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당 학생수를 2004년까지 35명으로 감축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7·20 교육여건 개선 사업이 막대한 금액의 이월액과 불용액이 발생하는 등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과대규모 학교가 크게 증가해 교육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7·20 여건 개선 사업은 열악한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4년 동안(2001년 ∼2004년) 1202개교의 학교를 신설하고 1만 2304개의 학급을 증설하도록 개획하고 있는 사업. 하지만 한나라당 김정숙 의원이 교육부가 제출한 2002년도 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위한 학교 신설과 학급 증설비로 2002년도의 경우 4조7865억원이 편성됐지만 이중 2조9817억원(62.3%)만이 집행됐고 1조8048억원(37.7%)은 이월 또는 불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교 신설 사업도 크게 차질을 빚는 결과를 가져왔다.김 의원에 따르면 학교 신설 계획은 2001년 472개교, 2002년 219개교가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로 개교한 학교는 2001년 134개교, 2002년 190개교로 계획대비 46.9%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또한 2003년도 개교 예정학교 221개교의 37%(82개교)는 학교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과밀학급해소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다보니 오히려 과대학교가 증가해 학교급식 배식, 학교단위의 단체행사 진행, 교내 및 교외생활지도 등 교육과정 외의 분야에서 부작용이 드러나 학교교육여건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의 경우 2001년도 37학급 이상의 학교가 395개교(20.1%)에서 2002년에는 511개교(25.6%)로 크게 증가했다.
이와 관련 김정숙 의원은 "이 같은 결과는 교육여건 개선 사업이 얼마나 졸속 처리됐으며 교육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부지도 마련되지 않고, 운동장도 없어지고, 선생님도 부족한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교육이 가능할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교육위도 결산 보고서를 통해 사전에 충분한 예비타당성 검토 없이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됨으로써 2001년도에 이어 2002년도에도 사업추진 상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신설 또는 증축을 통해 학급당 학생수는 감축되고 있지만 교원법정정원 확보율은 2001년
90.3%에서 지난해 89.6%로 오히려 낮아져 교원의 수업시수 증가 등 업무증가가 발생하고 있고 사립학교 등에서는 기간제 교사 활용이 대폭 늘어(2001년 4.7% 2002년 9.2%)났다는 것이다.
교육위는 이에 따라 "현실적인 시행여건 등을 감안해 학급당 학생수 감축사업을 교원인력양성 및 충원, 제7차 교육과정 시설확충 등 여타 교육정책과 탄력적으로 연계추진 시킴으로써 교육여건개선사업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