위한 일지를 작성하는 일이다. 매일 일기를 쓰듯이 ‘T.E.T. 저널’을 작성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부자연스럽지만 한 달 정도만 열심히 작성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나간다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더 이상 저널을 작성하지 않아도 스스로 실천에 옮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마다 자신의 기술을 평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인관계 전문가를 고용하여 코칭을 받으면서 기술 연마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자신이 정확히, 그리고 적절하게 기술사용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코치는 운동선수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알지만, 요즘은 대인관계 전문 코치들도 많이 활약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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