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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5세 국가가 교육해야"

2004년에 유아교육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현 주소는 어느 지표를 보더라도 OECD 가입국이라고 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과연 유아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을까? 그 해답은 ‘유아학교’에 있다.

2004년에 유아교육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학부모들이 무상교육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렇지만 공립유치원은 그 수가 부족해서 들어가기 어렵고, 운 좋게 공립유치원에 들어가더라도 종일 교육받게 하기 위해서는 매월 20만 원 이상을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육은 교사의 손에 달려있는데 공립유치원교사는 과중한 근무부담으로 사기가 낮고, 전체 유아의 77.9%를 책임지고 있는 사립유치원 교사의 인건비 지원은 고작 1인당 월 11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거기에 만 3~5세 유아를 유치원과 보육시설, 그리고 사교육기관인 학원에서까지 나누어 맡고 있다 보니 공립에서도 원아 유치 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유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학원에 가는 것인데도 부모는 너나 할 것 없이 학원으로 몰아대고 있고,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유아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은 유아학교에 있다. 유아학교 체제로 개편해 만 3~5세 유아교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서 완전한 공교육체제를 확립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유아교육, 영아보육 ‘학교화’는 세계적인 추세
‘유치원’을 대표적인 유아교육기관으로 법제화하고 있는 현행 유아교육제도를 ‘유아학교’ 체제로 개편해야 하는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100년이 넘도록 유치원이 제도적인 유아교육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교육의 보조적인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이후에도 유아교육이 완전한 공교육 기관이 되지 못함으로써 유아교육법 제정 이전보다 유치원 취원율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현상(1991년 : 54.4%, 1999년 : 43.2%, 2008년 : 38%)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아학교’ 법제화가 필요하다.
둘째, 유아교육은 다음 단계인 초등교육과의 연계성을 제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초등학교’와 교육기관 명칭을 통일시키고, 교육과정 연계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아학교’로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유아교육뿐만 아니라 영아 보육까지도 ‘학교화’되어 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유아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만 0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를 하나의 유아교육 및 보육체제로 통합해 가고 있으며, 영국, 스웨덴, 호주, 프랑스 등에서는 대표적인 유아교육기관의 명칭을 ‘Preschool(유아학교)’로 개편, 정착시키고 있다.
넷째, 아이를 낳기도 어렵지만 저출산의 더 큰 문제는 유아교육을 비롯한 교육 부분에 지출하는 부모부담이 지나치게 많은데 그 원인이 있으므로 만 3~5세의 유아교육을 완전 무상의무교육화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유치원’이란 명칭의 기원은 일제가 그들의 자녀 유아교육을 위해 1897년 부산에 세웠던 ‘부산유치원’이다. 일제의 잔재이므로 이미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개편했던 것과 같이 ‘유치원’도 ‘유아학교’로 개편해야 한다.

유아 완전 무상의무교육 실현 위해 법제화 필요
유아교육제도가 보육과 이원화되어 있고, 유아교육대상자들 중 약 44%정도가 오전부터 공교육기관이 아닌 ‘영어유치원’과 같은 학원 등의 사교육기관에 다니거나 아니면 아무런 유아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유아학교’ 제도를 법제화해야 한다.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에도 유아교육기관 명칭을 ‘유아학교’로 규정하려 했으나 정치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보육계에서 심한 반대를 해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두고 단지 유치원이 학교라는 정의만을 규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유아교육관련 학회, 단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계에서도 유아학교 법제화를 앞장 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학부모들은 ‘무상의무교육제도로서의 유아학교’ 제도 확립을 요구하는 등 유아학교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아학교의 법제화 추진은 1995년 당시 대통령 직속기관이었던 교육개혁위원회가 ‘5. 31교육개혁안’(문민정부 2차 교육개혁안)에 ‘유치원의 기간학제화’ 방안을 포함시키면서 본격화되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1997년 3월 24일 개최된 ‘유아교육개혁방안’ 공청회에서 3가지 유아교육 개혁안이 발표되었는데, 3안에 ‘유치원의 새로운 유아학교체제 전환, 유치원 이외 기관에도 문호개방’이라는 개혁안이 포함됨으로써 지속적으로 유아학교 체제 구축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교육부에서는 1997년 8월 6일 ‘3세 이상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교육 • 보육 통합 유아학교 체제 구축’ 방안을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 2일 당시 야당 대통령 후보가 ‘3~5세 유아학교’ 체제 구축을 위한 유아교육법 제정을 공약했다. 11월 6일에는 당시 여당에서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같은 날 야당의원이었던 김원길 의원이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통합해 유아학교 체제를 구축하는 규정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안을 상정했다. 12월 30일에는 김영삼 정부의 ‘유아교육개혁안’이 확정 발표되었는데,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개편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김대중 정부 수립 후에는 1998년 6월 15일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유아교육법제정 정책기획단’을 구성해 5차례 회의를 개최했고, 1999년 5월 19일에는 국회 교육정책포럼에서 유아학교 도입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으며, 같은 해 9월 1일 정희경 의원 등에 의해 유아교육법안이 상정되었다.
2003년 4월 1일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김정숙 의원이 유치원은 유아학교로 바뀌어야 하고, 유아대상 사교육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유아교육법안을 상정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같은 해 4월 1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20개 유아교육 관련 단체로 구성된 ‘유아교육법제정실현을위한유아교육대표자연대(현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를 출범시켜 유아학교체제 확립을 근간으로 하는 유아교육법 제정 운동이 강력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당시에는 보육계와 학원계의 결사적인 반대로 결국에는 유치원이 ‘학교’라는 정의만 규정하는 선에서 2004년 1월 8일 유아교육법이 제정된 것이다.
그 후는 유아학교 법제화 여론이 잠시 주춤했다가 최근에 와서 다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유아교육 선진국들이 연이어 유아학교 체제로 유아교육제도를 개혁하고 있고, 유치원 교육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유아교육법과 보육시설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규정이 수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양 법이 점차 유사하거나 동일한 내용으로 변화하면서 두 기관의 기능 구별이 어렵게 되었으며, 이제는 보육규모가 유치원 교육규모를 훨씬 앞지르게 됨에 따라 보육계 내부에서도 유치원과 보육시설이 함께 유아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고, 정치계에서도 저출산 등 사회 문제와 유아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어 학회, 단체 및 정치계에서 구체적인 정책방안과 입법화를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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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공교육, 유아사교육 구분해 교육해야
200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유아교육학회와 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 한국유아교육 • 보육행정학회에서는 각종 학술대회, 정책토론회, 공청회 등을 통해 유아교육과 보육의 협력 및 통합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아학교 법제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09년 유아학교 법제화 실현’을 목표로 한국유아교육대표자연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서도 자체적으로, 또는 정치계와의 협력을 통한 방식으로 유아학교 법제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올해 3월 23일 유아학교 체제의 기반이 되는 국 • 공립유치원의 증설을 적극 시행토록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같은 당 권영진 의원과 이군현 의원이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상정하기 위해 여론 수렴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지난 6월 10일 사립유치원 재정 지원을 통한 유아학교 체제기반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와 같은 추진경과 및 현황을 살펴볼 때 유아학교 체제로의 구축은 시기와 그 추진과제의 해결이 문제라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유아교육+부모의 사회활동 보완’ 역할하는 교육복지형 학교 돼야
유아학교(Preschool)는 만 3세 이상 초등학교 취학 전 유아들을 대상으로 보호와 교육기능을 통합해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서, 점차 증가해 가는 여성의 사회 •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주는 교육복지형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성격을 지니는 유아학교를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정부와 여당의 정책 의지 및 관련부처 간의 적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유아학교 법제화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유치원의 학교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고 유아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미국의 ‘K학년제’와 같은 방식의 만 5세 유아의무교육제도 확립을 시사하고 있어 관련부처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한국일보 2009년 6월 8일자 기사 참조).
한편 올해 6월 정부와 4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가 출범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출산을 장려하면서 각 지방에서도 지역본부 출범식을 속속 개최하고 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1.19명까지 내려간 시점에서 출산장려운동을 벌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 낳기 운동의 실천 방안을 보면 주로 결혼, 임신, 출산, 보육 등 주로 복지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을 뿐 유아학교 법제화를 통한 유아교육 지원 방안은 없어 보인다. 국책기관인 육아정책개발센터에서도 이미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고,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 똑같이 국무총리실 소속하에 유아교육과 보육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계 운영도 가능한 위원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유아학교 법제화 정책추진 의지만 가진다면 즉각 실효를 얻을 수 있다.

‘발전형 의무교육’을 정책의 중심으로 삼아야
둘째,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에도 그랬듯이 향후에도 유아학교 법제화는 유아교육 및 보육관련 학회 및 각종 단체 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해 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1998년에 당시 여당에서 시도했던 방식처럼 이번에는 한나라당에서 주도하는 ‘유아학교추진기획단(가칭)’을 구성해 유아학교가 법제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국무총리실에 ‘육아지원청’을 두어 정부의 유아학교 통합 행 • 재정지원체제를 확립하고 유아학교 관련 기관, 단체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저출산 대책과 영유아교육 및 보육정책을 연계해 수립 •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셋째, 유아학교 법제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유아학교 모형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 및 관계 전문가들의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요구, 정부의 정책 로드맵, OECD의 유아교육 및 보호 정책 방향, 선진국들의 동향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아학교의 법제화 접근 방식, 설립기준, 교육과정, 교원 자격 및 양성, 운영관리 기준 등에 관한 선행연구가 필요한데 이에 관련한 ‘유아학교 모형 개발 연구’가 이미 2000년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이 연구를 기초로 발전시킨다면 조기에 새로운 유아학교 모형을 개발해 중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법제화하면 될 것이다.
넷째, 새로 구축되는 유아학교는 선진국과 같이 만 3~5세 유아교육 및 보호 서비스를 통합해 최소한 주당 15시간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의무교육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법제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아무상의무교육은 초 • 중학교 의무교육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유아무상의무교육은 국민의 유아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해야 하며, 전 단계 학교 졸업이 다음 단계 학교의 입학조건이 되는 초 • 중학교 의무교육과 달리 유아들의 발달특성을 고려해 유아학교 졸업 여부와 관계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발전형 의무교육’을 정책 중심개념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

재정 확보문제, 부모부담 70% 수준으로 산정해 단계적으로 늘려야
다섯째, 유아학교에 따른 예산 확보 문제 해결이 관건이다. 유아학교 추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재정 확보다. 만 3~5세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통합하는 유아학교가 완전 무상의무교육제도로 확립되면 각 연령대별로 연간 예산이 약 2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에 2009년 현재 유아 만 5세 무상교(보)육비와 만 3~4세 저소득 지원예산이 약 1조 5000억 원 정도 되므로 지금보다 더 필요한 재정이 매년 약 4조 5천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규모는 매우 큰 재정규모임에 틀림이 없으나 사립유치원의 부모 부담률이 91%이며, 정부 미지원시설의 부모 부담률이 73.3%임을 고려할 때 유아학교 출범 첫해 부모 부담률을 70%로 산정하고 매년 10%씩 하향 조정한다면 첫해에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재정은 약 1조 4천억 원이며, 다음해는 1조 8000억, 부모 부담률이 50%가 되는 3년째는 2조30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규모의 소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매년 1조 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한 교부율을 1% 상향 조정하고, 나머지 재정은 상응재원확보원칙을 법제화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광역 및 기초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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