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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그 끝없는 수렁

원일석 | 광운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교육용게임


쉽게 빠질 수 있는 게임의 유혹
A군은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가 온라인 게임을 하게 된 것은 주변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권유에 의해서였는데, 그 별 의미 없는 권유가 A군 인생을 완전히 변화시켜 버릴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온라인 게임의 전투와 커뮤니티의 재미에 푹 빠져버린 A군은 강의가 없는 낮에는 대학가의 PC방에서, 밤에는 자취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게 되었다. 점차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것에 비례해 학업에 쏟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과제물도 제출하지 않고, 강의에도 잘 나가지 않던 A군은 더 이상 출석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휴학을 해버렸다. 그리고는 자취방에 틀어박혀 온라인 게임의 무한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A군의 말에 의하면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자취방에서 일 년 동안 온라인 게임만 하다가 초췌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현실에 눈을 뜬 것이다. 현실은 더 참혹했다. 휴학상태로 두 학기를 허송세월하고, 등록금은 게임 아이템을 사는데 모두 탕진해 버렸다. A군은 더 늦기 전에 다시 복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고 한다. 후배들과 함께 재수강하기도 창피하고, 무엇보다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일 년 동안 게임만 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등록금을 더 달라고 말할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A군으로부터 필자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다행이도 A군은 복학하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간 뒤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대학생활에서 잃어버린 일 년이 넘는 시간을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고, 자신을 이런 상태로 몰고 간 온라인 게임은 다시는 보기 싫다고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A군이 이런 일을 겪기 전에 필자나 다른 전문가들이 상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대학생인) A군이 어느 순간 자신이 스스로 정신을 차렸다는 점, 그리고 빨리 잘못된 상황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했으며 그 노력이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중독 상황에서 스스로 정신을 차리는 행운은 정말 찾아오기 힘들다. 특히 혼자서 살며 주변 사람과 격리된 상태에서는 더욱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학생들의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알리도록 당부해두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밤새고, 학교에서는 자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B군은 활발하고 성적도 비교적 좋은 아이다. B군의 부모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 날 B군의 부모가 B군이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며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왔다. B군의 부모는 가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와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아침에 나가는 사이클이 반복되어 B군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B군과도 구면이고 집에도 방문한 적이 있어 B군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B군은 집에 와서 잠을 거의 자지 않았다. B군은 집에 오면 곧장 게임을 시작한다. 그리고 부모가 올 때쯤 되어 컴퓨터를 끄고 자는 척하다가 부모가 잠자리에 들면 다시 게임을 시작한다.

외아들인 B군은 자기 공부방 안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방문을 닫으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상태로 게임을 하다가 새벽에 잠들고, 아침에 엄마의 성화에 깨어나 등교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쉬는 시간에 자고, 수업시간에는 조는 등 학교에서 수업이 잘될 리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생체리듬이 고정되어 밤에는 정신이 또렷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므로, 성적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경우 중독적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조치가 우선되어야 하고, 폭력적이거나 강제적 방법보다는 스스로의 조절력을 높이는 방법을 유도하여 B군의 현실 생활 복귀를 찾아야만 했다. 일단 B군의 컴퓨터는 방 안에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부모님도 써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컴퓨터를 거실의 공개된 장소로 내놓았고, 또한 담임선생님과 B군의 학습문제에 대해 상의하도록 하였다. B군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시간조절을 하게 되었으며, 지면에 다 쓸 수 없을 정도의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상생활과 학업에 있어 큰 문제없이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B군의 경우는 가정환경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켜봐야만 한다. 맞벌이나 부모의 갈등 문제 등으로 자녀에게 관심을 덜 기울이는 가정의 경우 게임중독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일단 일어나면 심각한 수준으로 빠져버려 회복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가정환경을 살펴보자. 가족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환경의 아이들은 일단 게임중독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만큼이나 게임은 아이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고, 새로운 도피처이자 안식처가 되었다.

B군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발견한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게임에 몰입하자 B군도 모르게 다리 한쪽이 의자로 올라가더니 화면을 향해 목을 쭉 뺀 자세가 게임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성인에게서나 볼 수 있는 컴퓨터 직업병 자세를 초등학생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아이들의 게임중독과 함께 반드시 확인해보도록 당부하고 싶다.

청소년 10명에 3명이 게임중독
21세기형 지식산업이며 정서서비스산업 및 감성산업인 게임산업.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중요한 국가전략산업이며, 종합예술산업이며,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보고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신규산업이다. 국내 규모는 4조 이상, 세계적 규모는 1200억 불(약 140조 원) 이상에 달하는 대규모의 시장이며 매년 30% 이상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화려한 게임시장에서 파생되는 게임중독 문제는 그냥 지나칠 때가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달의 밝은 앞면을 보면서 달의 어두운 뒷면은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달의 뒷면이 실재하는 것처럼 청소년 10명 가운데 3명이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산되는 현실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과연 청소년들은 얼마나 게임을 할까? 청소년들이 한 달에 얼마나 온라인게임을 하는지에 대한 조사에서 거의 전 연령의 30% 정도가 하루에 한 번 이상 온라인게임을 한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거의 ‘일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게임 시간대를 조사한 것에서는 초등학생 연령대는 반수 이상이 정오부터 저녁 6시 사이의 시간에 게임을 한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이나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인원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녁 6시 이후에는 집에서 부모님들과 함께 있으므로 게임을 하기에는 다소 곤란해지고, 수면시간이 시작되는 10시 이후에는 게임이 더욱 곤란해진다.이에 비해서 중학생 이상 연령대를 보면 학교가 끝난 뒤부터 새벽 2시까지의 분포가 고른 편이다. 이 연령대는 비교적 시간에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0.7%(새벽 2시부터 아침 6시까지)의 초등학생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는 것일까?[PAGE BREAK]

아직도 해결은 가정 내에서만
게임중독 문제가 맨 처음 발견되는 장소는 대부분 가정이다. 자녀의 게임중독 증상을 인지한 뒤 부모들의 대응방법을 보면 자녀의 게임중독 문제는 부모가 스스로 해결하거나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답변이 상당히 많다. 전문 상담기관이나 교사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다. 만약 자녀의 게임중독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담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자칫 놓칠 수도 있다. 교사와 부모와의 긴밀한 교류는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믿음직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경험에 의하면, 컴퓨터를 없애버린다거나 전원케이블을 숨긴다거나 하는 강제적인 방법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게임에 일단 빠진 사람은 게임이 가능한 곳을 찾아 이동한다. 더구나 지금 우리나라는 온라인 게임 최적의 환경이다. 학교와 공공시설의 컴퓨터는 개방되어 있으며 PC방 사용요금은 초등학생의 용돈으로도 충분히 밤을 샐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졌다.

게임중독 알고, 대처하자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학생들의 게임중독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학부모와의 연락이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겠지만, 몇 가지 요령을 통해 학생들을 살펴보면 게임중독의 전조 또는 심화증세를 눈치 챌 수 있다. 첫 번째로 학생 생활의 급격한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다. 만성적 피로, 수면부족, 교우관계의 변화, 언어의 변화, 잦은 지각 등이 있다면 게임몰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팔을 포개고 자는 학생을 살펴보라. 두 번째로 학급의 유행 게임을 주시하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학급 내 친구들이 게임에서도 다시 모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학급 내 일정 비율 이상의 인원이 하는 게임은 유행이 되어 버린다. 이때, 몇몇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중독 상태에 빠져 오랜 시간 게임을 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특히 해당 게임의 ‘고렙(높은 레벨의 게이머)’은 그만큼 투자한 시간이 많다는 뜻이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가정환경을 살펴보는 것이다. B군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게임에 중독되기 쉬운 환경을 가지고 있는 학생은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상담기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 하는 교사라면 국내 여러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게임 중독관련 상담교육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중독 전문상담사 교육과정’의 경우 인터넷과 청소년의 디지털 문화 및 신체건강, 그리고 온라인 게임중독에 대한 개인 및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소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국 청소년상담원의 ‘청소년 온라인게임중독 예방프로그램 지도자 양성교육’ 또한 각 급 학교 교사들이 온라인 게임중독에 대한 강의와 실습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교총 원격교육연수원(www.educa-tion.or.kr)에서 운영하는 ‘학생지도를 위한 인터넷 중독 상담과정’은 6주간의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게임, 채팅, 사이버섹스 등의 다양한 문제와 실제 사례와 상담내용을 중심으로 36강좌가 구성되어 있으므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경우 상담에 대한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직무연수’ 메뉴를 선택하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학교에서 지도할 수 있는 중독 예방법
그렇다면 교사가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중독 예방법은 무엇일까? 첫 번째, 컴퓨터는 게임기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컴퓨터는 최소한 한대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성인은 그 컴퓨터를 이용하여 문서를 작성하고 정보를 검색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겠지만 그런 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컴퓨터는 단지 게임기 아니면 채팅용 단말기일 뿐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알려주어야 할 것은 바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용도인 것이다. 정보검색과 자료작성이라는 컴퓨터의 기본적인 용도를 이해하고 학습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인터넷과 게임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번째, 학생 스스로가 인터넷과 게임 사용규칙을 만들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이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이 스스로 정한 시간에 게임을 끝낼 수 있다면 최소한 게임 중독을 예방하는 기본적인 한 단계를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과 게임 사용규칙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항목이 들어가도록 한다.

* 하루 중 (집과 학교, 게임방에서도) 언제부터 몇 시간 동안 인터넷과 게임을 한다.
* 부모님의 허락 없이 나와 가족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 부모님의 허락 없이 휴대폰/카드 결제하지 않는다.
* 부모님의 허락 없이 게임에서 친하게 된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지 않는다.

이것은 최소한의 목록이며, 여러 중독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참고하면 다양한 규칙 목록을 연령대에 맞게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자녀에 의해서 가정의 분위기가 변화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자면 컴퓨터를 가족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거실로 꺼내도록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일부 가정은 부모가 사용하기 위해 골방에 컴퓨터를 넣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부모의 채팅과 게임 등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을 자녀가 지켜보면서 따라하게 된다. 교사와 학생의 주도로 부모로 하여금 은밀한 작업을 하던 컴퓨터를 가족 공동 소유물로 만들게 하자. 그것이 안 된다면 최소한 컴퓨터를 쓰는 동안에는 문을 활짝 열어놓도록 지도하자.

게임중독 문제는 모두의 책임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의 최일선은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의 대화와 관심이 게임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이다. 여기에 교사의 도움이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교사가 자녀의 게임사용량에 대해 학부모와 의견을 나누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사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온라인게임개발업체가 이 문제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태국의 온라인 게임에는 ‘셧다운 제도’라는 것이 있다. 오후 10시가 넘으면 모든 온라인게임에 경고메시지가 출력된 뒤 미성년자의 계정은 모두 접속을 끊어버리는 제도이다.
게임 산업의 위축 가능성이나 실행 방법 자체를 고려해 볼 때 다소 심함이 느껴지지만, 청소년들의 수면시간 보장을 위해서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한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활동과 제도들은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훌륭히 자랄 수 있도록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에게 주어진 시급한 과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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